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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궁극적 시각화 - 뽀쫑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죽음의 궁극적 시각화 - 뽀쫑

beautician 2019. 6. 9. 10:00

죽음의 궁극적 시각화 - 뽀쫑



 

뽀쫑(Pocong)은 한국엔 없는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귀신입니다

 


 

까인까판(Kain Kafan)이라는 시신을 감싸는 천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무슬림 장례규범에 따라 생전에 사용하던 의복과 장식구를 모두 벗긴 후 까인까판으로 망자의 몸을 감싼 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6~7군데를 끈으로 단단히 묶어주게 됩니다이집트의 미이라를 붕대로 칭칭 감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죠. 이 상태의 시신을 뽀쫑이라 부릅니다.

 

이렇게 뽀쫑을 묶어 염을 완성하는데 이때 사용된 끈을 특별히 딸리뽀종(Tali Pocong)이라 부르고 묘지로 이동해 이 딸리뽀쫑을 풀어 시신을 무덤에 내리고 매장합니다. 딸리뽀쫑을 풀지 않으면 영혼이 시신을 떠나지 못해 망자가 무덤 속에서 생전의 죄로 인해 더욱 고통받다가 한 밤중에 무덤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며 끈을 풀어 달라고 산 사람들을 방문한다고 합니다물론 이견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사람의 영혼이 사망 후에도 40일간 지상에 머물기 때문에 뽀쫑이 무덤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딸리뽀쫑이 40일 이후에도 계속 묶여 있을 경우 벌어진다는 것입니다아무튼 딸리뽀종을 풀어주지 않은 것이 가장 일반적인 뽀종귀신 발생사유라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말하자면 뽀쫑귀신이란 이 까인까판 천 안에 갇혀버린 망자의 영혼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슬람의 규범에서는 딸리뽀쫑을 꼭 풀어줘야 한다고 가르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원래 무속행위나 귀신들이 굳이 인의적으로 규격화될 필요는 없을 터입니다.

 

그런데 평생 이성을 접하지 않은 처녀나 총각이 죽으면 거기 사용된 딸리뽀쫑이 영험한 주술재료가 된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확보하려는 두꾼들이 깊은 밤 몰래 무덤을 파헤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딸리뽀쫑이 주술에 사용되면 그 주인이었던 망자의 영혼이 고통을 받는다고 믿어 딸리뽀종은 따로 묻거나 태우는 것이 보통입니다이런 딸리뽀쫑을 주제로 한 영화도 몇 편 있었습니다.

 



 

시체가 일어나 돌아다닌다는 측면에서 중국 강시와 비견되기도 하는데 강시는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양발을 모아 콩콩 뛰어다니는 반면 커다란 흰 소시지또는 흰 천을 덧입힌 긴 죽부인 형태의 인도네시아 뽀쫑들은 대개 날아다니거나 순간이동을 합니다

 

꾼띨아낙과 함께 뽀쫑은 가장 많이 영화화된 소재입니다. 하지만 꾼띨아낙이 1970년대부터 영화화된 것에 비해 뽀쫑의 영화화는 보다 최근인 2006년부터의 일입니다그건 아마도 비교적 분장이 용이한 여자귀신에 비해 몸 전체에 천을 두르고 딸리뽀쫑으로 꽁꽁 묶인 채 반쯤 썩은 무서운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뽀쫑은 분장과 특수효과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지만 그보다는 뽀종이란 것 자체가 망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뽀쫑이 극장 대형화면에 등장하는 것을 현지 무슬림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루디 수디아르워 감독이 만든 ‘뽀쫑(Pocong)’이라는 이름의 첫 영화는 당시 기준으로 너무나 공포스럽고 가치관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영상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상영이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뽀쫑 영화들은 그 맥빠지는 스토리와 부실한 특수효과로 인해 대체로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하지만 뽀쫑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처음 접한 인도네시아 사회는 당시 충격의 도가니였습니다그런 상황이 노이즈마케팅으로 작용해 루디감독이 같은 해거의 같은 내용으로그러나 좀 덜 무섭게 제작해 발표한 ‘뽀쫑2’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뽀쫑3(2007), ‘진짜 뽀쫑’(2009), 40일만에 일어선 뽀쫑’(2008) 등 관련 영화들이 봇물 터지듯 대형스크린에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딸리뽀쫑 끈만 풀어주면 뽀쫑이 순식간에 사라지거나 시신이 풀썩 쓰러지는 것으로 소동이 끝나는 게 보통이지만 이 친구가 모종의 다른 이유로 무덤에서 일어난 거라면 좀 곤란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이유들로 인해 뽀쫑들이 무덤에서 일어나는 걸까요? 딸리뽀쫑 문제가 아닌데도 뽀종이 돌아다닌다면 생전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중대한 일이 있다는 의미이기 쉽습니다.

 

뽀쫑의 출현시간은 대개 저녁 마그립기도가 끝날 즈음입니다뽀쫑은 자기 무덤 한 가운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연기는 작은 형체를 만들어 무덤의 다리 쪽으로 펄쩍 뛰어 갔다가 다시 머리 쪽으로 펄쩍 뛰면서 그 크기가 점점 커집니다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무덤 옆 서쪽방향으로 펄쩍 뛰면 그제서야 완전한 뽀쫑귀신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 후 공중에 부양한 상태로 무덤을 한 바퀴 돕니다. 완전히 모습을 갖춘 뽀쫑귀신은 공중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날아다닐 때에는 몸체가 길어져 마치 흰 스카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물론 뽀쫑의 최대강점은 순간이동이죠. 멀리 희미하게 모습을 보인 뽀쫑이 순식간에 당신 코 앞에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뽀쫑귀신의 얼굴은 해골같고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흘러내릴 것 같고 눈썹은 물론 피부도 없는데 눈동자 밑으로 구더기나 들락날락하는 게 보입니다만약 당신에게 친숙한 장소에서 혼자 이런 뽀쫑과 마주치게 된다면 그 당시 막 세상을 떠난 지인이나 친척을 기억해내 그 이름을 외치며 이렇게 말하세요

 

‘내가 모든 걸 다 용서하니 당신의 세계로 돌아가세요! 

 

그런 후 비스말라와 알파티하의 편지를 세 번 암송하면 뽀쫑은 당신 눈 앞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무서워해봐야 부질없습니다. 뽀쫑은 당신에게서 도움을 얻거나 용서를 받을 때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을 테니까요.

 

그러나 만약 익숙치 않은 장소에서 뽀쫑귀신과 마주친다면 그 뽀쫑은 당신에게 용서를 빌러 온 게 아닙니다. 다른 목적지를 찾아 가는 착한 뽀쫑과 우연히 마주친 걸까요? 어쩌면 전혀 바람직하지 못한 목적을 가진 뽀쫑에게 당신이 표적이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일단 코로 숨을 쉬어서는 안되요. (이건 또 강시 경우랑 비슷합니다) 그렇게 숨을 참고 비스밀라와 알파티하의 편지를 암송하고 끝으로 꾸르시 구절(Ayat Kursi)을 암송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회교사원에서는 이런 아랍어 기도문을

어린 아이들에게도 암송하도록 가르칩니다.

 

공연히 영웅이 되려 들다간 자칫 내일 아침 시체로 발견될 수도 있어요함부로 딸리뽀쫑을 풀어주려고도 하지 마세요자칫 살이 튀어 당신이나 당신 가족들이 액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뽀쫑의 시신을 매장할 당시 의도적으로 딸리뽀쫑을 풀어주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약 그렇다면 그 뽀쫑은 복수를 위해 무덤에서 일어난 것일 수 있습니다.


신비주의적 믿음이 보다 굳건한 지방에서 만약 친척이나 가족이 살해당하거나 흑마술같은 비자연적 방법에 의해 죽었는데 그 범인이 잡히지 않을 경우 그 미상의 범인에게 공개적으로 겁을 줘 자백하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딸리뽀종을 풀지 않고 매장하는 것입니다그러니 만일 그런 뽀쫑과 마주친다면 당신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두꾼이 아닌 한 공연히 나서 딸리뽀쫑을 풀어주려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다른 사람을 노린 치명적인 돌팔매질에 당신이 대신 맞기 쉬우니까요.

 

실제로 살해당한 자녀를 매장하려 할 때 복수심에 가득 찬 아버지는 누군지도 모를 살해범에게 복수심에 이를 갈며 일체의 이슬람식 장례절차나 알꾸란의 암송을 금지시키고 딸리뽀쫑을 풀지 않은 채 시신을 무덤에 내립니다그러면서 뽀쫑의 귀에 속삭입니다.

 

“네 원수를 찾아내 꼭 핏값을 받아 내거라!

 

그러면 그 시신은 그날 밤부터 당장 뽀쫑귀신이 되어 자신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이에게 복수를 완료할 때까지 밤마다 이승을 떠돌게 됩니다그 피의 신원과정이 실제로 어떤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망자를 매장한 후 어느 날 밤 누군가 귀가길에또는 취침 중에 급사한다면 그 자가 바로 살인범이고 망자의 뽀쫑이 마침내 복수를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그러나 복수를 마친 망자의 영혼은 이미 저승에 받아들여질 수 없어 영원히 구천을 헤매게 된다고 믿습니다.

 

한편 진이 뽀쫑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dzinn)이란 마귀악령 등을 뜻하는 아랍어 단어입니다. ‘태초에 나는 흙으로 인간을 창조했다하지만 그 이전에 나는 불로서 진을 창조하고 빛으로써 마라카(maraca -(천사)를 창조했다’는 알꾸란의 한 구절에서 등장합니다진의 왕은 이블리스(iblis), 그 밑으로는 마리드(marid-마령), 이프리트(ifrit-귀신), 샤이탄(shaytan-악마), (jann-악귀순으로 지혜와 능력에 따라 급이 나누어집니다알라딘 이야기에서 나오는 램프의 진은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파란색의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존재도 아니고 당연히 미국식 지니(Genie)라는 이름을 가진 정령도 아닙니다말 그대로 램프의 진즉 악령입니다앞서 언급한 계급에 따르자면 대충 이프리트급입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의 관념 속 진들은 다시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그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진카피르(jin Kafir)  ‘이교의 악령’이라 불리는 놈입니다진은 어떤 모습으로도 현신할 수 있는데 간혹 뽀쫑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뽀쫑으로 현신하는 진은 나무 위벽 뒤또는 나무 옆에서 몸의 일부만 현신하기도 하는데 눈은 붉은 색이나 푸른 색으로 번득이는 등 일반 뽀쫑과는 사뭇 다릅니다만약 이런 뽀쫑과 마주치게 되면 재빨리 땅 위에 몸을 찰싹 붙이고 엎드려야 합니다앞서 언급한 것처럼 뽀쫑들은 날아다니니까요. 그런 다음 AsyhaduAllah Illahaillahu wa AsyaduAllah muhammadarusullah (나는 알라외에는 다른 신이 없고 무함마드만이 알라의 유일한 선지자임을 증언합니다)라고 암송하며 앞서 소개한 꾸르시 구절도 뒤이어 암송해야 합니다일어서거나 뛰어서는 절대 안됩니다진에게 잡히면 차칫 우리 몸에 스며들어 빙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두꾼, 저주술사들이 시신을 이용해 일부러 뽀쫑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청부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죠. 막 매장되어 상태가 양호한 시신을 사용하므로 눈귀에 솜으로 염이 된 모습이죠. 이런 상태의 뽀쫑을 특별히 웨돈(wedon)이라 부릅니다.

 

만약 이런 놈이 당신의 집에 여러 번 모습을 나타냈다면 누군가 당신을 노린다는 증거입니다. 대응방법은 집 주변에 소금을 뿌리고 저녁기도밤기도자정기도가 끝날 때마다 야신의 편지를 읽는 것입니다가능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야신의 편지를 읽는 것이 좋으며 그렇게 7일을 계속해야 합니다이런 류의 뽀쫑을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이 뽀종이 뱉는 침이 닿은 신체부위엔 물집이 잡혀 크게 부풀어 오르거나 새카맣게 썩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출처 갤러리두니아닷컴)

 

이제뽀쫑의 발생경위와 종류대응책까지 알게 되었으니 인도네시아 여행을 앞두었거나 현지 묘지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내심 든든하리라 믿습니다하지만 야신의 편지나 꾸르시 구절 같은 것은 익히려면 이슬람선생님의 도움을 좀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뽀쫑은 여러가지 면에서 인도네시아 사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뽀쫑귀신의 출현이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시키고 뽀쫑의 맹세가 실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이라면 마지막 호흡이 멈춰 이 세상을 떠나가야 할 때 누구나 거쳐야 하는 ‘뽀쫑’이란 형태와 그 단계가 ‘육체의 죽음’을 가장 극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시각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뽀쫑들이 아무쪼록 인도네시아의 밤거리를 애써 배회하지 말고 그 묻힌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