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과 관련된 동물들

주술과 관련된 동물들

 

 

인도네시아의 재물주술에는 돼지 말고도 개나 뱀도 등장합니다. 이슬람의 율법이 지적한 또 다른 정결치 못한 동물들이죠. 하지만 돼지 다음으로 인도네시아의 흑마술 세계에서 인기있는 동물은 악어인 듯 합니다. 남부 땅거랑 찌뿌땃(Ciputat)에 위치한 시뚜긴뚱호수(Danau Situ Gintung)에는 한 할머니가 흰 악어로 변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시뚜긴뚱호수는 농업용 관개용수를 대기 위해 댐을 쌓으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1933년에 완공된 곳이니 아직 따끈따끈한 전설이 돌고 있는 셈입니다. 이 악어는 자주 제물공양을 원한다고 하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호수에 흰 악어가 보이면 그것을 재앙의 징조로 받아들입니다. 지난 2011년 폭우로 물이 불어나 댐의 윗쪽 일부가 붕괴되면서 2백만톤 이상의 물이 일시에 방류되어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역시 시뚜긴뚱호수의 흰 악어의 노여움 때문이었다고 믿습니다.

 

 

인간이 둔갑한 동물들 중 수마트라의 잠비(Jambi)군 끄린찌(Kerinci) 지역의 호랑이인간 이야기도 사뭇 흥미롭습니다. 이들은 인간이 둔갑한 호랑이요괴라고도 하며 이 지역의 몇몇 가문들이 조상으로부터 그런 능력을 물려받아 대대로 인근 수마트라 호랑이들과 교류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때 이들과 마주치면 호랑이는 인간의 눈을 마주보지 않고 얼굴을 외면한다고 하며 코끝 가까이에서 아래로, 또는 입꼬리 부분에 전혀 물기가 없어 바짝 마르고 매끈하게 보입니다. 이들이 사람 모습을 하고 있을 때에는 검은색 옷이나 바띡천 같은 얼룩덜룩한 옷을 입고 소총이나 칼 또는 지팡이 같은 것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사실은 꼬리입니다. 그 가문의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콧수염을 기르고 있어요. 아마 이럴 것 같습니다.

 

 

에카 꾸르니아완의 <호랑이남자>가 한국에 번역되어 출판되었을 때 난 바로 이 수마트라의 호랑이인간 일족을 떠올렸습니다. 물론 소설의 내용은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작가소 책을 쓸 때 이 일족의 일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