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영업직원 활약사

영업직원 활약사 (7)

beautician 2012. 7. 16. 02:05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에쩽곤독(Eceng Gondok) 이라고 부르는 식물이 있습니다.

어쩌면 연꽃과에 속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이 식물에 대해 내가 학술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일반적인 외관과 속성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어요. 에쩽곤독은 더러운 고인 물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녹조를 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 개발 옆차기가 막바지에 이르러 녹조에 뒤덮히기 시작한 조국의 4대강에도 이 에쩽 곤독이 창궐할 날이 올지 모릅니다.

 

당장 지금이라도 동네를 둘러 보면 거의 고여있다시피 한 자카르타의 실개천들은 대부분 쓰레기에 뒤덮여 있기 십상이지만 일부 구간은 이런 에쩽곤독으로 뒤덮여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끌라빠가딩에도 그런 구간들이 몇 군데 있고 주택과 도로 사이에 낸 도랑들 중에도 에쩽곤독이 자생해 있는 곳이 많이 있어요,

 

외관상 넓은 연꽃 잎사귀를 닮은 이 식물은, 그러나 꽃을 피우지는 못하는 것 같고 연꽃 뿌리가 바로 잎파리 밑에 달려 있다시피 한 것에 비해 에쩽곤독은 팔뚝 정도 길이의 몸통 줄기가 물 밑으로 뻗어 있고 그 밑에 잔뿌리들이 녹조들을 물고 있지요. 이 에쩽곤독의 몸통 줄기는 말려서 인도네시아 전통공예풍에 사용하는 재료가 되는데 지갑, 혁대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 저렇게 연결해서 등나무 같은 모양의 가구재료가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인도네시아 국내에서도 팔리고 일부는 수출되기도 하는데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일이어서 내가 아는 한 수카부미 (Sukabumi) 지역의 깊숙한 촌에서 일부 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고 더욱이 요즘은 하천에서 에쩽곤독을 수거하여 이런 공방에 납품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여서 어쩌면 에쩽곤독을 사용한 인도네시아 전통공예품들은 곧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릅니다.

 

40대 초반의 야누아르(Yanuar)씨가 타식말라야(Tasikmalaya) 지역의 구눙 말라야(Gunung Malaya – 말라야 산) 산자락 개천에서 에쩡곤독을 수거한 것은, 그러나 공방에 납품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원래 자카르타에서 커피나 라면을 파는 작은 가게(와룽 – Warung)하던 그가 뜬금없이 그 일을 팽개치고 멀리 고향인 타식까지 달려와 에쩽곤독 채집에 나선 것은 단번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마침 라마단이 성큼 다가오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돈이 많이 필요할 때였는데 물정 모르는 어떤 청년이 에쩽곤독을 고가에 구매해 주겠다고 얘기했던 것입니다.

 

겉으론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파푸아에 사는 그의 할아버지가 엄청난 재산을 가진 부자이고 그가 할아버지가 제시하는 몇 가지 조건들만 갖추어 준다면 자카르타와 자와섬 일대에 산재한 재산들을 하나씩 상속해 준다는 것을 그의 입으로도 들었고 그의 동료들로부터도 대충 확인했었지요. 그런 엄청난 배경을 가진 젊은 친구가 인도네시아의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땀흘리며 일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때로는 그의 와룽 음식을 아무런 꺼리낌 없이 먹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와룽 옆에 난 작은 도랑에 들어찬 에쩽곤독을 보면서 그가 하는 말을 흘려 듣지 않았던 것이 야누아르씨에겐 행운이 되었던 것입니다.

 

저걸로 거북이 먹이를 줄 수 있는데 대량으로 공급해 줄 사람이 없어요.”

 

그 청년의 직장 동료들은 그가 자티브닝(Jati Bening) 어느 구석에 있는 벤츠 자동차가 딸린 집을 곧 유산으로 받을 것이라고 애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사실은 수카부미에 있는 거대한 거북이 농장을 이미 물려 받은 상태라는 것이었어요. 언젠가 때가 되면 돌아가 직접 농장을 경영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거기 사는 친척들을 시켜 관리하고 있다는 그 청년은 매달 수억 루피아가 들어가는 거북이 사료를 만약 에쩽곤독으로 바꾼다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에쩽곤독을 얼마에 살 수 있는데?”

킬로그램당…., 대충 5만 루피아 정도 되겠죠? 싱싱해야 되고요. 무엇보다도 양이 중요해요. 한번에 2-3톤씩은 공급해 줘야 하거든요.”

 

야누아르씨는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싱싱해야 한다면…? 젖은 상태로 말인가?”

그럼요. 그렇지 않으면 거북이가 어떻게 먹어요?”

“2-3톤이란 말이지?”

 

킬로당 5만 루피아라면 1톤이면 5천만 루피아, 한화로 5백만원이 넘는 돈이었어요. 그게 2-3톤이나 한번에 1-15천만 루피아가 됩니다. 농장일을 사람들에게 맡겨 놓고 하다보니 아마도 현업을 맡은 사람이 많이 붙여 먹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 청년은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었어요. 에쩽곤독의 원래 가격은 킬로그램당 5천 루피아, 한화로 5백원 정도였고요. 그것도 물기 없이 완전히 말린 상태가 그런 거였어요. 에쩽곤독은 개천에서 자생하는 것이니 소량이 필요하다면 건져 오기만 하면 전혀 돈이 들지 않는 것이고 대량으로 수거하더라도 면사무소, 루라(Lurah)에게 허가비를 얼마 집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죠. 물을 탱탱 먹은 놈으로 개천에서 반나절 정도만 건져내면 2-3톤 정도는 금방 구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금방 섰어요. 말릴 필요도 없었으니 거의 원가가 들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대금 전체가 이익금이 되는 셈이었어요. 야누아르씨는 이 청년의 거북이 농장에 에쩽곤독을 납품하는 권리만 따낸다면 자신의 와룽에서 1년 내내 벌어야 하는 돈의 몇배를 단 한번의 거래만으로 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바보인 거죠.

 

그거, 내가 하겠네!!”

 

그렇게 며칠을 졸라 간신히 얻어낸 것이 우선 에쩽곤독 1톤을 공급하는 계약이었어요. 이 청년의 처지 때문에 계약을 하는 것조차도 마치 007 첩보영화를 찍는 것 같이 스릴이 넘쳤죠.

 

사실 내가 이 회사 동업자라는 걸 내 친구들은 몰라요. 그래서 좀 곤란해요. 내 동료들이 그 사실을 알면 나랑 같이 식사하고 같이 나가서 일하는 거 불편해 할 게 틀림없어요. 또 한편으로는 내가 여기서 거북이 농장 일 하는 걸 내 외국인 파트너가 알아도 내 입장이 무척 곤란해져요. 그 친구가 싫어할 거라고요. 그 친구가 자기 심복을 시켜서 가끔 내 뒤를 캐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니 우리 회사 사람들이 전혀 모르게 진행하셔야 해요.”

 

어마어마한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이고 이미 수카부미에 대단위 거북이 농장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가진 동업자라는 사실이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1층 라운지에서 잠깐 이 청년을 만나 계약서를 쓰고 있을 때 좀 날카로운 인상의 어떤 여자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와 시치미를 딱 떼었던 적도 있었어요. 나중에 바로 그 여자가 외국인 파트너의 심복이라고 청년이 귀띔해 주어서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했지만 에쩽곤독을 끌라빠가딩이나 자카르타에서 채취하는 건 좀 문제가 많았어요. 개천마다 그 동네 쁘레만들이 나타나 돈을 뜯으려 했고 동사무소에 채집허가를 받으려 했더니 무슨 냄새라도 맡은 듯 꼬치꼬치 캐물어 들어왔던 것입니다. 큰 돈이 되는 일은 맞지만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유로 돈을 뜯기기도 싫었고 그의 사업내용과 거래선을 누군가 알게 되면 누군가 그 청년을 채어갈 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좀 돈이 들더라도 그가 고향인 타식까지 내려가 한적한 산자락에 복스 트럭 두 대를 세워놓고 에쩽곤독을 채취하고 있는 이유였어요.

 

시간을 맞추는 것 또한 무척 중요했습니다.

청년은 첫 오더이니만큼 수카부미 농장으로 직접 가져가지 말고 자신이 자카르타에서 먼저 확인한 다음 자기랑 같이 수카부미 농장으로 가자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이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동업자가 알아서는 안되는 일이니 일요일 아침 아무도 없을 때 사무실 1층에서 만나거나 토요일이라면 아침 미팅을 마친 후 나가면서 자기가 연락해서 회사 밖에서 만나자는 거였습니다.

 

대금은 언제 줄 건가?”

 

야누아르씨로서는 꼭 물어봐야 하는 부분이었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청년은 시원시원하게 대답했습니다.

 

물건 확인만 하면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드릴게요. 현금 들고 다니시기 곤란하시면 수표로 끊어 드리고요.”

 

두 대의 복스트럭에 에쩽곤독을 가득 싣고서 구슬땀을 훔치는 야누아르씨는 자꾸 떠오르는 미소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주변을 잘 살피고 조금 더 사람들 말을 귀담아 듣고 조금만 더 노력하는 것만으로 세상은 이렇게 행복하고 보람차게 살아갈 만한 곳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

 

 

미스터르.  이 분이 꼭 미스터르를 뵙고 싶데요.”

 

월요일 아침, 메이가 곤란한 표정으로 내 방문 앞에서 서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우리로서는 손님을 받을 경황이 되지 않았으므로 메이가 처음부터 거절했지만 그 손님은 사정사정을 하며 막무가내로 내 방이 있는 2층까지 올라왔던 것입니다. 난 그날 처음으로 야누아르씨와 수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무슨 일이신데요?”

그게 저…, 나 참그게…”

 

야누아르씨가 좀처럼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데 메이가 중간을 치고 드러옵니다.

 

이분도 무하마드한테 뭔가 당하신 모양이에요.”

 

지난 주에 도주한 직원 무하마드가 거래선에 개판을 치면서 회사에 발생시켜 놓은 막대한 손해 때문에 데미지 컨트롤을 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어요. 무하마드에게 다운 페이먼트를 했거나 제품을 맡겼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항의하며 돈과 물건을 돌려 달라며 악을 쓰는 상황이었는데 그 와중에 나타난 야누아르씨에게 메이는 그리 호의적인 시선을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그 때 내가 무슨 일인지 물어 봤었죠? 아저씨 스스로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었잖아요? 그런데 무슨 손해를 어떻게 보셨는지 몰라도 이제 와서 미스터르한테 따져 본 들 무슨 소용이세요?”

 

에쩽곤독 계약할 때 1층에 내려가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는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 심복이라는 게 바로 메이였어요. 그러니 난 자동으로 그 물정 모르는 청년 무하마드가 얘기한 외국인 파트너가 되는 거구요. 야누아르씨가 하는 와룽은 우리 사무실이 있는 루꼬 단지 뒷편에 있었고 그곳이 이완이 아직도 일하던 당시부터 우리 직원들이 사무실에 돌아오기 전 먼저 모여서 저녁식사를 때우며 서로 입을 맞추던 단골이었어요.

 

무하마드가 정말 당신 사업 파트너 아니었어요? “

 

야누아르씨의 그 질문, 그 간절한 표정에 난 실소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야누아르씨의 설명이 끝날 즈음 나와 메이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습니다. 무하마드가 너무 교활했던 걸까요? 아니면 야누아르씨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요? 무하마드가 했다는 말은 너무나도 시네트론(Sinetron)이라 부르는 인도네시아 TV 드라마를 닮아 있었어요. 물론 적잖은 한국 드라마들도 크게 다를 바 없긴 하지만 드라마의 한 축에는 항상 재벌 2세가 등장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출생은 비밀에 쌓여 있고 어마어마한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생활전선에서 죽어라 발버둥치며 살아가고…. 그렇고 그런 얘기들을 무하마드가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떠벌였던 것인데 야누아르씨는 감쪽같이 속아넘어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나중에 알게 되는 일들이지만 무하마드가 사람들을 속여 넘긴 것은 야누아르씨 뿐이 아닙니다.

 

우리가 탐문하여 알아 본 바 무하마드가 처음 등장하는 장소는 브카시의 어느 병원이었습니다.  그는 병원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던 거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리숙해 보이는 여자를 만나지요. 입원한 아버지를 만나러 온 그 여자에게 접근한 무하마드는 자신이 잠복근무 중인 형사라고 속이는데 여자는 그 말에 홀라당 넘어가 버립니다. 게다가 세관이나 공항이민군 직원들처럼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선망의 대상인 인도네시아에서 총까치 차고 있는 있는 경찰이나 군인들은 서민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결혼상대자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무하마드는 그때 쓰레기통에서 주운 장난감 BB 권총을 옷깃 사이로 슬쩍 보여주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홀딱 넘어간 여자는 매일 무하마드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무하마드와 사랑의 도피를 벌입니다.  고향인 수카부미 지역으로 도망갔던 그들은 8개월만에 돌아오는데 여자는 이미 만삭이 딘 상태였으므로 여자의 부모는 분노에 치를 떨면서도 결혼해서 책임지겠다는 무하마드를 어쩔 수 없이 사위로 맞아 들입니다.

 

내가 그를 채용한 것이 그로부터 3개월쯤 뒤의 일이었죠.

 

마침 처가의 친척 중 무하마드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아무런 증명서도 없었던 무하마드는 그 친척의 신분증과 졸업 증명서에 자기 사진을 붙여 위조하고 그걸 이력서에 첨부했었던 것입니다. 일이 잘못 되려면 눈에 뭐가 씌입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일각에서는 그게 두꾼, 흑마술의 힘이라고도 하지요. 무하마드는 부인이 된 여자를 납치하다시피 해서 수까부미를 떠돌던 당시 흑마술에도 상당히 심취했던 것으로 보이고 나와 면접하던 날 내 눈에도 콩깍지를 씌우려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정말 나도 이해하기 힘든 것은 한 눈에도 30대로 보이는 무하마드가 86년생, 그래서 아직도 20대 중반인 친척 무하마드의 증명서를 들이 밀었는데도 그저 좀 노안인 모양이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가 버렸다는 부분입니다. 그 후 누가 봐도 범죄형 얼굴이라고 하던 그 무하마드를 2년 가까이 데리고 있었으니 나도 완전히 속아 넘어갔던 것이고 어쩌면 그가 발휘한 흑마술이 적중했던 것인지도 모르죠.

 

더욱 놀라운 것은 매일 그와 얘기를 했던 내 직원들도 모조리 그에게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입니다. 무하마드는 예의 그 파푸아에 사는 할아버지와 유산얘기를 곧잘 했었다는데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걸 철썩같이 믿어 버렸던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그건 분명히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 데 그걸 무하마드는 너무 저열한 방법으로 사용했던 거죠. 하지만 그의 배경, 그가 브카시 병원의 쓰레기통을 뒤지던 거지, 부랑자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지도 모릅니다.

 

야누아르씨. 당신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건 제가 책임져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야누아르씨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내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야누아르씨는 트럭 임대료와 기름값, 에쩽곤독 채취를 위한 인건비와 허가비 등등으로 수백만 루피아의 손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에 빠져 나름대로 잘 되고 있던 와룽을 2주씩이나 닫다시피 했던 것이 피해를 키웠지요. 참으로 안된 일이었지만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어요. 이미 우리 코가 석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 난 퇴근 길에 호기심으로 야누아르씨가 복스트럭을 주차해 놓은 곳을 잠깐 가 보았어요. 지금은 파닌 뱅크(Panin Bank) 지점이 들어와 있는 루꼬단지 중앙 맨끝 건물 앞에 세워져 있던 두대의 복스 트럭은 아직도 뚝뚝 차체에서 물이 떨어지며 주차한 자리를 흥건이 적시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안에 아직도 물기를 가득 머금은 에쩽곤독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무하마드의 악의의 흔적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구체적으로 기술하게 될 무하마드의 사고들을 보면 그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돈을 챙기면서도 완급을 조절하여 조기에 들킬 수도 있었던 모든 사고들을 치밀하게 은폐하고 있던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건 비록 치졸하고 의롭지 못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에쩽곤독 사건만은 그 성격이 매우 틀린 것이었습니다. 야누아르씨는 나름대로 손해를 입고 말았지만 사실 무하마드는 이 사건을 통해 어떤 실질적 이익을 본 것이 없었어요. 물론 그런 계약을 하고서 거들먹거리며 야누아르씨의 와룽에서 인도미 라면 몇그릇을 공짜로 먹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러나 그건 새발의 피인 거죠.

 

이 무하마드는 그간 내가 만났던 그 어떤 직원들과도 차원이 달랐습니다.

위키나 뚜따, 이완, 아흐맛, 띠따는 나름대로 사고를 치고 물의를 빚었지만 아직 아마추어에 불과했던 거에요. 무하마드는 프로였어요. 그것도 배도 고프지 않지만 재미로 살상을 일삼는 맹수들처럼 매우 잔혹하고도 위험한 그런 프로 말입니다. 그는 에쩽곤독 사건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자신의 이익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손해를 유발시키고야 마는 그런 종류의 범죄자였습니다.

 

'영업직원 활약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업직원 활약사 (9)  (0) 2012.09.14
영업직원 활약사 (8)  (0) 2012.08.16
영업직원 활약사 (6)  (0) 2012.06.11
영업직원 활약사 (5)  (0) 2012.05.15
영업직원 활약사 (4)  (0) 201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