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영업직원 활약사

영업직원 활약사 (9)

beautician 2012. 9. 14. 04:13

영업직원 활약사 (9)

 

그 해 1.

에도가 내 방에 들어선 것은 오전 11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마케팅 전문인 우리 회사에서는 아침에 잠깐 미팅을 하며 내가 상황보고를 받고 나름대로 업무진행상황을 파악한 후 필요한 사항들을 지시하고 나면 직원들은 곧바로 필요한 자료와 물건을 챙겨 11시가 되기 전 예정된 목적지를 향해 각 팀별로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므로 에도가 내 방에 들어온 시간엔 모든 직원들이 이미 외근을 나간 상태였습니다.

 

…, 지금부터 제가 드릴 얘기는 아무쪼록 메이 귀에는들어가지 않게 해 주세요그렇게 약속해 주실 수 있죠…?”

 

에도가 어렵게 입을 떼는 품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좋지 않은 예감은 항상 적중하는데 뭔가 단단히 사고가 난 것이 틀림없었어요. 사장한테는 용기를 내서 말할 수 있는데 메이가 알아서는 안되는 그의 용건은 과연 무엇일까요?

 

메이는 이제 임신 6개월차에 들어섰고 배도 눈에 띄게 불러 오고 있었습니다. 메이를 뺀다면 현장감독기능 자체를 상실하는 셈이지만 그렇다고 임산부를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현장으로, 거래선으로 매일 1백킬로미터 가까운 거리를 달리도록 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직 출산휴가를 낼 시기는 아니었으므로 메이에게는 가까운 거리의 거래선들을 배정하고 그것도 운전사를 붙여 내 차로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운전사로 뽑아 놓고도 아이들이 호주와 싱가폴로 진학한 후엔 거의 운전대를 잡을 일 없었던 운전사 에코(Eko)가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된 셈이었죠.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한편으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차량으로 갈 수 있는 거래선과 오토바이로 접근이 더욱 용이한 거래선들은 그 성격상 차이가 매우 컸거니와 한 눈에도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호의를 베풀어 받는 것이 분명한 메이가 이제 완전히 내 편이 된 것이라고 간주한 직원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메이에게 모든 걸 털어놓거나 고민상담을 해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메이도 더 이상 현장상황을 모두 꿰뚫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현장관리의 균열은 그 전부터도 있었지만 이젠 붕괴를 우려할 만큼 그 균열의 간극이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물론 에도에게는 대부분의 다른 직원들이 메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감정들 외에도 특별히 메이를 어려워하는 자신만의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데뽁의 한 작은 몰에서 핸드폰 판매카운터를 키워가고 있던, 당시 아직도 많이 어렸던 메이를 처음 만난 후 메이가 다른 남자들과 사귀는 동안에도 줄곧 그 주변에서 맴돌다가 첫 아이를 임신하고 사업도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메이의 주변 남자들이 본의 아니게 자동적으로 정리가 될 무렵 비로소 빈 자리가 되어버린 메이의 공식 남자친구라는 위치를 꿰어 찬 은근과 끈기의 에도였습니다. 그렇게 메이와 에도가 사귀었던 시간은 당시 3년을 훌쩍 넘겼고 내 회사에 들어올 때만 해도 둘은 결혼을 앞둔 약혼관계였죠. 힘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남자들이 여자들 위에 군림하는, 그래서 명실상부 실질적으로 남성들의 천국 인도네시아에서 에도가 메이와의 관계에서 전혀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오히려 두려워 설설 기던 이유의 대부분은 메이가 당시 내게 비밀로 하고 함구했던 에도의 또 다른 부분들에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생활력을 비롯한 전체적인 능력 면에서 메이가 에도를 월등히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메이가 에도에 대해 함구했던 부분은 나중에서야 들어 알게 되었지만, 당시 결혼을 앞둔 여자의입장에서도 약혼자의 단점을 제 3자에게 모두 까발릴 이유는 없었던 거겠죠. 내가 당시 에도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에도가 수마트라 빠당(Padang) 지역출신으로 자신과 누나 그렇게 두 남매를 낳아준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가 재혼했다가 꽤 오래 전 돌아가셨다는 사실과 그 후 데뽁(Depok)에 다른 남자와 재가했다가 딸만 하나 더 낳은 후 사별하여 홀로된, 비교적 독랄한 친모와 찔레둑(Ciledug)에 사는 자애로는 계모 사이를 오가며 두 어머니를 공양하면서 그간 인도네시아 전화국인 텔꼼(Telkom)에서 교환원으로도 일했고 한때는 수금원 또는 해결사로, 나중엔 매형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동통신 안테나 세우는 일을 했다는 것이었어요. 

 

그 매형과 에도의 누나가 결혼할 당시 결혼식에 참석하던 아버지 쪽 친척들이 타고 이동하던 두 대의 버스가 벼랑을 굴러 대부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사고로 에도의 부계 친척들이 거의 전멸해 버렸다는 얘기도 들었지요. 나중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뻥과 거짓말의 실태를 알게 되고 질릴 만큼 경험한 후엔 그때 들은 얘기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게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결혼식장으로 가던 버스들이 그렇게 사고가 났다면 당연히 결혼식이 취소되었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부터 집단 자살하려 한 것도 아닐 텐데 대개의 경우 버스 한대가 벼랑에 떨어지는 경우는 종종 발생하기도 하지만 뒤따르던 버스마저 그 사고광경을 보고서도 제동도 하지 않고 함께 그 벼랑으로 떨어져 내리는 건 가능성이 매우 적은 일 아닌가 하는 것 등등 말이죠. 아무튼 당시 내가 에도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대충 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알고 있던 것은 비록 에도가 매우 둔하고 때로는 바보스럽게까지 하지만 그간 메이를 제외한 다른 직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충직함 보여 왔다는 점이었어요. 그런 에도가 내 책상 앞에 앉아 어렵게 입을 열고 있었습니다.

 

제가 좀…, 사고를 쳤습니다.”

어떤 사고…?”

그게…..”

 

에도는 자신이 거래선 몇군데에서 수금한 돈을 약 300만 루피아 정도 유용했다는 것입니다. 한화로 대충 30만원쯤 되는 돈이었습니다. 돈이 너무 급해서 그랬다며 자신이 분명히 채워 넣겠지만 단번에 갚을 수 없으니 몇 개월에 걸쳐 월급에서 까서 정리하는 것으로 해달라는 거였어요.

 

돈이 왜 필요했는데? 어디다 쓰려고…?”

 

다른 모든 질문에 순순히 답하던 에도는 이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입을 굳게 닫았습니다. 에도가 스스로 자수해 왔고 몇 시간에 걸쳐 횡령 내역을 서면으로 소상히 기재하며 모든 걸 털어 놓았으므로 나는 이 문제를 크게 문제삼지 않고 조용히 넘기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에도는 메이 다음으로 우리 회사에게 가장 오랫동안 일했던 직원이었어요. 에도의 공금유용 문제가 회사에 퍼지면 다른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것도 내가 이 사건을 조용히 넘기려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그간 돈 문제에 있어 메이와 같은 정도로 철저히 신뢰했던 에도에 대한 신용에 그 사건으로 적잖이 금이 간 것도 사실이었어요.

 

돈이 필요하면 얘기를 해. 회사 돈 맘대로 당겨 쓰지 말고

 

넌 나이도 있고 나랑 가장 오래 일한 사이인데 다른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거 아냐? 뭐 그런 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에도가 가불을 해 달라면 못해줄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것도 달랑 300만 루피아 정도라면 말이죠. 게다가 그는 매달 적지 않은 판매 관련 커미션도 받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라면 그런 호의적인 회사와 사장을 상대로 몰래 회사 돈에, 그것도 자력으로 어렵사리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비교적 적은 돈에 손을 댄 정황을 오히려 수상하게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어차피 나중엔 얘기해서 자기가 책임지고 돈을 갚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렇게 돈을 뺴돌리는 게 가불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난 나름대로 에도가 그런 선택을 한 생각의 메커니즘을 대충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회사의 호의를 담뿍 받고 있는 메이는 당시 에도와 깨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다른 남자의 애를 잉태해 배가 남산만큼 불러오고 있었죠. 메이가 에도를 내게 소개하고 자신의 보증으로 입사시켰던 것인데 이제 메이와의 관계가 완전히 끝장난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메이의 보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에도는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가불을 안해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말 돈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면 어차피 자신이 나중에 갚을 거 우선 당겨 써서 기정사실화 해 버린 후 얘기하자….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요. 최소한 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지를 당시에는 자신을 버린 메이와 그녀를 비호하는 회사를 향해 엿먹어라! 될데로 되버려라! 하는 심정이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당시엔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데뽁에 사는 에도 엄마가 집을 샀다는 것 같아요. 아마 에도한테 할부금 내라고 했던 모양이죠. 저 바보 같은 인간이 자기 월급으론 어림도 없으니 그런 짓을 했던 모양인데….”

 

에도는 메이에게 얘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난 그럴 수 없었어요. 당시 복마전 같던 우리 회사 상황을 나름대로 지혜롭게 해쳐 나가려면 확실한 내 편인 메이에게 모든 걸 털어 놓고 함께 머리를 짜내 해결책을 찾아 내야만 했습니다. 메이는 노여움과 민망함에 얼굴이 푸르락붉으락 하며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고 정황에 대해 나름대로 그렇게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에도의 친엄마가 돈을 밝힌다는 얘기를 메이에게 나중에 여러 번 듣게 됩니다. 부모가 이혼한 후 에도가 아버지를 따라가 계모 슬하에서 살았기 때문인지 에도의 친엄마는 자기 친아들임에도 에도를 비교적 냉대했다고 하며 에도가 돈을 특출하게 잘 버는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경제적 부담을 지우기 일쑤였다고 하더군요. 특히 메이와의 혼담이 한창 무르익어 갈 당시 양가 상견례를 위해 에도 친엄마가 메이의 쓰러져가는 센티옹(Sentiong)집을 방문했을 때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을 텐데도 자신의 아들은 초혼이고 메이에겐 아이가 딸렸다는 이유로 메이의 부모에게 3천만 루피아의 지참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게 당시 메이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금액이었지요.



메이와 에도 - 약혼자 시절

 

신부에게 그런 지참금을 요구하는 것이 빠당 사람들의 전통이라고 합니다. 핸드폰 카운터를 하고 있을 당시라면 3천만 루피아란 불과 며칠간의 매출액 정도였겠지만 은행 빚을 지고 망해버린 메이로서는 고졸사원들 2년치 연봉정도에 달하는 그 금액을 마련해 시댁에 바치고 에도와의 결혼을 불사할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도 메이가 경제적 궁지에 몰려 있던 그 상황에서조차 에도가 메이의 생활력에 빌붙어 보고자 하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비치고 있었는데 말이죠.

 

내색하지 말 것을 당부했음에도 결국 일주일이 채 못되어 메이가 에도를 따로 불러내 공금유용사건에 대해 따지며 한바탕 난리를 벌인 모양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도는 메이의 추궁에도 그 돈의 용처를 분명히 얘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난 더 이상 그 일을 문제삼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와 에도, 무하마드는 앞서 에피소드에서 기술했던 조하르 바루 지역에 얻은 회사 기숙사로 입주하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에도를 용서해 주면서도 전혀 걱정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 사건이 정말 메이의 분석대로 친엄마가 얻은 집의 할부금 때문이라면 주택할부금이라는 것이 몇 년 또는 십수년간에 걸쳐 장기간 매달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납입해야 하는 것인데 그건 공금유용을 초래한 에도의 경제적 절박함도 매달 찾아올 거라는 얘기였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내가 에도를 비롯한 직원들의 일일보고서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 보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메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직원들과 현장의 문제점을 미세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그 보고서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거래선들은 좀 문제가 있어 보여. 담당자들한테 맡기지 말고 메이 네가 전화해서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직접 알아 봐. “

 

그로부터 한달이 좀 넘은 어느 날 아침 미팅 때 난 내가 전날 밤 컴퓨터로 뽑은 거래처 명단을 메이에게 넘기면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말이죠. 명단의 거래처들은 12-13 군데 정도였어요. 우린 큰 미용실들이나 유력한 미용사들과 거래하고 있었는데 최근 판매보고에는 자카르타와 인근 위성도시들 모서리 구석구석의 주소를 가진 생경한 이름의 작은 미용실들이 많이 등장했고 이들은 결재가 계속 늦어지고 심지어 연락도 잘되지 않는데 해당 상황 설명이 제대로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전화해 보았냐고 물어보면 담당자들은 신호가 좋지 않아서, 또는 주인이 자리에 없어서, 등등의 이유를 대며 슬쩍 넘기는 분위기였고 내가 다시 물어보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추가보고를 해오는 직원들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부풀어 가는 모호한 부분들의 진행과 해결은 그래서 결과적으로 철저히 내 메모와 기억력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장기 미제로 분류되어 메이에게 사고처리를 지시하려는 시점 즈음에 에도는 그런 거래선들의 사고보고를 뒤늦게 해오기 일쑤였어요. 십중팔구 이미 오래 전 일어난 사고를 애써 숨기다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결국 털어놓는 것이라 생각했지요. 예전 띠따의 경우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런 문제들이 그것 말고도 얼마나 더 많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무하마드의 경우엔 그런 모호한 거래선들의 문제가 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갔는데 그 방법이 사뭇 창의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결재를 자꾸 미뤄서 결국 캔슬하고 물건 회수했어요. 마침 구매선이 나서서 바로 팔아 버렸죠. 한달도 넘게 써서 중고가 된 건데 제 값을 다 받고 팔았어요. 전혀 손해 없이요.”

 

처음엔 잘했다고 칭찬까지 해주었지만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자 당연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메이, 암만 너라도 저렇게 할 수 있어? 캔슬되는 족족 당일 한푼도 손해 안보고 다른 놈한테 바로 팔아 치우는 게 가능해?”

힘들죠…?”

그래. 우연이란 건 그렇게 일어나는 게 아니야.”

 

나중에 알게 된 무하마드는 자신의 신분부터 모두 지어낸 허구였어요. 그런 무하마드는 당시 직원들이나 거래선들에게 마치 자신이 초인적 직관과 흑마술의 대가인 것처럼 얘기하고 다녔다는데 그에겐 그렇게도 수많은 우연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그가 매일같이 가져오는 고가의 핸드폰이었어요.

 

오늘도 길에서 주웠어. 앞에 가던 오토바이가 떨어뜨렸는데 모르고 그냥 가더라고. 찾아 주려해도 얼마나 빨리 내빼던지…”

 

그가 그렇게 주워오는 핸드폰들이 한달에도 7-8개에 달했고 물론 중고에 포장도 없는 것들이었지만 앞서 가던 오토바이가 고속으로 달리면서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뜨렸다면 당연히 발생했을 중대한 파손이나 흠집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답니다. 해당 충전기는 아무 핸드폰가게에서나 쉽게 살 수 있는 것이었으니 그 핸드폰들은 당장 사용할 수도, 중고가게에 되팔 수도 있는 상태였지요.

 

이번엔 노키아 핸드폰 노란색으로 주워 오면 내가 살게.”

 

직원들은 심지어 무하마드에게 핸드폰 발주를 내기에 이릅니다.

난 이런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직원들의 뇌구조가 너무나 의심스러웠어요. 나중에 알게 된 일들이지만 앞서 에피소드에서도 언급했듯이 무하마드는 반대하는 부모들 때문에 사랑의 도피를 하고 이런 핸드폰 등 모든 우연이 다발적 집중적으로 벌어져 예상치 않았던 이익을 적잖게 보면서도 사랑의 도피로부터 돌아온 자티브닝의 집에선 아버지가 부가하는 엄청난 집세에 괴로워하고 또 한편으로는 파푸아 뉴기니에서 막대한 유산으로 상속해 주겠다는 할아버지가 이런 저런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데 그런 재벌 후계자가 동료직원들에게 오토바이 기름값, 주차비를 소소하게 빌려 잘 갚지 않는데 말이죠.

 

신이 준비해 놓은 우연을 바로 운명이라고 부르는 거야. 하지만 사람들이 주장하는 우연은 대개의 경우 사기라고 부른단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니?”

 

메이에게 이렇게 얘기해 주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직원들은 특별히 무하마드를 의심해야 할 이유가 없어 그의 말을 순순히 믿었던 것인지도 모르고 나 역시 그가 어떤 뻥을 치더라도 그 뻥으로 나나 회사에 특별히 불이익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므로 문제삼지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이던 무하마드의 우연들은 실제로 물밑에서는 진행되는 심상치 않은 사건들이었고 그건 회사에 지대한 해악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그가 우연히, 그토록 자주 핸드폰을 습득한다는 사건의 진실이 그랬습니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알게 되는 일이지만 그 핸드폰들은 길에서 주운 것들이 아니라 할부결재가 늦어지는 거래선 미용사들의 핸드폰을 담보로 압수했던 것이었습니다. 그걸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하마드가 그 핸드폰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속셈이 있었던 것이고 실제로 그는 핸드폰을 팔아 먹고 그 돈을 챙겼습니다. 미용사들은 고가의 핸드폰을 압수당한 것으로 정산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이고요. 물론 개중엔 결재할 돈을 준비해 핸드폰을 돌려달라고 요청한 거래선들도 있었겠지만 무하마드는 그런 문제들을 어떤 식인지는 몰라도 일단 자기 선에서 처리했으므로 보고를 받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진실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직 거래선들의 밀린 미수금만 계속 누적되어 가는 것이 보였던 것입니다.



무하마드

 

캔슬된 제품들이 캔슬 당일 다른 거래선에게 예외없이, 여지없이 팔려 나갔다는 우연의 진실 역시 그런 것이었어요. 무하마드는 수금해서 회사에 입금되어야 할 돈을 그런 식으로 미리 털어 먹었으므로 회사 데이터에 등록된 거래선 미수금액은 대부분 실체가 없는 깡통구좌가 되어 있었습니다.  돈도 수금해 올 수 없고 제품도 회수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죠. 그래서 매번 수금하러 간다고 큰소리 치지만 역시 매번 온갖 수금실패의 이유를 둘러대다가 그런 상황이 2-3개월 지속되어 막판까지 밀리면 내가 심하게 독촉을 해대는 순간 에도의 경우엔 더 이상 어쩌지 못해 사고보고를 하며 이실직고를 하는 반면 무하마드는 그 실체도 없는 물건을 마치 자기가 당일 회수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판 것처럼 조작하여 첫 할부 결재일을 다시 한 달 뒤로 미뤄 버리는 거였어요. 그런 후 그 가공의 거래선이 또 결재일을 차일피일 미룬다는 보고를 해오는 것이 그의 수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거래선들이라는 곳들은 내가 메이를 보내기도 어렵고 길을 찾기도, 차가 들어가기도 힘든 변두리 모퉁이 주소를 가지고 있어야만 했고 역시 같은 이유로 보고된 전화번호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통하는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결국은 들통나지 않을 리 없는 일이잖아요?

 

넌 지금 무리할 상황이 아니니 오늘도 연락이 닿지 않으면 내일부터 내가 직접 일일이 방문해 보겠다. 각 팀장들은 그 사이라도 혹시 이 거래선들 방문하게 되면 제대로 된 전화번호 받아서 나나 메이에게 보고해.”

 

대충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던 상황에서 내가 아침 미팅 당시 이렇게 말하고 나자 목적지를 향해 바로 출발했어야 마땅할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어요. 난 일단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내 방으로 들어가 살짝 바깥을 엿보았을 때 그들은 메이 주변에 몰려 들어 쭈뼛거리며 뭔가 나지막히 속삭였고 메이는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더니 사무실 한쪽 구석 비어있는 방으로 팀장들을 몰고 들어가 버렸어요.

 

전부 다?”

…, 전부 다요.”

 

한 시간쯤 후에 내 방에 들어온 메이가 한껏 격앙된 숨결을 애써 가다듬으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작성해 준 거래선 목록, 12-13군데의 거래선, 그게 전부 다 허구라는 겁니다. 아예 실체가 없는 업체이거나 실재하지만 이름만 빌려온 업체들이라는 거에요. 모두 에도와 무하마드의 거래선들이었어요.  난 기가 막혔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런 예감은 늘 적중합니다.

 

잠시 후 내가 들어가서 직접 물어볼 거야. 12군데 말고 걔네들 거래처 전부 다 다시 확인해 볼 거고.  만약 한군데라도 더 발견되면 오늘 밤은 경찰서에서 조서 꾸미면서 보내야 할 거라고 얘기해.”

 

메이가 다시 끝방으로 들어가 내 얘기를 전하자 사고거래선의 숫자는 40군데 이상으로 늘어나 버렸습니다. 이 친구들은 지적하고 추궁하지 않으면 절대 인정하지 않지요. 그래서 드러난 12군데만 인정하고 입을 씻으려 했던 거에요. 그것만 뱉어내면 그들에겐 여전히 이익인 거죠. 그리고 그 대부분의 사고는 무하마드의 거래선에 몰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도가 그 사이 몇 차례에 걸쳐 이실직고한 유사한 사고들을 모두 합친다면 에도의 문제 거래선들도 무하마드의 것에 근접하는 수치였어요. 약간 겁을 주자 숨기려 했던 거의 대부분의 사고를 스스로 까발리게 되었지만 유도작전성공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게 절대 기뻐질 수 없는 일이죠. 난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너희들에게 못해준 게 뭐 있어? 월급을 안줬어? 커미션을 안줬어? 휴일을 안줬어? 아님 가불을 안해 줬어? 심지어 숙소까지 얻어 줬잖아?  고맙다는 소린 안하더라도 최소한 지킬 건 지켜 줘야 되잖아?  이제 내가 뭘 어떻게 해주기 바래? 경찰이라도 불러 줘?”

 

메이가 한바탕 해대며 수십차례 귀싸대기를 날렸는지 고개를 푹 숙인 두 사람의 양볼이 퉁퉁 부어 있었어요.

 

그래. 맘대로 해. 도망 가! 이 새끼들아!!! 내가 끝까지 쫒아가서 다 깜빵에 처넣어 버리겠어!  ! 이 개새끼들아!! 꺼져 버려!!!!”

 

내가 세게 나가는 건 나름대로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어요. 비록 메이와 깨지긴 했지만 메이가 에도의 두 어머니와 누이들이 사는 곳을 알고 있으니 에도는 절대 도망갈 수 없으리라 확신했어요. 그가 이런 사고를 쳐놓고 무책임하게 도망갈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무하마드는 충분히 도망가고도 남을 놈이었죠. 그러나 그의 경우에도 자티 브닝의 그의 집을 우리 직원들이 알고 있었고 아무 악당이라도 거기 살고 있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을 버리고 도주할 리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결정을 내리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보다 이렇게 밀어 붙이고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들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도 그렇게 겁을 줘서라도 이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기를 바랬지요.

 

그날 난 경찰을 부를까 수십 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와 같았어요. 경찰을 끌어들이는 것은 작은 도둑을 잡기 위해 큰 도둑을 불러 들이는 것이나 다름 아닐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이건 이전에 뚜따나 이완, 아흐맛의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매번 도달했던 결론이었어요. 인도네시아의 경찰은 국민의 편이 아닙니다. 더더군다나 외국인의 편은 절대 아니죠.  광고에서 유명한 탤런트가 모 생명보험은 당신 편이라고 얘기하지만 인도네시아 경찰은 늘 자기들 스스로의 편일 뿐이거든요. 그들이 수사를 시작하면 이런 저런 딜을 해오면서 얼토당토 않은 비용을 요구해 올 것이 뻔했습니다. 더욱이 40군데 거래선의 사고에 대한 증빙을 일일이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수입선, 수입가격, 판매 가격, 거래선, 이익 구조 등까지 적나라하게 까발려야 하기 쉬웠습니다. 경찰한테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에도와 무하마드 두 명 모두 다음 날 아침 정시에 출근했고 무하마드는 자기 아내까지 데리고 왔습니다. 생후 6개월도 안된 아이까지 안고서요. 그의 아내는 조하르 바루의 기숙사에 들어오지 않아 내 계획을 처음부터 망가뜨렸던 사람인데 이런 사건이 터지니 남편을 살리겠다고 나섰던 것입니다. 아이까지 안고 나온 것은 동정심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계산이 있었겠지만 그녀의 통곡과 눈물에선 진심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나와 메이의 발에 입을 맞추며 자지러지는 듯한 무하마드의 눈물은 연기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이 친구들을 내보내더라도 손해에 대한 책임은 어떤 식으로든 지도록 해야 하는데 무하마드는 아무런 대안이 없어 보였고 에도 역시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미 발생해 버린 손해를 보전할 방법이 없었던 거에요. 일해서 갚으라고 해야 하는데 해고해 버린 후엔 다른 곳에서 돈 벌어 갚으라는 건 뻔히 받을 수 없는 외상을 주는 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들이 내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 버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손해를 보전해 받으려면 계속 데리고 있으면서 월급과 커미션에서 사고부분을 매월 일정액씩 정산하는 수 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회개하지도 않은 범죄자를 용서하고 받아 들이는 일은 뇌관이 여전히 살아 있는 시한폭탄을 계속 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이 친구들이 정말 후회하고 반성하는지는 그들의 말과 표정만 보아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죠. 오직 하나님만이 그들 마음 속의 진의를 들여다 볼 수 있으셨겠죠. 그러나 뾰족한 다른 대안도 없었습니다.

 

내가 널 어떻게 하면 좋겠니?”

 

나는 에도를 따로 불러 얘기해 보았습니다.

무하마드는 그렇다 쳐도 에도는 이렇게 사고를 쳐서는 안되는 입장이었어요. 내가 그의 공금유용을 눈감아 준 것이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그 몇 배의 사고를 내버렸고 그것도 이번엔 어설프게 숨기려다가 들킨 것이니 내가 배신감을 느끼는 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어제 메이에게 제대로 싸대기를 맞으면서 터진 입술이 퉁퉁 부어 있었는데 나마저 열받아 주먹을 휘두를 수는 없는 일이었어요.

 

왜 계속 사고를 치는 거야? 도대체 어디에 그렇게 돈이 필요한 거야? 좀 얘기를 해 봐. 혹시…., 데뽁에 사시는 너희 어머니랑 관계된 일이야?”

 

에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어요.

 

월급을 올려 주면 되겠니…?”

 

에도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어요.

난 이 친구가 언제 어느 만큼의 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번에도 그토록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든 이 친구가 만약 차마 입을 열지도 못할 어떤 곤경에 빠져 있는 것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 주겠다고 손을 내밀었던 것인데 에도는 내 손을 잡지 않았습니다.

 

결국 에도와 무하마드의 사건은 두 사람이 거래선별로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자술서를 쓰고 무하마드의 경우엔 그의 아내가 보증인으로서 함께 서명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이들이 쳐 놓은 사고는 그 총액이 장난이 아니어서 1년간 월급과 커미션에서 장기적으로 까나가는 것으로 했고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직원들에게 주고 있던 이런 저런 복지혜택들도 축소했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이 기숙사를 두 달 만에 폐쇄한 것이었습니다. 메이의 임신이 직접적인 이유가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숙사를 얻어 직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려고 내가 노력하던 바로 그 시기에 그 해당 직원들은 회사돈을 뒤로 빼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괘씸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메이가 집주인에게 잘 얘기해서 잔여기간에 대한 임대료를 돌려 받았고 난 메이에게만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을 꽤 넓은 방을 꼬스(Kost)로 따로 얻어 주었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난 직원들에게 외근영업을 시키는 업무형태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무실에서 끼고 앉아 일을 해도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직원들은 딴 짓을 하고 사고를 쳐대는데 외근을 나가 내 시야 밖으로 벗어나 버리는 순간부터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사실을 알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근 직원들은 남녀 한쌍을 한 팀으로 묶어 서로 돕기도 하고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도록 기획했던 것인데 당시엔 대개 여직원들이 오래 버티지 못해 그런 2 1조의 구도가 전반적으로 와해되어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이제 메이의 배가 더 불러오면 곧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될 텐데 난 현장에서 내 눈과 귀가 되어 저 에도와 무하마드를 통제하고 감시해 줄 내 사람들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습니다. 그들이 울고 불며 용서를 빌었다고 해서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믿을 만큼 나도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그건 메이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임신 8개월이 다 되어 가던 어느 날 메이는 반둥의 거래선에서 두 명의 여직원들을 스카우트해 옵니다. 헤르니(Herni)와 엔띠(Enti)라는 이름의 아가씨들이었어요.  메이는 자신이 출산휴가를 내기 전까지 이 두 사람을 충분히 넓은 메이의 꼬스에서 함께 기거하도록 하며 일을 잘 가르쳐 에도와 무하마드에게 전담으로 붙여 두면 리스크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은 물론 매일 밤 퇴근 후 상황보고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모양이고 나 역시 그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 줄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서 계속 내 마음을 괴롭히던 생각이 하나 있었어요.  이 사고를 거치는 과정에서 모든 사고들을 꽁꽁 숨겨 두려 했던 에도가 왜 1월엔 300만 루피아의 공금유용을 자수해 왔던 것일까 하는 게 의문이었어요. 그게 어쩌면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간을 보려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 사건을 간단히 용서해 주었던 내 반응이 에도에게, 그리고 그 곁에서 넌지시 지켜보고 있던 무하마드에게 언제든 말만 잘하면 내가 홀라당 넘어갈 만큼 만만하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죠.

 

'영업직원 활약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업직원 활약사 (11)  (0) 2013.01.02
영업직원 활약사 (10)  (0) 2012.10.17
영업직원 활약사 (8)  (0) 2012.08.16
영업직원 활약사 (7)  (0) 2012.07.16
영업직원 활약사 (6)  (0) 201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