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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자바 돼지요괴 주술 – 쩰렝끄레섹 본문
동부자바의 돼지요괴 – 쩰렝끄레섹
급히 돈을 벌고 싶은데 부정부패로 감옥에 가긴 두려워 재물주술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도 그리 안전한 방법은 아니다. 재물주술은 생명을 비롯한 각종 제물을 요구하므로 더욱 처참한 파국에 이를 수도 있다. 제물을 바치지 않고서 주술을 시전하려면 철저한 금식을 해야 하는 등 그 절차와 조건이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자바에는 재물주술의 명소들이 많은데 성스러운 묘지나 음산한 동굴, 신비로운 나무둥치, 기적의 샘물 등 재물을 ‘하사’해준다고 여겨지는 곳들이다. 각각의 장소에 따라 그 방식은 각각 다르면서도 어느 정도 상통하기도 한다. 족자의 빠랑꾸수모에서 멀지 않은 빤당시게겍 지역 역시 재물주술로 유명한 곳이다. 예로부터 이곳은 뚜율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한 놈을 잡아 데려올 수도 있는데 물론 엄격한 조건이 존재한다.
워노기리의 띠르또모요 지역에 있는 들레삐 까향안 마을에는 권능왕 스노빠티의 성소가 있는데 여러 지방에서 몰려온 순례객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뻐깔롱안의 슬라마란해변, 동부자바 말랑의 ‘만딧원숭이들의 목욕탕’이라 불리는 뻐만디안끄라만딧도 그런 비슷한 성격의 장소들이다. 그러나 재물주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까위산(Gunung Kawi)이다. 이곳엔 금전적 축복을 희구하는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몰려든다.
동부자바에서 바비응예뻿과 비슷한 ‘쩰렝끄레섹’(celeng kresek)이라는 주술이 성행한다. 이웃의 재물을 훔치려는 시전자가 돼지요괴의 도움을 빌어 행하는 주술인데 위험성도 높아 자칫 돼지가 마을사람들에게 잡히면 맞아죽기 십상이고 돼지가 죽으면 그 시전자도 반드시 죽음을 맞게 된다.
도둑돼지를 잡은 마을 사람들
쩰렝끄레섹 주술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브로씨(가명)은 가난한 사람이었는데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사브로씨가 소또(Soto) 스프를 파는 작은 가게를 열었는데 손님들이 줄을 잇더니 얼마 되지 않아 가게는 번창하고 더욱 커졌다. 그렇지만 사브로씨는 여전히 마을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의 사생활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사브로씨가 쩰렝끄레섹 주술을 추종하며 도둑돼지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호기심을 품은 몇몇 사람들이 인근 두꾼에게서 점괘를 봤는데 ‘영적인 눈’으로 상황을 ‘통찰’한 두꾼은 그 소문이 맞다고 맞장구쳐 주었다.
그러던 중 멧돼지 한 마리가 마을에 들어온 것을 주민들이 발견했다. 그 돼지는 자주 눈에 띄던 놈이었는데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늘 사브로씨 집 근처에서 사라져버리곤 했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선 끝에 그 쩰렝끄레섹을 마침내 붙잡았다. 돼지는 단숨에 갈기갈기 찢겨진 후 불태워졌다. 그와 동시에 사브로씨도 집에서 발작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는데 그의 시신이 감쪽같이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사브로씨가 와뚜도돌이라는 지역에서 재물주술을 행했다는 것이다. 동부자바의 반유왕이와 시뚜본도 사이에 있는 산림보호구역에 위치한, 쩰렝끄레섹 주술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 재물주술을 하려는 사람들은 와뚜도돌에서 사흘을 지내며 철저히 금식해야만 한다.
공물로는 옥양목 꽃잎과 향기로운 기름, 그리고 찌마니 토종흑닭의 피 한 사발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 공물들을 그 지역에서 가장 큰 나무 밑둥치에 두어야 한다. 이제 귀신을 부르는 주문을 읽으면 되는데 그 지역에서 대신 주문을 읽어줄 사람들을 구할 수도 있다. 기도가 응답되어 돼지요괴가 눈 앞에 현신하면 원하는 바를 얘기하고 돼지요괴의 타액을 얻어낸다. 집에 돌아와 그 타액을 아직 2차 성징을 보이지 않는 아이의 몸에 바르면 아이는 얼마 후 죽게 되는데 돼지요괴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는 것이다.
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제물로서 죽는 것은 시전자 자신이 된다. 그러나 일단 제물이 바쳐지고 나면 쩰렝끄레섹이 나타나 돈을 구해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다 끝난 건 아니다. 35일마다 매번 찌마니 토종흑닭의 피를 공물로 바쳐야 한다. 털도, 피부도, 벼슬도, 내장도, 다리도, 심지어 달걀까지 새까만 주술용도의 이 찌마니 흑닭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출처 -인도스프리츄얼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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