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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선불복 정국 관전포인트. 본문
인도네시아 대선불복 정국 관전포인트.
5월 21일 새벽 선관위의 기습적인 대선개표결과도 촉발된 21일~22일 선관위(KPU)와 선거감독위원회(Bawaslu)에서 벌어진 자카르타 폭동사태는 8명의 사망자와 800명이 넘는 부상자를 남기고 23일 새벽부터 진정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그 배경을 이루는 복잡한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관련된 인사들이 급히 두드린 계산기의 대차대조표를 잠시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대선불복 헌법소송 제기 (2019. 5.24)
우선 몇 가지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 보면 어떤 부분의 누구를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1. 쁘라보워 진영은11%나 벌어진 득표율 차이를 헌재 불복소송을 통해 정말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2. 5월 22일 대선불복시위를 조직한 것은 분명 쁘라보워-산디아가 전국승리위원회 (BP N)을 비롯한 그린드라당 지지자들이지만 폭동을 주도하고 화염병과 돌을 실어 나르며 총기를 들여와 폭도들중 총상 사상자를 낸 '제3세력'은 과연 누구일까?
3. 조코위 진영과 쁘라보워 진영에 합종연횡한 각 당들과 각 세력들은 어떤 득실이 있는 걸까?
4. 대선을 앞두고 분열한 이슬람세력의 개표결과발표후 입장은 어떤 것일까?
첫 질문에 대해서는 쁘라보워가 대선불복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예측으로 답변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지지자들을 동원해 두 번째 대선에 나온 그의 낙선은 당과 그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급격히 추락시킬 것이고 그를 지지한 정의 복지당 (PKS), 국가의명령당 (PAN), 민주당 등에게 정치적 채무를 갚기 어렵게 되는 거죠. 이제 조코위 진영으로부터 탄압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45.5%의 득표율은 얻은 만큼 차제에 그 세를 보이며 딜을 하려는 것이죠. 그러니 헌재 소송을 시사하면서도 변죽을 올리면서도 마감시간 임박하기까지 접수를 미루고 지지자들과 정국 동향을 살피고 결집을 유도했던 것입니다. 22일 밤 폭동의 절정 때 지지자들의 자제를 촉구했지만 그게 꼭 쁘라보워의 진심이었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그가 대선불복 하는 이유는 결과를 뒤집으려는 것이 아니라 조코위에게 딜을 거는 것이라 보입니다. 불복을 거두거나 결사적으로 결과에 순응하는 대신 정치적 양보를 압박하는 것이죠.
5월 22일 폭동장면. 뒤의 사진은 FPI 수장 리직
폭동에 간여한 제 3 세력과 쁘라보워 지지세력은 동일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누구도 대놓고 그렇게 말하진 않지만 그런 냄새가 강하게 풍겨옵니다. 정부와 정보당국의 테러위험 공지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불복집회를 구성한 것은 그린드라당과 쁘라보워 지지자들이었고 쁘라보워가 역임했던 특전사 코파수스의 전 사령관이 헌재, 대통령궁 포위 등 선동과 불법무기 소지혐의로 체포된 것, 그리고 26일 쁘라보워 진형 전국승리위원회 IT 자원봉사자 코디네이터인 무스토파 나라와르다야가 특수부대가 어린 아이를 고문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체포된 것들이 대략적인 정황을 보여줍니다. 쁘라보워 진영이 불복 시위를 과격하게 몰고갔던 것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란 것입니다.
그 목적은 아예 대선을 무효화시키거나 현 정권에 타격을 줄 목적이죠. 가장 큰 수혜자는 쁘라보워가 될 터이므로 그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그에겐 1998년에도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의혹도 남아있습니다. 24일 기사에 갑자기 IS 동조하는 이슬람개혁운동집단(GARIS)라는 과격 이슬람조직이 부각되는 것은 폭동세력과 쁘라보워진영이 일종의 선긋기를 하며 용의선상에서 빠져나오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유도요노 전대통령은 22일 오전 폭동의 와중에 현재 불법소송을 하겠다는 쁘라보워를 "역사가 그를 민주주의의 옹호자로 기록할 것"이라 추켜세우면서도 다음날 조코위에게 자기 아들 아구스를 보내 재선축하의 덕담을 전합니다. 아구스는 이번 대선에서 쁘라보워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민주당이 밀었던 인물입니다. 지난 세 차례의 총선을 거치며 급격히 의석수를 잃어 쪼그라들고 있는 민국당이 보험을 드는 것이라 보입니다. 유도요노 전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리멸렬하면 그의 최대 약점인 센튜리은행 게이트 수사가 다시 시작될지도 모르니까요.
민주당의 유도요노 전 대통령과 아들 아구스
현직 정치-법무-안보 조정장관이자 1998년 수하르토 하야정국에서 결과적으로 쁘라보워를무릎꿀린 위란토는 군경 수뇌들이 발표해도 충분한 자리에 함께 앉아 폭동배후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위 하누라당은 지난 총선까지만 해도 16개 의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엔 4% 득표에 실패해 원내진입이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가 도래한 것이죠. 쁘라보워는 그와 원수나 다름없는데 원내 의석을 잃은 그로서는 조코위 정권 보위에 더욱 힘을 다하며 쁘라보워를 몰아붙여야 사는 입장입니다. 가장 절박한 사람들 중 한명인 셈이죠.
가운데 위란토 장관. 왼쪽은 통합군 사령관, 우측은 경찰총장
초승달과별의 정당 (PBB) 역시 0.4% 대의 득표율을 보이면서 의석을 얻지 못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쁘라보워를 지지했으나 이번에 조코위 진영으로 선회했는데 PBB는 국회의석을 얻지 못한 대신 뭔가 다른 것을 받아내려 할 것입니다. 마침 유스릴 이자 마헨드라 총재는 법률가이자 헌법전문가이고 메가와티 정권의 법무장관, 유도요노 1기내각의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인물입니다. 당의 지지율은 보잘 것 없어도 개인의 영향력은 대단한 인물이죠. 그는 5월 21일 선관위가 개표결과 발표 당시 조코위 지지진영과 선관위를 대표해 법률적 부분과 불복소송 관련 발언을 한 것이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보이고 있고 이제 헌재에 접수되 불복소송 관련하여 조코위 진영이 법률적으로 가장 의지하게 될 인물이기도 합니다. 오는 10월 조코위 2기 내각에 입각하거나 대통령궁에 영입될 일순위가 된 것이죠. 의석을 얻진 못했지만 그보단 큰 것을 얻게 되기 쉽습니다.
유스릴 이자 마헨드라 전 국무장관
이슬람 사회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현재 라마단 금식월이 진행되는 중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나들라툴 울라마(NU)는 대선에서 조코위를 지지했고 무함마디야는 최소한 중립을 지켰으니(조코위를 지지하진 않았지만) 현 정권과 마찰을 빚을 일은 없습니다. 그들 지도층에서 나온 발언도 폭동와 혼란을 피해 자제하자는 친 정부적 내용입니다. 문제는 FPI로 대변되는 국우 이슬람들이죠. 그들은 쁘라보워를 등에 업고 내내 조코위 정권에 어깃장을 놓을 것 같지만 폭동 직후이고 이둘피트리 직전이니 당장은 조신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 보입니다.
사실상 이둘피트리/르바란 휴무가 5월 30일(목)부터 시작되면서 인도네시아는 6월 중순까지 정치적 휴전상태에 돌입하고 그 사이 휴무기간 동안 정치권에선 치열한 물밑 접촉과 딜이 진행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