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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레본 왕국 공주 구출작전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찌레본 왕국 공주 구출작전

beautician 2019. 4. 8. 10:00

찌레본 왕국 공주 구출작전

 

 


찌레본 왕국

 

찌레본 왕국 데위 아룸 사리(Dewi Arum Sari) 공주의 아름다움은 이웃나라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여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왕자들의 발길로 왕국의 문턱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공주는 그 왕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언젠가 강도를 당할 뻔했을 때 도와주었던 한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는 그녀를 구해준 후 급히 가버렸기 때문에 이름이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도 알 수 없어 공주는 그를 떠올리며 마음을 태우는 나날을 보냈다. 공주가 그 남자에 대한 마음을 부왕에게 얘기하지 못한 것은 왕자를 사위로 얻고 싶어 하는 부왕의 열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거스를 수 없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언제나 좋은 일만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한 거인 위라고라가 그녀를 납치해 간 것이다. 이에 상심한 그녀의 아버지는 누구든 딸을 되찾아 오는 사람은, 그가 여자라면 딸을 삼고, 남자라면 데위 아룸 사리와 결혼시켜 사위를 삼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온 나라 남자들이 앞다퉈 그녀를 구출하려는 경쟁이 벌어졌는데 그중엔 라덴 위라 산티카(Raden Wira Santika)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무술고수로 이름이 높았으므로 경쟁자들은 대체로 그를 경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보상에 눈이 먼 이들은 어쨌든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사이 데위 아룸 사리 공주를 납치한 위라고라는 숲 속에서 라덴 따루린땅(Raden tarulintang)과 조우하고 있었다. 라덴 따루린땅은 끼 따빡 자갓(Ki Tapak Jagat)이라는 도사의 제자로 숲속에 살고 있었다. 그는 위라고라의 손아귀에 잡혀 있던 데위 아룸 사리를 보고 화들짝 놀라 그녀를 구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떠한 타격도 먹히지 않는 위라고라는 라덴 따루린땅의 능력범위를 아득히 넘어서는 상대였다. 그는 오히려 위라고라에게 엉망으로 당해 큰 부상을 입었고 위라고라는 쓰러진 그에게 콧방귀를 뀌며 이내 데위 공주를 자기 거처로 데리고 가 버렸다. 라덴 따루린땅이 숨이 넘어가기 직전 구해준 사람은 스승 끼 따빡 자갓이었다.

 

한편 라덴 위라 산티카와 다른 경쟁드들은 숲 속에 들어가 공주를 찾아 수색을 시작했다. 라덴 위라 산티카는 신속히 데위 공주를 찾아낸 후 다른 경쟁자들을 함정에 빠뜨려 더 이상 경쟁을 속개하지 못하게 하려 했다. 자기 혼자 독주하려는 것이었다.

 

스승 덕택에 라덴 따루린땅은 곧 기운을 차리고 일어났지만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사실 그는 데위 공주를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그녀를 강도들에게서 구해준 사람도 바로 그였다. 그후 그는 그녀를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위라고라와 맞서기 위해 스승으로부터 새로운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는 공주를 구할 일념으로 수련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데위 공주를 먼저 찾아낸 것은 라덴 위라 산티카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위라고라가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무릎을 꿇는 게 아닌가. 사실은 위라고라를 시켜 데위 공주를 납치하도록 시킨 것이 바로 라덴 위라 산티카였던 것이다. 그는 예전에 한번 데위 공주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그녀를 강제로 자신의 처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주를 구하는 자와 결혼시키겠다는 공표를 듣고 경쟁에서 이겨 그녀를 합법적으로 취하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그렇게 되면 데위 공주를 얻으면서 동시에 찌레본 왕국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되는 셈이었으니 크게 남는 장사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데위 공주는 위라고라가 위라 산티카의 충복이란 사실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그녀는 위라 산티카의 아내가 되지 않겠다며 격렬히 저항했다. 위라 산티카가 여러 방법으로 그녀를 회유했으나 여의치 못하자 위라고라의 힘을 이용해 그녀가 강제로 사랑에 빠지게 하려 했다. 위라고라는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강제로 누군가 연모하는 마음을 심는 뻴렛주술이었다. 그 주술은 시전자조차도 풀지 못하는 강력한 것이었고 그 주술에 걸린 여인은 평소 혐오해 마지않던 상대방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 그가 보이지 않으면 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 가는 악랄한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반항하던 데위 공주도 결국 그 주술에 걸려 위라 산티카에게 무릎꿇고 말았다. 이제 그녀는 조만간 위라 산티카의 아내가 될 판이었다. 아버지의 왕궁에서는 결혼식이 준비되고 있었고 위라 산티카는 데위 공주를 말에 태워 왕국으로 금의환향했다.

 

한편 천신만고 끝에 위라고라의 처소를 찾아낸 라덴 따루린땅은 치열한 대결 끝에 상대방을 무릎꿇렸지만 자신이 한 발 늦게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녀를 쫒아 왕국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위라고라는 자신의 뻴렛주술에 걸렸기 때문에 라덴 따루린땅이 결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거라며 비아냥거렸다. 그 술법을 깨기 위해서는 무스티카 울라르(Mustika Ular)라는 보석이 필요했다. 라덴 따루린땅은 위라고라의 면상을 한 번 더 후려 갈긴 후 무스티카 울라르를 찾아 나섰다.


무스티카 울라르는 찌레본 사람들에겐 잘 알려진 보석으로 그걸 가진 주인의 신체를 철저히 방어하는 기능도 가진 마법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도력을 높이기 위해 무스티카 울라르를 찾아나선 사람들은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 무스티카 울라르 보석을 지키는 거대한 뱀은 불붙은 산의 동굴 속에 살고 있었다.

 

그 사이 데위 공주와 위라 산티카는 궁전에 도착했다. 모든 이들이 그녀의 귀환을 환영했다. 하지만 왕의 고문은 위라 산티카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는 위라 산티카가 본국에서도 힘없는 백성들에게 못되게 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만약 위라 산티카가 찌레본 왕국의 왕위를 물려받기라도 한다면 백성들은 더없는 고통을 받게 될 터였다. 그 사실을 국왕에게 알렸지만 국왕은 딸의 구원자를 사위로 삼겠다고 한번 뱉은 약속을 취소할 명분이 없었다. 더욱이 주술에 걸린 데위 공주는 이제 위라 산티카에 대한 사랑에 눈이 먼 상태였다. 결혼식은 사흘 후로 잡혀 있었다.

 

한편 무스티카 울라르를 찾아나선 라덴 따루린땅은 세상의 끝자락 불길한 화산에서 거대한 뱀과 마주쳤다. 무스티카 울라르는 그 뱀의 머리에 박혀있는 보석이었다. 그 보석때문에 뱀의 몸은 거의 완벽한 도검불침 상태였고 아무리 칼을 내리쳐도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라덴 따루린땅은 꼼짝없이 잡아 먹힐 위기로 내몰렸다. 하지만 뱀의 아가리 속은 칼이 먹혔다. 맹렬한 독을 내뿜는 독니 사이에서 위태롭게 칼을 휘두른 끝에 라덴 따루린땅은 입 안에서 바깥으로 칼을 돌려 뱀의 목을 잘라내고 무스티카 울라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제 그는 몸을 추스릴 틈도 없이 다시 말에 올라 왕국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불뿜는 산의 뱀동굴은 왕국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이었고 라덴 따루린땅과 말은 둘 다 지칠 데로 지친 상태였다.

 

사흘은 금방 지나갔다. 위라 산티카와 데위 아룸 사리 공주의 결혼식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국왕은 위라 산티카의 안하무인 행동이 거슬렸지만 신의를 저버리고 약속을 폐기할 수는 없었으므로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그는 그사이 데위 아룸 사리가 뻴렛주술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온갖 방법을 은밀히 동원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제 막 결혼식이 시작할 때 무스티카 울라르를 가진 라덴 따루린땅이 궁전에 들어서자 데위 아룸 사리를 옭매고 있던 주술이 마침내 깨져 버렸다.

 

제 정신을 차린 그녀가 어떤 행동을 했을지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저 자가 마물 위라고라를 시켜 저를 납치했어요. 범인은 위라 산티카였어요

 

음모가 백일하에 드러나자 격분한 위라 산티카가 라덴 따루린땅에게 달려들어 치열한 결투가 벌어졌지만 이런 스토리의 결말이 늘 그렇듯 라덴 따루린땅은 마침내 위라 산티카를 철저히 격파해 무릎을 꿇렸다. 그를 알아본 데위 공주는 기쁨에 겨웠고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국왕은 그 자리에서 신랑을 바꾸어 라덴 따루린땅과 데위 공주 두 사람의 결혼식을 진행했다. 국왕의 사위가 된 라덴 따루린땅은 총리의 지위에 올라 디빠티 아리야 꾸스마(Dipati Arya Kusumah)라는 칭호도 받았다.

 

그 후 둘이 행복하게 살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인드라마유에서 위라로드라와 엔당 다르마에게 쫒겨난 위라고라가 엉뚱하게도 마물이 되어 찌레본 전설에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이 흥미롭다.

 

 

참고자료

http://kisahdanbabad.blogspot.com/2012/08/raden-taruhlintan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