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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민속과 주술

습관적 절도범 즈랑꽁 귀신 (Hantu Jerangkong)

beautician 2019. 3. 28. 10:00

습관적 절도범 즈랑꽁 귀신 (Hantu Jerangkong)

 



자바의 귀신들 중엔 인체의 해골모양을 한 즈랑꽁(jerangkong)이라는 것이 있다.  

언젠가 한번 다루었던 즐랑꿍(Jelangkung)과 발음구조가 비슷해 헷갈릴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즐랑꿍은 분신사바보다 훨씬 고도의 접신이 이루어지는 빙의인형인 반면 즈랑꽁은 완전히 뼈로만 이루어진 생물실 인체 해골모형 형상을 하고 있다. (사진: 빙의인형 즐랑꿍)

 

여러 사이트에서 즈랑꽁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이 친구가 딱히 사람을 놀래키려는 의도가 없는 순수한 놈인 걸 금방 알 수 있다. 단지 계란을 훔쳐가는 나쁜 버릇이 좀 있을 뿐이다. 물론 무시무시한 해골 모습을 하고 있으니 그걸 보고 놀라지 않긴 어렵지만 명색이 귀신 주제에 가끔은 사람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사로잡히기도 한다. 한뚜 쩨멘(Hantu Cemen), 한심한 귀신이라 불리는 이유다. 사실은 사람들을 두려워해 특히 붐비는 장소엔 나타나지 않으니 영화에 흔히 나오는 나쁜 마법사의 막무가내 해골병사들과는 전혀 다르다.

 

놀래키려 하지 않는 귀신이라는 얘기에 좀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즈랑꽁은 원래 그런 놈이다. 사람들은 즈랑꽁이 생전에도 계란도둑이었고 죽어서도 그 짓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보통 인도네시아의 귀신들은 원래부터 정글 속에서 살던 마물들이나 원한을 품고 죽은 이들의 원귀, 이렇게 대충 두 종류로 이루어지는데 원한보다 한참은 급이 떨어져 보이는 계란에 대한 집착으로 죽어서도 귀신이 되었다는 게 좀 별나다 싶다. 그렇다고 즈랑꽁이 노리는 계란은 특정인의 소유이거나 특별한 종류인 것도 아니다. 그냥 일반 계란이다. 그러니 왜 뼈다귀 귀신이 되어서까지 계란을 훔치러 다니는 것일까?

 


즈랑꽁이 학교 생물실 해골모형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러고서 활보하고 다닐 리는 없다. 명색이 귀신이니 흰 연기로 변해 작은 구멍을 통해 닭장이나 무덤 속을 드나드는 조화를 부린다. 그래서 계란을 훔치다 들키면 즈랑꽁은 즉시 달아나 무덤 속으로 숨어 버린다.

 

즈랑꽁은 돈을 훔치는 꼬마귀신 뚜율이나 현실 세계의 계란도둑과는 절도행각의 방식이 많이 다르다. 즈랑꽁은 계란을 훔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곧바로 먹어버린다. 특이한 점은 껍질을 깨지 않은 채 그 안의 내용물만 먹어 치운다는 것이다. 사실 그 정도는 해줘야 귀신답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키우던 암탉이 낳은 알의 속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건 즈랑꽁이 다녀간 것이라 생각한다. 한번 도둑은 영원히 도둑이라고 강변하는 것인지 계란도둑이 죽어서도 즈랑꽁이 되어 생전의 악업을 이어가는 것은 무덤 속에서도 여전히 배가 고프기 때문은 아닐까? 조금 마음이 짠해지는 지점이다.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즈랑꽁이 계속 계란을 훔쳐 먹을 것이고 그 불가사의한 손해는 농가가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다. 시골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마을사람들이 즈랑꽁이 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자의 무덤을 지키게 한다. 이를 위해 구멍 뚫은 빈 야자열매를 그 무덤 구멍에 놓아둔다. 무덤에서 나온 즈랑꽁이 다시 무덤으로 돌아갈 때 연기로 변해 먼저 야자열매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때 빨리 달려가 야자열매의 구멍을 막아 즈랑꽁을 그 안에 가두고 일정한 주문을 외워야 한다. 그런 후 아침이 되면 그 야자껍질이 저절로 깨지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는 구멍 뚫린 손가락 뼈들이 나온다고 한다. 즈랑꽁을 잡으려면 이런 세계의 일을 잘 이해하는 사람(최소한 준 두꾼)과 함께 해야 제대로 포획에 성공할 수 있다.

 


뼈다귀 골격 모양으로 현신하곤 하는 귀신은 깔리만탄에도 있다. 거기서는 빠랑이랑(Parang Irang)이라 불리는데 위에 설명한 내용과 조금 차이가 있다. 즈랑꽁은 계란이나 훔치는 한심한 귀신이지만 빠랑이랑은 금강불괴 신체를 갖게 하는 주술에 사용되는 귀신이다. 빠랑이랑은 깔리만탄 다약족이 가지고 있는 술법으로 사람들 출입이 금지된 깔리만탄 내륙 깊숙한 곳에서 다약족 주술로 악령들을 검은색 해골 형상으로 현신하도록 한다. 빠랑이랑 주술을 몸에 익히면 성인 100명분의 힘을 갖게 되는데 요즘은 주로 현지 범죄조직 보스들 대부분이 이 주술을 접하고 있다. 이는 단지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뿐 아니라 조직의 번창과 수입의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주술을 사용하면 총칼에도 몸이 상하지 않는 능력을 얻게 된다. 이런 금강불괴술을 일무 끄발(Ilmu Kebal)이라 하는데 근세까지도 군인들, 전사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쓰였으며 지금도 깡패들이나 쁘레만(Preman)이라 부르는 동네 형님들이 주로 이 주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뚜율을 부리는 사람이 뭔가 등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처럼 빠랑이랑 주술을 쓰는 사람들도 식별해 낼 수 있다. 이들에게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등에 빠랑이랑 주술을 통해 그를 찾아온 검은 색 해골귀신이 찰싹 달라붙어 있다. 그래서 사람은 그들은 대개 다부진 체격을 가졌지만 어딘가 약간 꾸부정한 모습을 하게 된다. 그에게는 총칼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말도 안되는 강한 힘이 깃든다.  성인 100명 분의 힘 말이다.

 

하지만 등에 달라붙은 검은 해골은 기생충처럼 주술 시전자를 조금씩 갉아먹어 들어간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검은 해골의 힘이 강해져 숙주(주술 시전자)는 더욱 빨리 피폐해지며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생활습관을 갖게 된다.

 


해골 신체를 기본형으로 가진 인도네시아 귀신들은 즈랑꽁과 빠랑이랑 외에도 한뚜 떵꼬락(Hantu Tengkorak-뼈다귀 귀신)이 있다. 떵꼬락 귀신은 인체골격의 뼈다귀가 돌아다니는 것인데 훨씬 키가 커 3미터짜리가 출현했다는 얘기도 전한다. 예전에 전기가 보급되기 전 개천이나 정글이나 대나무 숲에 인접한 마을에서 자주 나타나곤 했다고 한다.

 

떵꼬락 귀신이 나타나면 대나무로 된 집벽을 뭔가 딱딱한 것으로 가볍게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마치 손가락뼈로 대나무 벽을 긁으며 지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 귀신이 가까이 오면 뼈마디가 마주치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즈랑꽁이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것과 달리 떵꼬락 귀신을 만난 사람은 심하게 앓게 되는데 그 손길에 닿기라도 한 부분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목숨을 잃을 만큼 고통에 시달린다.

 

서부 깔리만탄에는 해골 모습으로 출몰하는 한뚜 바나온(Hantu Banaon)이 있다. 이것은 뻐수기한(재물주술)의 일종으로 이 주술을 쓰는 이가 특정한 날 밤에 떵꼬락 귀신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 해골귀신은 헐리우드의 어떤 영화에서처럼 온몸이 불타오르고 있다고 한다.

 

많은 나라들이 해골을 귀신과 연관짓고 있지만 계란도둑 즈랑꽁 귀신 이야기는 사뭇 참신하다. 생각해 보면 옛날엔 계란이 귀하고도 비싼 음식이었을 것이고 속이 차지 않은 계란의 발생은 손해가 될 뿐 아니라 매우 불길한 징조였을 테니 뭔가 불가사의한 존재의 조화라고 받아들여졌음직 하고 즈랑꽁은 그렇게 만들어진 사뭇 작의적인 존재가 아닐까 감히 미루어 짐작해 본다. ()




 

 

 

참고문헌

https://hantupedia.com/benaon-hantu-tengkorak-jerangkong-kalbar/

https://hantupedia.com/parang-irang-ilmu-hitam-yang-memberikan-kekuatan-setara-100-orang/

https://hantupedia.com/jerangkong-hantu-cemen-pencuri-telur/

https://mataketiga.com/2017/02/28/hantu-tengkorak-hidup-dan-jerangk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