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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헌금 봉투

beautician 2019. 3. 24. 10:00



천지를 창조하셨던 하나님....







내가 지금까지 재질이나 디자인, 크기, 내구성이 각각 다른 정말 다양한 봉투들을 모두 사용해 봤지만 역시 그 중 최고 품질은 교회 헌금봉투였어요.

어마어마한 대기업을 이룬 교회들이 적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고급 봉투가 주보에 끼어있는 것을 보면 미안한 마음에 뭐라고 꼭 넣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 테니 말입니다

길고 긴 르바란 연휴로 주보조차 찍지 못할 상황이 되더라도 대충 등사한 주보에 헌금봉투만은 반드시 끼워서 나누어 줍니다.

그쯤 되면 그건 의지입니다. 

그런 정도의 의지가 있어야 재벌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오랜 만에 가방정리를 하다보니 헌금봉투가 여러 장 나왔습니다.  

달러나 영수증을 넣어두는 용도로 쓰고 있었는데 1년이 넘도록 아직도 새 것같은 그 봉투들을 볼 때마다 반드시 헌금을 걷어들이고야 말겠다는 교회의 비장한 의지가 새삼 느껴집니다.

또한 하나님이야말로 지상에 사는 누구보다도 많은 돈이 필요한 분이라는 사실 역시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그 옛날, 말씀 하나로 천지를 창조하셨던 하나님은 왜 이제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을까요?




물론 전락한 게 하나님일 리는 없습니다.


전락한 것은 헌금을 요구하며 잠자리채를 들이미는 교회와 거기 있는 사람들이겠죠.



2019.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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