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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일반 칼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선택

beautician 2018. 5. 9. 11:48

 

 

 

 

내가 사는 자카르타에도 문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문학을 동경해서 서로 만나 책과 독후감을 나누고 독서회를 갖고....그런 것이 참으로 정겹던 동네였습니다.
문인들이 책을 내고 등단하고 협회가 조직되고 다른 조직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그런 정겨운 분위기가 더욱 발전해 나갔다면 정말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해외에 나간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기 위해 비행기를 사람들은 없습니다.
살기 위해 일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고국을 떠난 것이죠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젊은 날의 꿈을 기억해 내고 늦은 나이에 원고지를 꺼내들거나 컴퓨터 워드 프로그램의 프롬프터를 노려보며 손가락을 푸는 겁니다. 

 

그런 순간엔 분명이 벅참이 넘쳐 흐릅니다

 

그건 시인이나 소설가란 타이틀을 따내야겠다는 욕망이 아닙니다. 그저 꿈이고 그리움인 거에요. 그렇게 써서 보낸 글로 상을 타게 되리라고 기대는 할지언정 지나면 그런 보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생업에 파뭍히고 마는 것이 해외에서 틈나는 대로 쓰는 사람들의 삶입니다

그래서 한국 문단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하여 올해로 20회차를 맞은 재외동포문학상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교민들, 동포들에게 더없는 동류의식을 느낍니다. 해외에서 수년, 수십년을 살며 일해온 끝에 어느날 골방에서 밤을 지세워 글을 이메일에 실어 보내는 마음은, 비록 글의 수준이, 단어의 선택이, 감성의 깊음이 본국의 내로라 하는 문인들, 문예지망생들에 아득히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없이 애틋하고 소중한 시도라도 생각하기 떄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날 그들이 누리게 당선의 기쁨을 '네가 받은 상은 한국 지방문예지 발가락의 떼만큼도 권위가 없어'라는 말로 훼방받아서는 안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문인들은 기어이 수상자 앞에 다가와 '그런 상은 쳐주지도 않아. 문학은 완성도가 없어'라는 말을 잔인하게 해대고야 마는 것이죠. 났습니다.

한국의 문인들이 쳐주던 발가락 떼만도 여기지 않던 난 재외동포문학상같은 비문인들이 주최하고 비문인들이 응모하는 문학상이야말로 정말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소간 거기엔 등단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의 탐욕이나 인맥, 학연, 사제관계 등을 통한 장난질이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외동포문학상은 대한민국 외교부 산하에서 관장하는 것이니 그 어떤 문예지나 신춘문예의 문학상보다 더욱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일부 정식 프로 문인이란 사람들이 등단지망생들의 희망을 단번에 환멸로 바뀌어 버리는 행태와 말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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