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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어떻게 생각하나요?

beautician 2017. 12. 14. 14:51


많은 의견을 듣고 싶어 이 글을 인도웹에 올렸습니다.

 

미국이나 서구와 달리 인도네시아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발령받았거나 돈을 벌러 온 사람들입니다.

물론 꿈을 쫓아 온 사람들도 있겠고  현지문화에 감복했거나 아빠가 발령받아 어쩔 수 없이 끌려(?) 온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여전히 주류는 일하러 온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단기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일부 붙박이로 인도네시아에 사는 사람들도 있고 그중엔 현지에서 사업에 크게 성공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현지에서 성공을 거둔 사업을 유지하고 그렇게 획득한 자산과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현지국적을 취득하는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 누구도 하루 빨리 인도네시아에 귀화하겠다는 마음 먹고 인도네시아행 비행기 타는 사람들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필요한 사유들이 생겨 현지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결코 손가락질 받을 행위가 아닙니다.

 

오래 전 인도네시아인들과 결혼한 한국인들을 어느 정도 경멸하고 한참 아래로 봤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젠 그런 분들이야말로 교민들이 현지에서 겪는 불이익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앞으로 동포사회를 여러 면에서 이끌어 나갈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미 중추적 역할을 하는 분들이 현지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도 긍정적인 측면을 갖는다 하겠습니다.

 

그렇게 사업에 성공해 동포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모임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인회입니다. 물론 요즘은 그 산하에서 벗어나 한인회와 어깨를 나란히 한 상공회의소도 있습니다. 왜 벗어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분들 대부분은 위와 같은 사유로 현지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입니다. 한국에 대한 애국심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인도네시아 여권을 가지고 다니는 인도네시아 시민들인 것이죠. 그래서 태반이 인도네시아인들로 이루어진 조직이 '한인회'라는 게 어딘가 매우 어색해 보입니다.

 

물론 절대 비난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정몽준씨가 버스비 모르는 걸 비난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성공한 사업가들의 모임이 동포사회의 소시민들, 그 사회의 바닥을 이루는 사람들(어디에나 바닥이란 게 있고 그게 없으면 건물도 조직도 서지 못합니다. 그러니 바닥은 매우 중요합니다)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대변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보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해서 그게 당연시 되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그렇고 말고요.

 

그래서 인도네시아 국적을 갖게 된 훌륭한 분들이 아직 한국국적을 가지고 현지에서 외국인으로서의 불이익을 온몸으로 감수하고 있는 한국국적 동포들의 입장을 100%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당연한 일은 아니죠.

 

하지만 한인회가 동포사회 저변을 이루는 저 바닥의 한국국적 동포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도 아니고 당연한 일도 아닙니다. 

그건 심각한 일 아닌가요?

그렇다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되어버린지 꽤 오래된  셈입니다.

 

 한인회는 인도네시아 한인동포사회의 목소리와 경향성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을까요?

 만약, 혹시라도, 세상에나 절대 그럴리 없지만,  만의 하나라도 그렇지 않다면 그 목소리와 경향성을 대변할 또 다른 단체나 조직의 출현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찾아온 건 아닐까요?

 

2017년이 저물어가는 이 시기에,

그리고 한 시대가 이미 저물었어야 하는 이 시기에 이런 질문에 대한 많은 분들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한인회 문제 있으니 없애자는 말 아니지만 아무래도 돌 맞겠죠? 



2017.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