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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는 왜 버림받았나?

beautician 2017. 11. 10. 12:00


찬송가는 왜 버림받았을까?






교회만큼 음악이 넘쳐나는 곳은 꽤 드물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음악이란 대개의 경우 찬송이 대세입니다. 최소한 전엔 그랬습니다.

 

물론 지금이라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 '찬송'이란 말은 최근 상당부분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찬양' '가스펠송' 그리고 최근엔 그 의미가 사뭇 애매한 '워쉽' 등으로 용어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워쉽(worship)은 예배란 뜻인데 말입니다. 요즘도 성서 뒤엔 찬송가 한 권이 부록처럼 붙어 나오는데 정작 큰 교회들은 이제 그 찬송가 부분을 펴보지도 않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예전엔 일요일 예배 때마다 최소한 찬송가 네 편쯤은 기본으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 예배 시작할 때와 끝날 때, 헌금주머니 돌릴 때, 그리고 찬송가 부르는 순서 자체도 별도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찬송가를 접하는 것은 성가대가 편곡된 찬송가를 불러줄 때 뿐입니다.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이라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쓰이지만 찬송은 하나님의 노래가 아니어서 몰락하고 만 것일까요?

 

그런 것을 트랜드라 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사는 세상인 이상, 교회 역시 시대와 취향의 변화에 따라 취사선택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찬송가는 '낡은 것'이 되어 도태되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다아윈의 종의 기원은 그 이론적 과학적 기반이 좀 의심스러운 이론인 것 같긴 하지만 찬송가는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해 워쉽과 찬양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과정에 걸쳐버리게 된 것이죠.

 

찬송가는 낡은 것일까요?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얼마나 은혜롭고 찬송가 곳곳에 등장하는 그레고리안 챈트의 정교한 화음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지금도 백발이 성성한 목사님들이 가끔 설교중에 옛 찬송가를 군가처럼 부르며 감동에 젖고 영화 타이타닉에서도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송이 침몰해 가는 여객선 갑판에서 아직도 울려퍼지는데 왜 찬송가는 버림받고 만 것일까요?

 

요즘의 대세는 예배를 시작할 때 옛날처럼 엄숙하고 장엄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찬양팀이 나가 드럼과 전자오르간과 전자기타로 이루어진 밴드의 음악에 맞춰 마치 대중가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워쉽팀'이 분위기를 띄우는 식입니다. 그들의 율동과 기계음이 교회의 강단을지배하고 내가 너희들을 예배에 몰입시키고야 말겠다는 명백한 의도가 곡 선택의 배경에 분명히 깔리는 그런 추세 속에서 찬송가가 버려진 것입니다. 찬송가는 더 이상 찬양팀의 율동에 맞춰 통기타와 전자밴드가 연주하기엔 '무거운' 음악, 낡은 음악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게 뭔가 특별히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나 역시 낡아버린 사람이기에, 어린 시절 정말 너무나 즐겨 불렀던 찬송가의 퇴출이 못내 아쉬울 뿐입니다.

 

그리고 고대의 종교라 말해도 손색없을 6천년 전 천지창조의 하나님과 2천년전 유대땅에서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믿는 기독교가 대부분 불과 2백년도 되지 않은 찬송가가 낡았다며 퇴출시키는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컬 합니다.

 

수천년 된 그 종교가 낡았다며 퇴출시키려 하면 수백년 전에 무덤 속으로 들어간 십자군을 오늘날 다시 일으켜 세우고도 남을 기독교가 말입니다.

 

그 옛날 아브라함 시대의 예배란 광야에 단을 쌓고 소나 양의 각을 떠서 불로 제사를 올리는 것이었지만 오늘날의 교회가 말하는 '제단'엔 강단과 십자가만 놓여있지 제사 지낼 제단은 커녕 가스곤로 하나 올라가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교회에서 찬송가란 화석으로만 남아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2017.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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