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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산을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했는데 고3때 체력장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대학시절 ROTC 입단을 앞두고서도 달리기 연습을 좀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무릎이었어요. 연골인지 인대의 문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조금 무리했다 싶으면 며칠씩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무릎이 아팠습니다. 땅을 짚으면 무릎 슬개골 안쪽에서 통증이 엄청났어요. 당시 아버지는 어디서 야메 의사를 몇 차례 불러와 바늘이 길다란 주사기에 담긴 정체불명의 약물을 슬개골 밑으로 주사했는데 그 덕인지 아닌지 ROTC 생활 시작한 후 군시절엔 무릎이 잘 버텨주었습니다. 자대에서는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하는 걸 느끼게면서 저녁 5시 일과가 끝나면 내 숙소가 있는 멸공관에서 제3땅굴까지 왕복 8킬로를 매일 뛰었습니다. 5시에 출발해 땅굴..

동반성장 내가 근무했던 멸공관의 정식명칭은 ‘안보통제부’라는 곳이었는데 이름만 봐서는 무슨 정보부서 같은 이 부대가 하는 일은 임진각에서 자유의 다리를 건너 GOP 지역으로 들어오는 안보관광객들을 안내해 멸공관에서는 안보전시관과 10분짜리 반공영화를 보여준 후 도라전망대와 제3땅굴을 견학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JSA에서 연락장교가 나와 우리 관광팀을 인수해 판문점을 데려가는 경우도 있었고 순서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왔는데 특히 국군의 날 전후엔 수행 보좌관들을 거느린 각국 장군들과 국방장관들로 브리핑룸이 가득 찼고 평소에도 훈련함을 타고 온 각국 해군사관생도들, 각국 장차관들도 적잖게 찾아왔습니다. 당시는 전두환의 5공에서 노태우의 6공으로 넘어가던 시기..
동숭동 9평짜리 서민아파트에 살던 은이를 처음 만난 건 중3때였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새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오빠와 살던 은이는 얼굴이 희고 눈매가 똘망똘망한 작고 귀여운 아이였지요. 어느 날 한 TV 연속극에서 김혜자씨가 화상을 입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음날 내내 그 앤 ..
임진강 블루스 1. 내가 근무했던 제 1사단은 전두환 전대통령이 사단장으로 있었던 곳입니다. 그를 직접 모셨던 당시 면역 직전의 고참 상사와 준위들은 그가 대단한 분이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하지 않았다면 그는 10.26 사태로 야기된 혼란한 정국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