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인도네시아어 5

잊을 수 없는 첫 커피

잊을 수 없는 첫 커피 자카르타에 부임하기 몇 해 전 딱 한 번 인도네시아에 출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였던 그 당시 난 인도네시아에 대한 터무니없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발리의 새하얀 백사장을 사진으로만 몇 번 보았는데 상상 속에서는 그 평화로운 낙원이 지리학적 사실과는 아무 관계없이 자바섬 남부해안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고 늘씬한 서양 미녀들이 손바닥만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듯 안입은 듯 해변에서 선탠하는 장면을 머리 속에 그리다가 나도 모르게 흘러내린 입가의 침까지 훔치며 출장출발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인디아나존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거지와 행상들이 활주로까지 몰려나와 트랩에서 내리는 여행객들을 에워싸는 자카르타 공항을 상상하기도 했고 그곳 주민들이 아침마다 타..

매일의 삶 2021.12.08

이상한 논리

이상한 논리 인니 4년 차에 접어든 사람에게 왜 인니어를 배우려 들지 않느냐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합니다. "난 한국에서 이 산업분야에 예술이라 불릴 정도 경지를 쌓았소. 그런데 영어도 아니고 고작 인도네시아어 같은 하급 언어체계를 배워 내가 쌓은 경지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배우지 않은 것이오." 그는 그 한 마디로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는 모든 한국인, 아니 모든 외국인들을 한 큐에 보내버렸습니다. 어떤 단어의 사전적 의미란 가장 비현실적 의미일 수 있습니다. 언어는 사고와 철학, 습관,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것입니다. 처음 인도네시아 왔을 때 창고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놈들처럼 자존심 강한 놈들은 본 적이 없어. 저놈들은 뭘 몰라도 tidak tau라고 하는 법이 없어. 꼭 K..

매일의 삶 20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