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빨라식 6

[무속과 괴담 사이 (12)] 자바의 굴러다니는 머리통 귀신

12. 자바의 굴러다니는 머리통 귀신 목 밑으로 내장들을 매달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산모와 태아를 노리는 머리통 귀신들은 지역에 따라 빨라식, 꾸양, 뽀뽀, 레약 등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특이한 외관에 긴 혀를 채찍이나 빨판처럼 사용한다는 인상착의가 일관되고 낮에는 인간사회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섞여 지내다가 해가 지고 나면 머리통이 몸에서 분리되어 날아오른다는 행동방식까지 동일해 모두 같은 종류일 것이라 여겨집니다. 전편에서 기술한 것처럼 이들은 비단 수마트라, 깔리만탄, 술라웨시, 발리 등 인도네시아 도서들뿐 아니라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도 각각 압, 말라이, 뻐낭갈, 크라슈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깃들어 있습니다. 필리핀의 마나낭갈은 목이 아니라 허리 부분이 끊어지면서 상체만..

[무속과 괴담 사이 (11)] 머리통 귀신들의 미스터리

머리통 귀신들의 미스터리 빠당(Padang), 뿌낏띵기(Bukittinggi) 등 서부 수마트라를 아우르는 미낭까바우(Minangkabau) 지역은 전통과 관례를 의미하는 아닷(adat)이 가장 강한 곳입니다. 이 지역의 가장 특이한 전통은 모계사회라는 것이지만 여성이 부족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혈통을 따라 재산이 상속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상속받은 재산을 내 누이 쪽 가족들이 관리하게 되고 누이가 없으면 외삼촌들에게 뺏기기 쉽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여성을 부인으로 들이느냐가 중요하다 보니 신랑이 거액의 지참금을 들고 가 힘있는 가문의 여인을 아내로 맞아 오기도 하고, 미낭까바우 남자가 다른 부족, 예를 들어 버타위(Betawi-자카르타 지방) 여인과 결혼해 아들을 낳으면 그 아이..

서민들에게 친근했던 원귀 – 순델볼롱(Sundel Bolong)

서민들에게 친근했던 원귀 – 순델볼롱(Sundel Bolong) 무엇이든 차고 넘치면 자연적으로 비교 분류작업이 시작되고 그중 힘차게 가지를 치고 뻗어나간 부분들은 홀로서기를 시작하여 스스로 일가를 이루거나 때로는 시들어 무너지고 잊혀져 버리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체계'라는 게 잡혀 상황이 대충 정리되는 거죠. 물론 그 정리된 상황 역시 정반합의 과정 속에 있으므로 또 다시 다른 모양과 성격으로 발전하고 갈려 나가고 전이되고 부식부패되어 붕괴되면서 또다음 단계를 향해 진화해 나가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개신교의 분파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신교 자체도 애당초 카톨릭의 분파였지만 거기서 가지를 친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