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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에게 친근했던 원귀 – 순델볼롱(Sundel Bolong) 본문
서민들에게 친근했던 원귀 – 순델볼롱(Sundel Bolong)
무엇이든 차고 넘치면 자연적으로 비교 분류작업이 시작되고 그중 힘차게 가지를 치고 뻗어나간 부분들은 홀로서기를 시작하여 스스로 일가를 이루거나 때로는 시들어 무너지고 잊혀져 버리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체계'라는 게 잡혀 상황이 대충 정리되는 거죠. 물론 그 정리된 상황 역시 정반합의 과정 속에 있으므로 또 다시 다른 모양과 성격으로 발전하고 갈려 나가고 전이되고 부식부패되어 붕괴되면서 또다음 단계를 향해 진화해 나가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개신교의 분파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신교 자체도 애당초 카톨릭의 분파였지만 거기서 가지를 친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몰몬교, 제 7일 안식교 등은 물론 거기서 다시 갈래를 쳐 수백 수천 개의 별도 교단들로 세분되어 갔고 그건 유일신 사상을 기저에 깔고 있던 기독교가 마치 그 교단들 수만큼 수백 수천의 잡신들로 이루어진 종교인 듯한 인상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물론 그게 개신교만이 갖고 있는문제는 아니죠. 뭐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귀신들은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방향으로 정리되어 가는 듯 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만큼 그들의 토착신앙에 기인한 신과 악마의 이야기들이 지역적으로 유구하게 전승되어 내려오다가 고대왕국들이 통합과 분열을 반복한 끝에 오늘 날의 인도네시아가 성립된 후 그 지역적 전승들이 서로에게 노출되면서 상이한 부분들은 때로 더욱 상반된 방향으로 발전해 명확한 차이점들을 부각시키기도 하고 또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언젠가부터 상당한 유사점들을 포함하며 융합되는 사건들도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그 일례로 수마트라 미낭까바우(Minangkabau)의 귀신 빨라식(Palasik)과 깔리만탄의 꾸양(Kuyang)은 매우 유사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머리만 둥둥 떠다니며 피를 빨아먹는 귀신이에요. 태아나 갓난아기를 잡아 먹는데 특히 빨라식은 출산 중 죽은 갓난아기의 무덤에 파고 들어가 포식하기도 한답니다.
머리만 떠다니는 귀신은 비슷한 형태가 한국의 달걀귀신이나 일본의 누케구비 등을 비롯, 다른 나라에도 있는 것 같지 꾸양이나 빨라식은 그림과 같이 목 밑으로 폐나 창자 같은 내장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독특합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귀신은 비단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다른 나라들에서도 발견되는데 이 귀신을 말레이시아에서는 뻐낭갈(Penanggal)이라 부르고, 태국에서는 크라슈에(Krasue), 캄보이다에서는 압(AP – 이상 발음이 맞는지에 대해선 자신없음)이라고 부릅니다.
자바지역의 바나스빠띠(Banaspati), 끄마망(Kemamang), 구눙끼둘(Gunung Kidul)지역의 뿔룽간뚱(pulung gantung) 같은 귀신들도 각각의 고유한 특징들이 존재하지만 흔히 공중을 돌아다니는 불덩어리 같은 도깨비불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이들도 몇 세기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간의 상관관계가 성립되고 에피소드가 교류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체계가 갖추어지겠죠.
그런 과정을 통해 꾼띨아낙처럼 하나의 통일된 관념이 성립된 전국구 귀신이 되면 다시 분파가 나뉘듯 유명한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지역별 간판스타들이 나서게 되는데 전에 언급했던 안쫄다리의 씨티아리아의 유령이나 카사블랑카터널의 붉은가운 여자귀신이 대표적이고 다리가 잘려 자카르타 시내 찝또망운꾸수모병원에서 오늘도 밤마다 배로 기어다니는 간호사 귀신 수스터르응예솟(Suster Ngesot), 얼굴에 눈, 코, 입이 없는 여인 ‘한뚜 무까라타’(Hantu Muka Rata) 등의 선수들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런 꾼띨아낙의 대표선수들 중 자바지역의 전설에서 등장하는 순델볼롱(Sundel Bolong)은 임신중 겁탈당해 생매장 당한 무덤 속에서 아기를 낳는다는 스토리의 전개상 꾼띨아낙과 많이 닮아 있으면서도 결정적인 차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긴 머리칼로 덮일 듯 말 듯한 등 부분에 등뼈와 내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는 점입니다.
순델(Sundel)이란 창녀를 뜻하는 자바어, 볼롱(Bolong)은 '구멍'이라는 뜻입니다. ‘몸에 큰 구멍이 난 창녀’라고 번역될 만한 단어의 조합입니다.
까라왕(Karawang)지역 출신으로부터 들은 순델볼롱의 전설은 자바의 한 국왕이 아름다운 후궁을 맞이하면서 시작하는데 그 여인이 덜컥 왕의 후사를 임신하여 정실인 왕비의 불타는 시기심에 기름을 붓는 장면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왕비는 용한 두꾼을 불러 들여 후궁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산뗏저주를 겁니다. 출산하던 날 아기가 난산 끝에 산모의 등을 뚤고 나오도록 했던 것입니다. 처참한 죽음을 맞은 후궁이 귀신이 되어 돌아온 것은 그녀의 사인이 있어서는 안될 비자연적인 방법에 의해서였기 때문입니다. 마치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리거나 늑대인간에게 물려 죽으면 그 천리를 어긋난 죽음의 방식 때문에 피해자 자신이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 되어 돌아온다는 서양의 믿음처럼 말입니다. 등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그녀의 원혼을 순델볼롱’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물론 왕후입장에서는 그 후궁을 ‘창녀’라 부르고 싶었을 만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참작되는 바 이 호칭을 누가 작명했는지 역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왕은 밤마다 찾아와 왕궁이 떠나가도록 간드러진 꾼띨아낙의 웃음소리를 웃어대는 그 귀신이 사랑하던 후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때마침 국왕을 찾아온 영험한 울라마는 그 원혼이 급기야 왕국에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가져오게 될 것임을 예언했지만, 간절히 도움을 구하는 국왕의 요청을 뿌리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순델볼롱과 마주친 울라마는 순델볼롱의 정수리에 거다란 나무못을 박아 넣습니다.
그건 훗날 빠꾸 꾼띨아낙(Paku Kuntilanak – 원혼의 대못)이라 불리게 되는 것인데 인도네시아인들은 그렇게 여자원귀의 정수리 어느 일정지점에 대못을 박아 넣으면 귀신이 더 이상 조화를 부릴 수 없도록 능력을 제한하고 원혼을 사람처럼 실체화하여 구속하고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머리에 못이 박히 순델볼롱은 음산한 원혼의 기운이 가려지며 예전의 그토록 아름답던 후궁의 모습으로, 완전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가히 환생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의 시점일 뿐이었습니다. 비록 시전자의 능력에 묶여 말하는 바대로 순순히 따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본성은 여전히 꾼띨아낙이었으니까요. 그녀의 정수리에 박히 대못이 그 본성을 짓누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국왕으로서는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후궁이 그렇게 울라마의 도움으로 예전의 아름다웠던 모습 그대로 다시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국왕은 그녀를 다시 맞아들여 총애했고 왕궁과 왕국에는 다시 평화가 돌아왔습니다. 왕후만 빼고서 말입니다. 왕궁의 축제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후궁의 섬뜩한 눈빛에 왕후는 오금이 저리도록 무서웠습니다. 그녀가 예의 두꾼을 호되게 질책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두꾼 역시 한 번 죽였던 후궁을 얼마든지 다시 죽일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만 했습니다. 그녀가 귀신 순델볼롱으로 되돌아간다면 국왕은 더 이상 그녀를 총애할 리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계략과 술법을 발휘한 끝에 두꾼은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후궁의 정수리에서 대못을 뽑아내고 맙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일들은 두꾼이나 왕후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원래의 무시무시한 순델볼롱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주저도, 미련도 없이 그녀의 원한을 왕궁에 철저히 쏟아 붓기 시작했고 예전 울라마가 예언했던 것과 같이 그렇게 파국으로 치닫는 왕국의 운명도 크게 기울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능력있는 두꾼들은 꾼띨아낙의 머리에 대못을 박아 자기 수하로 부린다는 얘기가 있고 빠꾸 꾼띨아낙이란 제목으로 몇 년 전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순델볼롱은 그 영화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순델볼롱의 얘기는, 물론 이 까라왕에서 들은 전설과는 사뭇 다릅니다.
Sundel bolong berupa sosok wanita yang punggungnya berlobang. Jika kita berhadapan, baunya sangat wangi, tapi kalau beliau berbalik badan, akan menebarkan bau busuk dan amis. Ia suka berkeliling di tempat-tempat ramai. Suka membujuk para pria berhidung belang untuk berhubungan sex. Konon, ia adalah bekas tandhak, ledhek, penari, atau WTS yang mati secara mengenaskan, akibat disia-siakan laki-laki hidung belang itu juga. 순델볼롱은 등에 구멍이 난 여자귀신이다. 마주 볼 때엔 향기가 풍기지만 등을 돌렸을 때엔 썩은 비릿내가 진동한다. 순델볼롱은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자주 출몰하고 바람기 있는 남성들을 홀려 성적인 관계를 맺으려 한다. 순델볼롱은 댄서, 또는 창녀로 묘사되며 바람둥이 남자들에 의해 비극적으로 살해된 원혼이다.
Menurut kepercayaan masyarakat setempat bahwa hantu ini bisa diubah menjadi manusia dengan syarat melakukan ritual dan menancapkan paku tepat di atas ubun-ubunya. Alhasil barang siapa yang menikahinya maka secara tiba-tiba orang yang menikahinya bisa kaya mendadak. 민간의 믿음에 따르면 일정한 조건 하에서 정수리 일정 부분에 대못을 박아 이 원혼을 인간이 되도록 할 수 있으며 순델볼롱과 결혼하면 단기간에 부자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
흥미롭죠? 또 다른 곳에선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Sundel bolong dalam mitos hantu Indonesia digambarkan dengan wanita berambut panjang dan bergaun panjang warna putih. Digambarkan pula terdapat bentukan bolong di bagian punggung yang sedikit tertutup rambut panjangnya sehingga organ-organ tubuh bagian perut terlihat. Dimitoskan hantu sundel bolong mati karena diperkosa dan melahirkan anaknya dari dalam kubur. Biasanya sundel bolong juga diceritakan suka mengambil bayi-bayi yang baru saja dilahirkan. 순델볼롱은 전설에 따르면 머리칼이 길고 흰색 긴 가운을 입은 귀신으로 등에 큰 구멍이 뚤려 있는데 비록 긴 머리칼로 일부 가려져 있긴 하지만 몸 안의 내장들이 들여다 보인다. 순델볼롱은 겁탈당한 끝에 살해당했고 무덤 속에서 아기를 출산한다. 그래서인지 갓난아기들을 납치해 가곤 한다.
그래서 자바지역의 많은 부모들이 갓난아기의 머리맡에 코란이나 야신의 편지를 놓아두곤 하는데 그것은 순델볼롱이나 꾼띨아낙들의 접근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의도이기도 합니다.
한편 순델볼롱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귀신이어서 등의 구멍을 매우 부끄러워해 자신의 머리칼로 덮어 가리려 무척 애를 쓴다고도 하며 남자가 자신의 유혹을 거절하면 격분하여 그 남자의 고환을 떼어가 버린다고도 합니다. 갑자기 소름이 돋습니다. 또한 순델볼롱은 야간에 한적한 곳을 홀로 걸어가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그런 여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성추행범들의 타겟이 되기 쉬운데 순델볼롱의 전승은 그런 남성들에게 공포감을 주어 시골이나 숲길을 부득이 혼자 다녀야 할 여인들을 납치나 겁탈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도 다분히 품고 있었다고 여겨집니다.
순델볼롱의 얘기는 관련된 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1981년 시스워로 가우타마뿌뜨라 감독(Sisworo Gautama Putra)과 2007년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Hanung Bramntyo)에 의해 제작된 ‘술델볼롱의 전설’(Legenda Sundel Bolong) 두 편이 가장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수잔나(Suzzanna)가 주연한 1981년작을 더 좋아합니다. 수잔나는 당시 종교적, 또는 전통적 사고환경에서 다른 여배우들이 귀신역을 꺼리던 상황에서 수십편의 공포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명실상부 인도네시아의 호러퀸으로서의 8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였는데 그 독특한 분위기의 눈빛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1942년생인 수잔나(본명 - Suzanna Martha Frederika van Osch Nathalia) 는 자바, 마나도, 독일, 네덜란드의 피가 섞인 혼혈로 보고르(Bogor)에서 태어났습니다. 1950년부터 ‘피와 기도’(Darah dan Doa) 같은 영화에 아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지만 1980년대에 그녀 배우인생의 절정을 맞습니다. 그녀는 그 당시 제작된 호러영화 거의 대부분의 주연을 꿰어 찼는데 카톨릭인 그녀는 실생활에서도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신비로운 의식을 행했다고 전해집니다. 쟈스민꽃잎을 생것으로 먹기도 하고 주변에 뱀들을 가까이 두기도 하고 여러 목적의 금식도 행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비단 그녀의 직업적 성공을 기원했던 측면도 있었겠지만 당시 잇단 성공을 거두었던 호러영화출연으로 두꾼들에 의하면 그녀의 악화된 인과율과 임박한 저주를 피하기 위한 의식이었다는 측면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후에도 영화는 물론 많은 부분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그녀는 2008년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순델볼롱의 얘기들을 읽다 보면 기묘한 부분과 접하게 됩니다. 순델볼롱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부분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부분에서도 순델볼롱과 결혼하면 바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힘을 빌어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되려는 주술적 시도를 인도네시아에서는 뻐수기한(pesugihan)이라 부릅니다.
순델볼롱을 통한 뻐수기한은 순델볼롱으로 인해 뭔가 손해를 보게 되면 그 이상의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원한과 관련없는 일반 상인들에게는 ‘좋은 친구’같은 시점도 존재합니다. 순델볼롱은 그들에게는 관대한 마음을 가져 작은 노점이나 작은 상점들을 돌며 많은 음식을 그 자리에서 시켜 먹곤 하는데 그 대가로 내미는 적잖은 돈은 실제 돈일 경우도 있고 때로는 나중에 나뭇잎으로 변해버린다고 합니다. 어쩌면 나뭇잎은 귀신들 사이에서 공인화폐로 쓰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음식을 먹고서 노점을 떠나는 여인의 등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고 상인들은 그녀가 순델볼롱임을 알게 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 나면 그 후 한동안 그 노점은 우연의 일치인지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인적이 뜸한 한 밤 중까지도 주인의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북적거리며 호황을 누립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보다 4-5배 비싼 가격으로 팔아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큰 돈으로 음식값을 치루는 손님들은 왠일인지 거스름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루에 100명 이상의 손님에게 음식을 팔게 된다는 아주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와 있더군요.
(출처 : http://tetesembunsubuh.blogspot.com/2013/08/makhluk-halus-sundel-bolong.html)
1981년 영화 순델볼롱의 전설(Legenda Sundel Bolong)에서도 노상 그로박(Grobak – 말하자면 포장마차)에서 대량의 사떼(꼬치구이)와 소또(코코넛과육을 기반으로 한 인도네시아 전통스프)를 사먹는 순델볼롱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P_ybpcu9FRQ)
물론 재산증식을 위해 예로부터 순델볼롱을 주술적으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순델볼롱에게 재산증식을 기원하는 뻐수기한의 주술을 사용한 이들의 영혼은 훗날 그들이 죽은 후 순델볼롱의 하수인이 되어 영겁의 세월을 보내야 합니다. 이 주술을 사용하는 자들은 비록 아름다운 여인이라 할지라도 얼굴에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고 하며 그들의 사후 뻐수기한 주술을 사용했다는 징후가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데 시신을 닦을 때 그 등에 커다란 원형의 멍 같은 검은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그 검은 원은 그 시신을 매장하거나, 매장 후 사람들이 무덤으로부터 40걸음을 떼는 시점에 커다란 구멍으로 변합니다. 바로 그 순간 그 시신은 순델볼롱귀신의 형상으로 변하여 그녀를 위해 복무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물론 누가 매장된 시신의 등에 그 시점에 구멍이 나고 귀신으로 변하는 걸 어떻게 확인했을까요?) 순델볼롱의 뻐수기한 주술로 모은 재산은 그 주술자가 죽으면 급속히 줄어들거나 장롱 안에 숨겨둔 패물들이 구더기더미로 변하는 등 사라져버린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일평생 재물을 누리기 위해 순델볼롱귀신과 같은 영적존재와 맺은 계약은 그 파국적 결과를 피할 수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영험한 두꾼들은 그 주술자의 영혼이 순델볼롱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http://www.anehdidunia.com/2013/07/mitos-sundel-bolong.html)
그동안 우린 이런 부분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지만 정작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뻐수기한에 대한 자료들은 물론 두꾼들, 또는 사이비두꾼으로 가장한 사기꾼들이 단기간에 큰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뻐수기안 주술의 판매마케팅 광고와 홍보물들이 범람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부’와 ‘재물’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화두입니다. 인도네시아인이라고, 무슬림이라고 해서 재물에 대한 탐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죠.
사실 뻐수기한을 얘기하자면 순델볼롱 귀신을 통한 주술이나 누군가의 목숨을 대가로 시전되는 뻐수기한 뚬발(Pesugihan Tumbal), 이슬람계 진(Jin) 같은 정령이나 귀신과의 혼약을 통한 기복주술보다도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뚜율(Tuyul)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재물을 훔쳐 가져다 준다는 아주 작은 까까머리 아기정령 말입니다.
하지만 뚜율을 비롯한 재물과 관련된 정령, 귀신들과 뻐수기한의 이야기는 그 분량이 만만치 않은 만큼 역시 다음 번으로 미루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순델볼롱을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 꾼띨아낙들의 이야기들을 일단 대부분 다루어 본 셈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늘 반복되는 원귀들의 똑 같은 원한들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녀들을 모두들 하나같이 처참하게 겁탈당한 후 참혹하게 살해당했고 순델볼롱은 그런 물리적 위해뿐 아니라 심지어 악의 가득한 산뗏저주에 휘밀려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최악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그렇게 죽어 원귀가 되어버린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측은해서만은 아닙니다. 그 당시 사람들과 그들의 사회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서울 정도로 잔인하고 폭압적이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 날까지도 약자들에 대한 그런 잔인함과 포악함이 그들의 사회뿐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에도, 그리고 우리 이웃들의 나라에도 아직도 얼마든지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린 어쩌면 가로등빛 희미한 골목 모퉁이마다, 어두운 아파트 계단참마다, 스산한 지하주차장마다 꾼띨아낙들과 순델볼롱들이 마구 출몰하고 있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귀신들 얘기를 계속 하다보면 분위기가 침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201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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