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두꾼 10

아직도 두꾼이 판치는 인도네시아 민간

가짜 두꾼에게 속아 아들과 성관계하고 신체 일부를 훼손한 어머니 Kompas.com - 28/08/2022, 08:10 WIB 뻐깔롱안 경찰서 아리프 파자르 사트리아 경정(왼쪽)이 두꾼 아프리잘(가운데)을 용의자 심문했다. (Kompas.com/Ari Himawan) 경찰은 리아우군에 사는 아프리잘(Afrizal)을 두꾼 사칭 사기행각 용의자로 체포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친아들과의 근친상간을 강요하고 유방 일부를 잘라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희생자는 I-M이란 이니셜로만 알려진 평범한 주부로 중부자바 뻐깔롱안군 도로(Doro)면 주민이다. 아프리잘은 피해자를 꼬드겨 친아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했고 이를 촬영한 동영상으로 피해자를 협박해 돈을 뜯었다. 이 사건은 2022년 2월 피해자가 ‘신비로운 꿈의..

니켈광산 영적방어작전 (9)

ep9. 귀신이 쫒아오는 산속 밤길 그러자 디스타로가 끼어들었습니다. “내가 무슨 편견이 있어서 이런 말 하는 건 아니에요. 난 저 두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우리 일에 지장만 주지 않으면 아무 상관없다고요. 그건 암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그쪽 현장에 가서 이런 저런 의식을 할 때부터 이미 저 사람들 기분이 상했어요. 양해를 미리 얻었어야죠. 그런데 그 사람들 면전에서 대놓고 마을에 뽀뽀(Poppo)가 있다느니 산속의 롱가(Longga)가 화가 나서 아이들을 잡아갈 거라고 하면 암본 사람들한테 좋게 들리겠어요?” 뽀뽀란 깔리만탄이나 수마트라에서도 각각 꾸양(Kuyang)이나 빨라식(Palasik)같은 이름으로도 불리며 주로 가축이나 작물들을 해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산모의 뱃속에..

적도를 지나면 완전히 달라지는 무당들 속성

랑종 한국인 제작자가 참여한 태국 공포영화 은 호불호가 갈린다는 감상평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엑소시스트 류의 영화가 대개의 경우 악령의 빙의를 당한 당사자 한 명의 목숨을 중심으로 주변 여러 사람들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는 전개로 가거나 전염병 퍼지듯 빙의가 전파되어 귀신들린 사람들이 드글거리며 해당 사회가 무너져버리는 식으로 전개되는 게 보통이죠. 아무래도 빙의자, 감염자들이 많아야 판이 커지는 만큼 영화제작자들은 후자의 전개방식을 좋아하는 모양인데 그건 사실 좀비 영화들의 플롯과 비슷한 겁니다. 결국 소수의 인물들 또는주인공 혼자서 나머지 등장인물 전체와 싸우는 그런 구도 말입니다. 도 결론부가 그런 식으로 전개되면서 그 직전까지 유지해 왔던 팽팽한 긴장과 공포가 '타락'해 버렸다고 해야 할 ..

두꾼의 안수기도

망꾸지워 (Mangkujiwo) 망꾸지워(Mangkujiwo)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자바식 발음은 '아' 발음을 입을 동그랗게 모아 소리내는 식이어서 들리기엔 '워' 정도로 들립니다. 그러니 망꾸지워는 '망꾸+지와'의 합성어입니다. 굳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중부자바 근대 술탄국의 왕자들은 망꾸부미, 망꾸느가라 등의 이름이었는데 '부미'는 땅, '느가라'는 국가이니 망꾸부미는 땅을 다스리는 사람 망꾸느가라는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이란 뜻이란 걸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지와(Jiwa)는 마음, 또는 생명이란 뜻이니 망꾸지워란 생명을 다스리는 사람이란 뜻이 됩니다. 인도네시아 무당인 두꾼에겐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죠 거울 저편으로부터 은근슬쩍 이쪽으로 넘어오려는 원귀 꾼띨아낙을 한 손으로 턱 제지하..

무속을 다루는 인도네시아 언론의 태도

인도네시아 무슬림 사회 수면 밑 무속의 세계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면서 언젠가부터 인도네시아 몇몇 지역 마을 앞에 밤마다 길고 하얀 베게 같은 것이 나타나 자리를 잡았다. 뽀쫑(Pocong)이라 부르는 것인데 귀신의 일종이다. 귀신이 아니라면 최소한 무덤 속에 있어야 할 시신인데. 무슬림이 죽으면 장례규범에 따라 생전에 사용하던 의복과 장식구를 벗긴 후 염을 하고 까인까판(Kain Kafan)이란 천으로 망자의 몸을 모두 넉넉히 감싼 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끈으로 6~7군데를 단단히 묶어준다. 묘지로 옮겨갈 준비가 된 이 상태를 ‘뽀쫑’이라 부른다. 죽음을 가장 시각적으로 구현한 뽀종은 사실상 죽음의 동의어다. 그래서 무덤 속에서 있어야 할 뽀쫑들이 돌아다니는 건 기절초풍할 일이다. 대개 뽀쫑이 돌아다니..

일반 칼럼 2021.07.02

합법적인 살인청부업

산뗏 저주술의 종류 인도네시아에서 산뗏(Santet)이라 불리는 저주술은 상대방을 병들게 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저주를 실어 보내는 흑마술의 일종이다. 신비롭고도 초자연적인 방법을 통해 저주를 쏘아 보낼 때 사물이나 사람, 또는 악령을 전달매체로 사용하며 그 결과로서 어떤 사안의 전개, 상대방의 와병, 죽음 등을 목표로 한다. 말하자면 악령이나 ‘진’이라 부르는 마물이 사진이나 인형 같은 매체를 통해 상대방을 특정하고 찾아가 자신이 가져간, 또는 자신이 애당초 보유한 특유의 저주를 퍼붓는데 그 결과 상대방은 사업상 손해를 보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심지어 죽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저주술을 시전하는 사람을 저주술사 또는 산뗏두꾼(Dukun Santet)이라 부른다. 그들은 원거리에서 저주를 쏘아 보내는데 상..

[무속과 괴담 사이 (7)] 흑마술사 두꾼(Dukun)

인도네시아 전통사회 속 두꾼의 지위 전편에서 즐랑꿍 빙의인형으로 한 마을을 멸망시킨 두꾼의 이야기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두꾼들이 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건 아닙니다. 1939년 인도네시아 국영출판사인 발라이 뿌스타카(Balai Pustaka)에서 출간한 함카(Hamka)의 소설 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략) 이 때까지만 해도 병이 아주 위중하지 않으면 의사에게 가지 않는 게 보통이었는데 사람들이 의사 모욕하기를 주저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도대체 의사가 뭘 안다고? 의사들은 이런 환자를 치료하지 못해! 상처를 치료하려면 주술사를 불러와야지!” 그러다가 나중에 환자 상태가 정말 위중해지면 그때 가서야 의사한테 달려가곤 했다. (후략) 두꾼, 즉 주술사들은 신비한 치료술사로 여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