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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수정] 교포와 동포 사이

beautician 2017. 8. 27. 04:18


표준국어대사전의 해석으로 보면


동포(同胞)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들로, 국내에 살건 국외에 살건 동일한 민족 의식을 가진 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포'는 '국내동포'와 '재외동포'로 나눌 수 있다.


교포(僑胞)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동포로, 본국과 거주국의 법적 지위를 동시에 갖는 사람이다. 거주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동포보다 좁은 의미로 쓰인다. 동포 가운데 재외동포가 교포인 셈이다. '재미동포' '재미교포' '재일동포' '재일교포' 모두 가능한 표현이다.


교민(僑民)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자기 나라 사람으로, 교포와 같은 개념이다. 쉽게 얘기하면 '재외동포=교포=교민'이 성립한다. 여기에서 외국에 임시로 나가 있느냐 아니냐, 외국의 국적이 있느냐 없느냐는 구분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 외국에 나가 있으면 국적에 관계없이 재외동포·교포·교민 어느 용어로도 부를 수 있다.


같은 사람을 두고 언론마다 부르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동포회' '교포회' '교민회' '한인회' 등 현지 단체 이름도 가지가지다. 하지만 어원이 어찌 됐건 표준국어대사전이 '재외동포=교포=교민'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이들 용어를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달리 구분해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출처-[중앙일보]에서 발췌한 내용을 인용한 위클리 홍콩의 신문기사중 일부입니다

(이 글을 퍼온 출처는 http://tip.daum.net/question/57074073)



하지만 요즘들어 교민사회라는 말 대신 동포사회라는 말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교민이란 좀 부정적인 뜻이니 가치중립적인 동포라는 말을 쓰자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매체나 개인들이 최근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 중 2016년 9월 1일자 시카고 한국일보 현우정 기자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물론 난 이게 현기자의 생각이라곤 보지 않습니다. 항간에 도는 말들을 정리한 것이겠죠. 

현기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짚어봐야할 것은 ‘교포’와 ‘교민’에 쓰이는 한자어 ‘교(僑)’다. 영어로는 ‘diaspora’(디아스포라)로 훈음(뜻)이 ‘더부살이’(남의 집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해 주고 삯을 받는 일 또는 그런 사람, 남에게 얹혀 사는 일)인 ‘교(僑)’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용어로 긍정적인 표현이 아니다. 지금의 재외 한인동포들은 일제치하 당시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만주, 하와이, 일본 등에 노동자로 이주하거나 강제로 동원돼 고된 노동과 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해가면서 한국인의 뚝심으로 굶주림, 가난과 고통을 이겨내 오늘날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교포’와 ‘교민’이라는 단어에는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더욱이 같은 땅에 살고 있는 동포들끼리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교포’와 ‘교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색한 표현이기 때문에 ‘동포’라고 사용하는 것이 옳다.



물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물론 이런 추세, 즉 교민 대신 동포라는 단어를 쓰자는 추이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시카고의 한인기자가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내 한인 교민사회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여기서 안정되었다 함은 현지인들에 비해 법적, 사회적으로 대등한 위치를 확보했거나 거의 그런 상태라는 것을 뜻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현지 국적을 취득했거나, 그렇지 못한 대다수가 최소한 영주권이라도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회라면 더 이상 교민이라 하지 말고 동포라 하자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더욱이 이미 국적을 취득해 미국인이 된 사람입장에서 '한국교민'이란 말은 참 어색하죠. 그들은 '한국동포'라는 말이 더욱 어울릴 것 같고 자기들도 자존심에 걸맞는 호칭일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국적을 얻은 분들은 '동포'라 불러 마땅합니다.

이미 인도네시아 국적을 가진 사람은 인도네시아에서 이 나라의 주인인데 교민이란 이름은 어울리지 않을 테니까요.


교민이란 종래의 명칭을 버리고 동포라고 부르자는 운동은 아마도 더부살이 교(僑) 글자를 쓴다는 데에 있는 것이겠죠. 

물론 그 기저에는,


1. '더부살이'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고


2. 최소한 난 더부살이나 할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오래동안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그것도 현지국적을 꼭 취득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도 없이, 꼭 떠밀려 가지 않더라도, 언젠가 때가 오면 이곳을 떠나 고향으로, 또는 다른 나라로 가기 쉬울 것이란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내가 교민이 아니라 동포라 불려야 한다는 생각은 그리 강하게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지에서 일하고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온갖 험한 꼴을 겪고, 현지 관공서에서 민원이나 허가를 진행하며 별별 차별과 갑질을 당해보고, 같은 교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사건사고와 껄끄러운 일을 겪다 보면 새삼 내가 정말 이 나라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더부살이 교(僑)자가 껄끄러워 동포라는 말을 쓰자는 요즘 추이는 물론 긍정적이고 바람직해 보이긴 하지만 내게는 그다지 해당되지 않는 듯 합니다. 내가 한국동포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난 분명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 민이 맞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건 내가 동포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나라에서 잠시 더부살이 하고 있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그 단어가 껄끄럽다고 현실을 외면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겠어요?


물론, 그러니 우리 모두 동포 하지 말고 교포 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다양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사업으로, 은퇴비자로, 또는 혈연으로 국적도 취득하고 보다 항구적인 발판을 통해 현지에 깊이 뿌리 내려 더 이상 더부살이 하는 손님이 아닌 인도네시아의 주인이 되려는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그런 분들을 정말 기쁜 마음으로 '동포'라 불러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나이들어 하나 둘 인도네시아를 떠나 귀향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하게 됩니다.

우린 결국 '교민'들이었다는 생각 말입니다.


새누리당 당명을 바꾸고 국정원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그 본질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교민을 동포라고 달리 부른다 해도 해외교민들의 생활은 그것만으로는 결코 바뀔 리 없습니다.



2017.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