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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웰라(WELLA)의 인니 파트너, 역사 속으로…

beautician 2009. 6. 26. 21:47

   

인도네시아의 헤어미용 약재시장은 로레알(L’Oreal), 웰라(Wella), 마카리조(Makarizo) 3개 회사가 주요시장에서의 세력을 다투는 3파전의 양상을 띄어 왔습니다.

 

이들 규모나 매출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큔(Keune), 알파파프(Alphaparf), 카두스(Kadus) 등이 두각을 보이고 미용 약재 메이저군의 저변을 이루는 군소업체들로 반둥 쪽에서 상당한 거래선들을 확보하고 있는 NR, 저가 전략으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려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크란테(Crrante) 같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회사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만큼 선두 3사의 현지 경영 역시 그 색채가 서로 다릅니다.

 

로레알은 본사에서 파견된 경영진이 직접 운영하는 만큼 본사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여러 매체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지요. 그러나 규모가 다른 회사에 비해 매우 크고 프랑스에 본사를 둔 만큼 결정권한이 각 부서 또는 팀으로 하향 조정되어 있지만 권력을 가진 공무원들이나 내로라 하는 인도네시아 대기업에서 흔히 보게 되는 고질적인 관료주의가 여기서도 가끔 엿보입니다. 경영진이 아무리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도 한국으로 치면 팀장이나 과장쯤의 중간 관리자들이 몹시 위세를 떠는 경향이 있어 뭔가 협력관계를 이루는 데 있어 우선 미팅 약속 잡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간신히 결정권자를 만나게 되더라도 로레알 자사 중심의 매우 이기적인 계약 조건에 동의하지 않으면 안되지요.  이런 경향은 로레알의 10분의 1도 안되는 규모의 큔(Keune)에서도 다분히 엿보입니다.

 

웰라는 큔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계약을 한 현지업체가 현지경영을 담당해 왔습니다. 로레알이 비교적 고가 미용실들을 선점했다면 웰라는 중저가 미용실들을 대거 확보하고 있고 로레알이 자카르타와 몇몇 대도시를 중심으로 초강세를 보이는 반면 지방에서는 웰라가 로레알과 거의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요. 웰라는 로레알보다 훨씬 더 거래선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지방마다 웰라 상품만을 사용하는 고급미용실들을 묶어 친목계 같은 모임을 운영하고 지원 해왔습니다. 그만큼 웰라의 경영진들이 제품 배달원만큼이나 바쁘게 전국을 뛰어다닌 결과였지요. 지난 2003 P&G가 웰라 본사를 인수한 후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웰라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바쁘게 뛰었습니다.

 

마카리조(Makarizo)는 매우 독특한 현지기업입니다. 처음에 ‘CONCEPT’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시장에 나왔지만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얼마 후 ‘Makarizo’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인도네시아에 앞서 독일에 먼저 등록함으로써 마치 독일 제품인 것 같은 이미지를 현지 시장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사명도 개칭하여 로레알 인도네시아, 웰라 인도네시아 등 외국 브랜드의 현지 법인을 의미한다고 느끼기 쉬운 마카리조 인도네시아라고 고칩니다. 그리고는 수년간 현지 미용잡지에 표지를 포함해 때로는 수십장에 걸쳐 광고 공세를 펼친 끝에 이제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빠사르 바루(Ps. Baru)의 도매상들 진열장에도 이들 제품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지요.  인도네시아 토착기업인 만큼 현지인 모발에 대한 연구도 남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헤어펌이나 염색시술에서 고가의 수입제품들 못지 않은, 때로는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방에서도 많은 지점과 에이전트를 확보하여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마카리조는 그 사이 수많은 골수팬들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렇게 사세가 확장되어 가면서 마카리조의 담당자들에게서도 관료주의적 성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입니다.

 

이중 웰라의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코스민도 사(PT. Cosmindo)는 웰라(Wella)의 인도네시아 현지 총판 겸 파트너로서 29년간 인도네시아 시장을 지켜오고 있었습니다.  코스민도의 경영진을 이루었던 부디(Budi) 씨와 안드레(Andre)씨는 이제 성성한 벡발에 몸도 많이 낫지만 각각 20대 중반, 후반에 웰라와 관계를 맺어 30년 가까이 현지 시장에서 웰라 브랜드를 키우고 홍보해 왔지요.

 

이 분들의 활동은 마치 과행동장애를 지닌 아동처럼 전국을 무대로 쉴 새 없이 이리 저리 날아 다녀 내가 현지 미용시장에 들어선 지 몇 해 되지 않는 동안에도 루디 하디수와르노 세미나나 코스모뷰티(Cosmobeaute) 박람회 등에서 함께 찍은 사진들이 수두룩할 정도였고 미용업계에서는 이 분들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지요.

 

그러나 웰라를 인수한 P&G사는 본사에 대한 인수가 끝나자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지점과 파트너 제휴업체들의 정리정돈을 시작했고 2008년 필리핀의 파트너를 교체한 후 2009년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의 코스민도에게도 메스를 댔습니다.

 

원래 코스민도는 미용실 다이렉트 영업과 유통업체를 통한 판매를 담당하는 각각 다른 2개의 사업부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P&G가 웰라본사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통업체 판매부분은 현지 다른 회사에 넘어가면서 유통판매 부분을 폐쇄한 바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미용실 영업부분을 손 볼 차례가 왔던 것이죠.

 

30년간 현지에서 웰라의 깃발 아래 강력한 인맥을 형성한 코스민도를 P&G가 버리기로 결정한 배경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서로 무리한 요구를 했으리라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죠. 그러나 결과적으로 P&G는 전격적으로 코스민도와의 계약을 종결하고 카두스(Kadus)를 취급하고 있던 카두스 인도네시아와 손을 잡기로 합니다. 3대에 걸쳐 미용재료상을 해온 배경의 카두스 현지 파트너 역시 현지 미용시장을 꿰고 있겠지만 수십년간 독과점적인 시장구조를 배경으로 앉아서 영업을 해 온 미용재료상과 30년간 전국을 뛰어다닌 코스민도는 상식적으로도 그 전력(戰力) 면에서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P&G는 그렇게 결정을 내렸고 그 리스크 역시 P&G와 카두스의 몫입니다.

 

2009 7 1일부로 웰라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는 코스민도는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당면해야만 했습니다. 어쩌면 절대로 웰라가 자신들을 버리지 않으리라고 너무나 자신했기 때문일까요? 30년을 웰라에 전력한 코스민도는 웰라와의 계약 종료상황에 이르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껍데기 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코스민도의 실체, 그 영혼은 웰라였던 것인데 이제 영혼을 뺴앗긴 좀비 같은 존재가 되고 만 것이죠.  그것이 코스민도가 공중분해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웰라의 깃발을 내림과 동시에 코스민도 역시 문을 닫기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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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둥 Arisan Wella 친목계에 모인 반둥 미용인 대표들에게 고별인사를 하고 있는 코스민도사의 부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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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씨가 고별인사를 하는 동안 오랜 세월 웰라 반둥 지사장을 맡았던 리코씨는 통곡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2009 6 25. 반둥의 한 일식 레스토랑 미야자키’(Miyayzaki)에서 아리산 웰라(Arisan Wella)라는 이름의 친목계가 있었습니다. 웰라를 전문으로 사용하는 반둥 고급 미용실 10군데의 주인들은 ICD 반둥지부 회장 헤티 여사(ibu Hetty)를 비롯해 반둥에서는 나름대로 내로라 하는 기라성 같은 미용인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웰라의 이름 아래 모이는 것은 이제 마지막이 되는 이번 모임에 현지 헤어미용 전문지인 살론 프로(Salon Pro) 사장 헨드릭스(Mr. Hendrix)씨와 편집장 헤니 여사(Mrs. Henni), 54개의 미용실 체인을 거느린 크리스토퍼 살롱(Christopher Salon)의 케티 여사(Mrs. Ketty) 등과 함께 반둥에 직접 판매를 시작한 지 막 반년이 되어 가는 우리들도 미용기기 공급선 자격으로 초청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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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san Wella 반둥의 친목계원 미용인들과 초청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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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의 Ms. Winnie Loo 씨는 이름과는 달리 원래 일본인으로 Del Sol 이라는 종합피부관리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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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관짝 같은 것이 반둥 미용인들이 코스민도 부디씨, 안드레씨, 리코씨 등에게 전달하는 선물입니다. 맨 왼쪽부터 코스민도의 안드레씨, 미용인 요용씨, 이완씨, 아래 왼쪽은 데디 수크마씨, 맨 우측부터는 반둥 친목계 회장이자 ICD 반둥지부 회장 헤티여사, 웰라 반둥지점장 리코씨, 가운데 검은 옷이 또 다른 헤티여사, 그 오른쪽 흰머리가 코스민도 부디씨입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부디씨가 모두의 앞에 나가 코스민도 폐쇄를 공표하는 동안 숙연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30년간 변치 않은 성원을 해 주신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웰라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코스민도는 웰라를 떠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여러분들과의 우정과 우리들의 교류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길 바랍니다. 나와 안드레씨, 그리고 여기 리코씨는 얼마 후 분명히 다시 여러분 앞에 설 것이고 그떄는 웰라가 아닌 다른 깃발을 들고 있게 되겠지만 아무쪼록 우리들의 방문을 거절하지 말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잇는 부디씨는 감정이 격한 듯 눈동자가 빨개져 있었고 그 옆에 서 있던 리코씨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펑펑 울기 시작했어요. 그 자리에 모인 미용인들도 몇몇은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코스민도의 사람들은 모두 청춘을 웰라에 바쳤던 사람들입니다. 그 자리의 미용인들도 대부분 20대의 나이에 처음 미용가위를 손에 쥐었던 날부터 웰라 제품을 써왔던 사람들이고요. 제품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나중엔 사람이 좋아 제품을 다시 사고 이제는 제품이 없어도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이가 되고 만 것입니다. 리코씨의 울음은 좀처럼 멎지 않았습니다.

 

부디씨와 안드레씨는 이런 모임을 자카르타의 몇군데 모임에서도 이미 가진 바 있었고 이제 월말까지 아직 몇 군데 남은 지방도시들을 순회하면서 고별인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새로운 시작의 의미도 갖습니다.

 

그 자리에 우리를 비롯해 케티 여사, 헨드릭스 사장 등이 참석한 것은 부디 씨 조직에 대한 응원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지요. 그것은 또한 우리들에게도 반대급부를 기대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코스민도는 해체되지만 P&G의 지명을 받은 카두스 인도네시아는 자체 영업팀을 가지고 있어 웰라 브랜드만을 인수하고 장차 거대한 경쟁세력이 될 수 코스민도의 영업팀을 비롯한 나머지 조직을 인수하지 않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로레알이 파악하고 있는 전구 5만여개의 미용실 숫자를 훨씬 뛰어넘는 8만여 개 업체 리스트를 보유하고 말초 조직들이 직접 그 미용실들을 방문해 보았던 코스민도의 조직은 고스란히 남아 부디씨가 인수하고 있었거든요. 거기에 월 7만부 이상을 발행하는 미용전문지 살론프로가 홍보를 돕고 5년 사이에 조직을 2배로 키운 크리스토퍼 살롱 체인과 현지 중.고가 미용가위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우리가 가세하면서 부디씨는 좀 더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죠.

 

물론 50대 중반을 넘어서는 부디씨와 안드레씨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게 될 지, 아니면 영혼을 잃은 거인 코스민도의 옛 조직이 ’22 days later’ 영화의 좀비들처럼 자멸의 운명을 맞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P&G가 웰라를 인수한 이래 부디씨 들은 물밑에서 모종의 작업을 오랫동안 해온 것이 분명하고 그의 휘하에 있던 유능한 매니저 몇 명이 2년 전 퇴직하여 부디씨 들의 포스트 웰라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인도네시아 헤어 미용시장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고 어쩌면 로레알, 웰라, 마카리조의 3파전은 좀 더 복잡한 4파전의 양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 날 밤 반둥에서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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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크리스토퍼 살롱 체인 사장 케티여사, 오른쪽은 살론프로 편집장 헤니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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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쁜이들은 왼쪽이 살론프로 반둥지점 기자 라니양, 오른쪽은 우리 회사 영업팀 필드캡틴 이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