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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뉴스연재] 집단빙의 III

beautician 2017. 4. 12. 10:0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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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빙 의 상 황 에 서 의 대 처 수 순

 

1. Memohon Perlindungan kepada Allah SWT

기도를 통해 신의 보호를 구한다.

 

2. Mengevakuasi Korban

빙의된 사람을 빨리 후송한다. 빙의현상을 보는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그들 역시 빙의되기 쉬우므로 빙의자를 그들로부터 빨리 격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악마는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그렇게 한다 해서 빙의의 전염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최소한 공포의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3. Memberikan P3K (Pertolongan Pertama pada Kesurupan)

응급조치로서 우선 누구든 먼저 코란을 읽기 시작하고 그 사이 경험있는 우스탓 (Ustadz-이슬람선생)이나 루퀴아(Ruqyah-이슬람퇴마사)를 찾아 모신다.

 

4. Menenangkan Orang di Sekitar Korban

빙의자를 격리시킨 후 그 주변사람들을 진정시킨다. 놀라 넋을 놓고 스스로 추스리지 못하면 악령이 틈타 빙의하기 쉬우므로 가능하면 모두 모여 퇴마의 기도문을 함께 읽는 식으로 사람들을 안정시키도록 한다.

 

5. Menghubungi Kerabatnya

빙의자의 가족, 친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인 이슬람의식 외에 추가적으로 이슬람퇴마사나 두꾼의 손을 빌어야 할 경우도 있는데 나중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절차상의 문제를 예방하려면 가족들의 사전동의가 필수적이다..

 

6. Meluruskan Akidah dengan Menguatkan Iman

올바른 의지로서 신앙을 굳건히 해야 한다.

 

7. Bertawakkal kepada Allah

올바른 신앙의 열매는 알라에 대한 내적 신념을 더욱 다지게 되는 것이다.

(이상출처 - http://pusathalal.com/konsultasi/konsultasi-alam-ghoib/item/688-soal-kesurupanmassal)

6,7번은 너무 상투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집단빙의사태를 맞은 공장의 한국인매니저가 공포에 질린 종업원들에게 6, 7번의 얘기를 해 주는 건 분명 의미있는 행동일 것입니다. 이로써 집단빙의현상의 대부분 측면들을 한번 둘러 본 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빙의현상과 관련해 앞서 멍때리는‘벙옹’상태에서 파생되는 라따한(Latahan) 이라는 버릇을 한 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는데 인도네시아에는 이런 버릇 가진 사람들 참 많습니다.

‘라따’(Latah)란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닌데 벙옹상태에서 갑자기 질문을 받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 놀라게 되면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말이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버릇을 말합니다. 심한 경우엔 그리 놀랄만한 상황이 아니거나 사실은 같은 충격이 이미 여러 번 반복되고 있어 다음 상황을 충분히 예측가능함에도 응당 취해야 할 반응 대신 계속 깜짝 깜짝 놀라며 엉뚱한 반응만 반복하기도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놀라서 갑자기 튀어나온 대답을 한 번 더 되뇌이는 식으로 같은 대답을 두 번 한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로서는 깜짝 놀란 인도네시아인들이 펄쩍 뛰면서“쪼뽓” (copot)!,이띨, 꼰똘 등등의 말을 내뱉는 것인데 한국사람이라면‘어머나!,‘엄마야!,‘맙소사!’정도, 양식있는 무슬림이라면‘아스타필루라짐’(Astagfirullahaladzim) 정도면 될 상황에서 거의 번역이 곤란하거나 심히 부끄러운 욕설 비슷한 것을 입에 담으며 무의식적으로 오버하곤 합니다. 그들의 반응이 때로는 재미있기도 하고 때로는 짜증스럽기도 하죠. 

놀라서 말이 헛나오는 정도뿐이라면 다행이지만 때로는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라따’한 친구에게 어떤 행동을 갑자기 취해 보여주면 사전에 아무런 약속이 되어 있지 않음에도 내가 한 행동을 급히 따라하거나 그 행동에 반응하는 어떤 행동을 취해 보이거나 말을 내뱉는 겁니다. 물론 무의식적으로요. 언젠가 아이스크림 파는 자전거가 길모퉁이를 가까이 지나쳐 거기 멍하니 서 있던 한 할머니가 갑자기‘아이, 이런, 이런...’하면서 자전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들썩뜰썩거리며 춤을 추던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그건‘라따’한 상태가 매우 심한 것인데 보는 사람은 배꼽을 잡고 웃을 지도 모르지만 막상 당사자는 몹시 힘들어 하는 모양이더군요. ‘라따’상태가 심한 사람들의 동영상들이유튜브에도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외부 영향에 대해 유달리 더욱 민감하고 구체적으로 반응을 보이므로 많은 경우 사람들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노력하고 대비해도 절대로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일견 최면술 같은 것에도 쉽게 걸릴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 경찰청의 발표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Polisi Beri Tips Hindari Kejahatan Hipnotis

경찰이 알려주는 최면술범죄 피하는 방법들 CNN Indonesia 2014. 12. 13

(전략) 6. 최면술사기를 피하려면 주변에 라따(Latah)한 사람과 함께 다니세요. 라따(Latah)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버릇 같은 것인데 오히려 이로 인해 제시된 최면술 암시를 없앨 수 있습니다. (후략)

(출처 - http://www.cnnindonesia.com/nasional/20141212181402-12-17818/polisi-beri-tipshindari-kejahatan-hipnotis/)

얼핏 최면술에 가장 잘 걸릴 것 같은 이 ‘라따’한 사람들이 오히려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들 스스로 독특한 나름대로의 반응방식을 가지고 있어최면술사가 기대하는 보편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기 때문일수도 있고 엉뚱한 대답을 두 번씩 몰아서 하는 버릇 때문에 최면술사의 암시가 깨지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벙옹’ 상태의 최대 적인 최면술을‘라따’한 사람들은 그렇게 간단히 벗어나 버립니다.

그런 ‘라따’한 사람들은 끄수루빤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집단빙의의 속성 중 하나가 공포를 매개로 한 집단적 암시인데 그 암시가‘라따’한 사람에게는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생산공장의 2층 현장 사무실에서 집단빙의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작업장을 내려다 보는 광경은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사람들을 마구 쓸어버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라인에 100명쯤되는 사람들이 통째로 비명을 지르며 넘어가거나 검품조에서 비명을 지르는 여종업원을 중심으로 반경 7-8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쓰러져 미친 듯 경련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중엔 정말 ‘라따’가 심한 사람도 있어 잔뜩 겁먹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비명이나 소동에 자기도 일단 화들짝 놀라며 남들 같은 반응을 보이긴 했는데 다들 쓰러져 거품을 무는 와중에 혼자 멀쩡한 게 뻘쭘해 반 박자 늦게 쓰러져 애써 귀신 들린 척 연기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라 믿습니다.

아무튼, 이 집단빙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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