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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뻴렛주술] 자바의 영적 금식의 종류 본문
* 자바의 영적 금식의 종류
인도네시아의 무슬림들은 1년에 한 번 Puasa (뿌아사)라 하여 한 달간 금식을 행하지만 자바 무속의 전통주술에서도 금식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집니다. 특히 뻴렛주술의 경우엔 특별한 제물을 바치지 않는 대신 다양한 종류의 금식을 철저히 행하는 것이 주술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종교와 신앙이 금식을 동반하는 것은 모두 육신의 정화를 강조하는 것이라 보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죽지 않을 만큼만 육체를 약화시켜 어쩌면 그 사이에 열리게 되는 영적 세계의 문을 보다 분명히 붙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방편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자바인들이 전통적으로 행하는 영적 금식의 종류들, 금식을 행하면서 함께 하게 되는 의식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합니다.
1. 무띠 금식(Mutih)
무띠란 아무것도 섞지 않은 흰밥과 맹물만 마시는 것을 말합니다. 금식의 명칭이 아니라 식이요법인 것이죠.
MUTIH: 무띠-흰밥과 맹물은 언제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띠금식이라 하면 얘기가 다르죠. 이 금식을 하기 전 시전자는 먼저 목욕재개를 한 후 “niat ingsun mutih, mutihaken awak kang reged, putih kaya bocah mentas lahir dipun ijabahi gusti allah”이라는 주문을 외워야 합니다. 그 의미는 나는 무띠금식을 하여 신의 도움을 받아 더러운 육신을 정결케 하고 막 태어난 아기처럼 순백으로 순결코자 한다’라는 뜻입니다. '끄자웬'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 무띠금식은 두 종류가 있고 그 의식절차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PUASA MUTIH : 무띠 금식–낮 동안은 금식하는 것은 이슬람의 뿌아사와 동일. 그러나 부까뿌아사와 사후르엔 흰밥과 맹물만 먹음.
PUASA MUTIH NGEPEL : 무띠 그펠 금식–무띠 금식과 같지만 음식의 양에 대해서는 부까뿌아사 때엔 제한이 없고 사후르엔 흰밥 한 사발과 맹물 한 잔 만을 섭취할 수 있음.
무띠금식
2. 응어루 금식(Ngeruh)
이 금식을 행하는 사람은 야채나 과일만을 먹어야합니다. 육류,
생선, 달걀, 새우소스 등은 모두 금지.
3. 응예블렝 금식(Ngebleng)
응예블렝 금식은 모든 일상의 행동을 금합니다. 따라서 이 금식을 행하는 사람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집이나 방을 나와서도 안되고 성행위 역시 금지됩니다. 잠자는 시간도 줄여야 합니다. 그 금지행동이 철저한 만큼 이 금식은 보통 24시간만 행합니다. 밤이 내리면 금식을 행하는 방에 불을 켜거나 어떤 종류의 빛이라도 비쳐 들게 해서는 안 됩니다. 방은 빛 한 점 없는 철저한 암흑상태가 되어야 하고 금식하는 사람은
오직 용변을 보기 위해서만 방을 나갈 수 있습니다.
4. 빠띠그니 금식(Pati geni)
파띠그니 금식은 응예블렝
금식과 대동소이하지만 차이점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방 밖으로 나와서는 안되며 절대 잠을 자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금지행동이 더욱 많아지는 겁니다. 그래서
이 금식은 보통 하루 밤낮으로만 이루어지지만 자기 원하는 바를 독하게 이루려 하는 사람이라면 때로는 3일, 7일씩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금식을 행하는 자는 용변도 방 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물론 일본에서 흔한 재해용 간이변기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이 금식을 할 때 외울 빠띠그니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niat ingsun patigeni, amateni hawa panas ing badan
ingsun, amateni genine napsu angkara murka krana Allah taala”. (자바어 번역 - 나는 빠띠그니 금식을 행하려 합니다. 전능하신 신의 능력으로 내
몸 안의 욕망과 분노를 잠재워 주소서.)
5. 응옐로웡 금식(Ngelowong)
이 금식을 행하는 사람은 일정기간 먹어서고 마셔서도 안 되면 특이한 점은 하루 3시간만 자는 것이 허락되며 의외로 외출은 허용됩니다.
6. 응로웟 금식(Ngrowot)
이 금식은 새벽에서 해질녘까지 계속된다는 점에서 시간적으로는 이슬람의 뿌아사와 동일합니다. 사후르, 즉 새벽 4시경에 먹는 식사 때 오직 과일만 먹을 수 있습니다. 먹는 과일의 숫자는 제한이 없지만 그 종류는 단 한 가지로 제한됩니다. 즉 바나나 다섯 개는 먹어도 되지만 감자 한 개랑 사과 한 개를 함께 먹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이
금식을 하는 동안 잠 자는 것은 허용됩니다.
7. 응아녑 금식(Nganyep)
이 금식을 할 때에는 아무런 맛이 없는 음식만 섭취해야 합니다. 즉 간이 베지 않은 채소, 조미료니 향료를 쓰지 않은 야채 등만 먹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과적으로 흰밥과 맹물만 먹는 무띠 금식과
거의 동일하지만 맛을 느낄 수만 없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음식을 섭취해도 좋다고 합니다.
8. 응이당 금식(Ngidang)
이파리 형태의 야채와 맹물만 먹을 수 있습니다.
9. 응예뻴 금식(Ngepel)
이 금식을 하려면 하루에 꽉꽉 채운 밥 한 그릇만 먹을 수 있지만 간혹 2-3 그릇까지 허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식사 횟수를 제한하는 겁니다.
10. 응아스렙 금식(Ngasrep)
맛 없는 음식과 음료만 섭취할 수 있으며 마실 것은 하루 3회만 섭취 가능합니다.
11. 월-목요일 금식(Senin-kamis)
이 금식은 이슬람의 일반 뿌아사의 규례를 따르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행합니다. 즉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은 이 금식을 쉬게 되는 것입니다.
12. 웅온 금식(Wungon)
이 금식은 24시간 동안 절대 단식하며 잠도 자지 않는 것입니다.
13. 따빠 제젝 의식(Tapa Jejeg)
12시간 동안 앉지도 않습니다. 이건 이상의 금식들을 행하면서 특정 목적을 신에게 허락받기 위해 동시에 행하는 특별한 금지행동인 셈입니다.
14. 렐로노 의식(Lelono)
자정에서 새벽 3시까지 걸어서 산책을 하며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습니다.
15. 꿍굼 의식(Kungkum)
일반적인 강이나, 두 개의 강줄기가 만나는 곳, 샘, 우물, 호수 등에서 일정한 시간에 몸을 물에 담그는 의식을 행한다. 꿍금 의식을 위한 준비물과 의식의 진행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물살이 세지 않고 강바닥에 진흙이 너무 많지 않은 적당한 곳을 선택한다. 고요하고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 꿍금의식을 시작하기 전 몸을 씼어 스스로 정결케 한다.
- 이 의식은 밤에 행하는데 밤 10시, 12시 또는 새벽 3시에 필요에 따라 30분, 1시간 또는 3시간까지 행한다.
- 물속에 들어가 “ Putih-putih mripatku Sayidina Kilir, Ireng-ireng mripatku Sunan Kali Jaga, Telenging mripatku Kanjeng Nabi Muhammad.”라는 주문을 외운다.
- 완전히 벌거벗고서 물속에 들어가 앉은 자세(bersila)를 취해 물이 목이나 어깨까지 오도록 한다.
- 물이 흐르는 반대방향을 향하도록 한다.
- 물속에 들어가서는 눈을 감고 팔이 X자가 되도록 가슴 위에 겹친다.
- 이 상태에서 규칙적으로 호흡을 하며 사념을 집중해 명상상태에 들어간다.
- 꿍금의식을 하는 동안 잠이 들어서는 안된다.
- 불필요한 행동을 많이 해서도 안된다.
- 이 꿍굼 의식은 3일에서 7일간 연속적으로 행한다.
16. 응알롱 의식(Ngalong)
이 의식은 물구나무 선 상태에서 행하며 때로는 발을 나뭇가지에 걸고 머리를 늘어뜨려 마치
박쥐가 매달린 것 같은 자세를 취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일정한 호흡을 해야 하겠죠. 이 의식은 응로웟 금식을 하면서 같이 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응알롱(Ngalong)이란 말 자체가 박쥐를 뜻하는 깔롱(Kalong)에서 왔습니다.
17. 응을루왕 의식(Ngeluwang)
이것은 자신을 무덤이나 인적이 드문 장소에 매장하는 의식입니다. 극히 작은 공간에서 폐쇄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는 의식이므로
이를 행하려면 당연히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 의식은 영적인 눈을 뜨게 하고 뭔가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보통 이 의식을 끝내고 무덤에서 일어날 때면 떠도는 귀신이나 진 같은 영적 존재들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무덤에
들어가기 전 다음 주문을 외워야 합니다 :
“ Niat ingsun Ngeluwang, anutupi badan
kang bolong siro mara siro mati, kang ganggu marang jiwa ingsun, lebur kaya
dene banyu krana Allah Ta’ala.”(나는 이제 응을루왕 의식을 행하려 구멍난 내 몸을 덮는다. 누구든 가까이 오는 자는 죽을
것이며 내 영혼을 흔들려는 자는 물처럼 녹아 내릴 것이다. 위대한 알라의 이름으로!)
만약 주변에 이상과 같은 금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는 독실한 이슬람교도가 아니라 흑마술사이거나 흑마술사에게 뭔가를 의뢰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이슬람교도들 사이에 섞여 마치 독실한 신앙심에서 우러나온 금식을 뿌아사가 아닌 기간에도 열심히 행한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뿌아사 기간에 이슬람교도와 흑마술사를 구분하는 기회가 옵니다. 이는 저녁 부까뿌아사, 즉 해가 지고난 후 첫 식사를 하고 난 후 무슬림들은 '따라위'라는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머스짓이라 하는 인근 이슬람 사원에 무리를 지어 찾아갑니다. 하지만 흑마술사들은 그렇게 부까뿌아사를 한 후 따라위에 가지 않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곤 합니다. 어디서나 그렇듯 귀신들과 정령들은 하나님, 알라와는 상극이거든요.
자바섬의 토착 금식의식들은 이처럼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엿보입니다.
2017.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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