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인니 민속과 주술

[뻴렛주술] 뻴렛주술에 걸렸는지 여부 판별법

beautician 2017. 4. 6. 14:30





3. 뻴렛주술에 걸렸는지 알아보는 감별법

 

만약에 자기 딸이 가족도 아닌 외간남자만 감싸고 돌면서 그 사람이 요구하는 데로 집안 돈과 재산을 퍼날라 주며 급기야 부모의 의지마저 거스른다면 뻴렛주술에 걸린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뻴렛은 원래 요사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개의 경우 자바어로 된 주문을 입으로 외우는 식으로 권능을 담은 기도의 형식을 띤다. 따라서 뻴렛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인데 상대방에게 퇴짜를 맞은 사람이 두꾼에게 달려가 상대방의 나쁜 점들을 까발리며 주술을 사용해 상대방의 마음을 강제로 돌려보려 악용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한편 뻴렛주술은 일무 뻥아시한’(Ilmu Pengasihan)이라 하는 일반적인 사랑의 주술과는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을 띈다. 물론 둘 모두 본인의 의사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뻴렛주술의 특징

       강력하고 강제적이다.

       그 효과가 매우 빨라 그 시전자와 대상자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진다.

       뻴렛주술을 사용해 단번에 복수의 사람들을 목표로 삼아 동시에 굴복시켜 모두를 미칠 듯한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뻴렛주술이 걸려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건 정신이상이라 여겨질 정도의 눈 먼 사랑이 되어 가족과 재산, 지위와 명성까지 모두 다 버리는 것을 불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렇게 내팽개치는 재산을 가로채려는 목적으로 뻴렛주술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그 주술에 걸린 사람들은 사랑의 감정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랑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 마음이 고통스럽게 타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일반적인 사랑의 주술이 갖는 특징은

       그 결과가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헛것이 보이거나 꿈에 자꾸 나타나면서 강제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첫눈에 반하는 식으로 직관적 사랑에 빠진다.

       대개의 경우 단 한 명만을 타깃으로 하며 특별히 그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여인의 가족으로부터 쉽게 축복을 얻어내기도 한다.

       사랑의 주술은 납비들의 사랑의 기도를 포괄한다.

       사랑의 기도를 계속할수록 상대방을 더욱 사랑하도록 하는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

       이 사랑의 주술에 걸린 사람은 늘 행복스러워 하며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이 역시 소름 끼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한편 뻴렛주술에 걸린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들은 아래와 같다.

       한 밤 중에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몰라 깜짝 놀라곤 한다.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는 어떤 사람의 모습에 난데 없는 욕정을 느낀다.

       마그립(저녁 6시경), 10-12, 기상할 때 특히 두통을 느낀다.

       식욕을 잃고 물 마시기도 싫다.

       슬픈 일이 없는데 자주 눈물을 흘리고 딱히 이유도 없이 박장대소 하거나 통곡한다.

       멍 때리며 말귀를 못 알아듣고 뭘 물어봐도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다.

       혼자 있길 좋아해 방안에 틀어 박힌다.

       그러다가도 불현듯 길을 나서지만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목적지도 찾지 못한다.

       한밤중에 몽유병처럼 돌아다니거나 갑자기 기뻐하며 벌거벗고 돌아다닌다.

       주술 시전자가 나타나거나 가까이 있으면 눈에 띄게 기뻐하고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전자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이유불문하고 갖다 바치거나 따른다.

       사랑의 감정이 그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뻴렛주술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은?

인도네시아인들이 말하는 그 예방책은 대체로 매우 소극적이다. 그 첫 번째 방법이 다른 사람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일이라니 말이다. (퍽이나 대단하다). 즉 누군가의 사랑고백을 거절하더라도 너무 매몰차거나 모욕감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멍 때리거나 백일몽을 자주 꾸는 등 정신상태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되고 뭔가에 열중해 늘 집중하고 지각이 깨어있는 상태여야 한다. 물론 무슬림들의 방식답게 깊은 신앙으로 신을 가까이 하며 그 보호하심을 간구해야 한다고 한다.

 

뻴렛주술의 무서운 점은 그 효과가 거의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