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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 솔로몬의 판결

beautician 2017. 2. 2. 21:11


제 아내도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그 앞을 지나던 벤츠 승용차와 접촉사고를 겪였었습니다. 


이런 경우  나오는 차가 먼저 좌우를 살피지 않고 무작정 주차공간에서 밀고 나온건지, 아니면 그 앞을 직진하던 차가 주차장에서 과속을 해서 제때 반응하지 못한 건지 책임소재가 좀 애매해지기 쉬워요. 역시 가장 바람직한 건 운전자끼리 전화번호 교환하고 화기애애하게 보험처리하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잘 안되는게 실상이죠. 사고 소식 듣고 부랴부랴 집에 돌아가 봤더니 사고발생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바락바락 소리 질러대는 중년 화교남자 앞에서 아내가 울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화교남자는 있지도 않은 CCTV 판독을 요구하며 기염을 토했고 주차장 경비원은 그 있지도 않은 CCTV 화면을 찾아오겠다며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현지 화교들 대체로 만만치 않아요^^ 





아주 옛날 얘기인데 당시 우리 회사 창고장님의 끼장이 50대 화교 남자가 모는 승용차에 뒤를 받쳤답니다. 그러자 화교남자가 차에서 뛰어나와 길길이 날뛰며 '여긴 인도네시아이니 이런 사고가 나면 무조건 외국인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배상을 요구했다는 전설같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여기도 화교들이랑 접촉사고나면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거 맞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경찰은 별 도움이 안되요.

저는 그동안 수십대의 오토바이들에게 전후좌우 어디 한 군데 빼지 않고 다 받쳐 보았어요. 위, 아래만 빼고요. 가장 인상적인 사고는 옆에서 끼어들던 오토바이가 앞범퍼를 뒤에서 박는 경우였어요. 이런 사고만 세번 겪었네요. 그중 한번은 끌빠 모이에 들어서려 좌회전 하던 순간 벌어졌습니다. 좌회전하려 할 때 사이드미러에 보이지도 않던 오토바이가 한대가 번개처럼 왼쪽으로 끼어들다가 앞범퍼를 뒤에서 박고 내 차 앞으로 날아가 버렸어요. 워낙 고속이어서 내팽겨쳐진 오토바이는 반파되었지만 다행히 사람은 무릎 까지고 허리 좀 삐는 정도로 비교적 경상이었고  제 차 앞범퍼는 앞으로 접혔다가  돌아오면서 내려앉았고 그 과정에서 왼쪽 헤드라이트 전구들이 다 뽑혀 너덜너덜 거렸습니다. 문제는 그 사고현장 바로 5미터 앞에 마침 경찰관들이 세명 쯤 있었고 그 친구들이 사고 전말을 다 보았다는 거였어요. 




교통경찰이었는지 일반경찰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납니다만 차에서 내려 오토바이 운전자를 살피려는 나에게 경찰관이 아는 체를 하며 편을 들어 줬습니다.

"미스터르. 걱정 마쇼. 내가 다 봤는데 저 놈이 무리해서 끼어들다 사고난 거야. 그러니 당신은 잘못 없어요."

얼마나 마음 든든해 지는 얘깁니까?'
하지만 그 다음 말이 가관이었어요.

"그러니 저 사람 오토바이 수리비로 한 20만 루피아 정도만 주고 보내세요."

예전에도  다른 경찰들은 STNK 없이 다니는 차량 잡으면 몇백만 루피아씩 뜯어내는데 자긴 딱 10만 루피아씩만 뜯는 청렴한 경찰이라고 자랑하던 경찰도 본 적 있었습니다. 이 나라 경찰공무원들은 '정의'나 '규칙', '상식', '균형'등에 대해 아마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는게 분명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나라 경찰들이 우리 법감정과 상식을 충족시키는 결정이나 조치를 해 주기 바라는 건 역시 무리가 아닐까 싶어요.

특히 그런 사소한 교통사고의 경우엔 불려다녀야 할 당사자들도 번거롭지만 돈도 생기지 않은 일에 시간들여 조서 꾸며야 하는 게 경찰들로서도 번거로운 일인 거죠. 그러니 당사자들이 알아서 처리하라 하는 거죠. 만약 그게 몇억, 몇십억 루피아 걸린 민사사건이라면 자기가 처리해 주겠다며 경찰 수십명이 줄 설 겁니다. 수사료 챙겨달라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