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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탄핵결정을 조용히 기다려야만 하는 것일까?

beautician 2016. 12. 19. 22:34




글에 자기 생각을 담는 용기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난 올린 글도 다시 지워버린 경우가 몇 십 번 정도 있었습니다.

사실 서로 반박하는 글이라 할지라도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에 깔고 공손한 태도와 말투로 갑론을박 할 수 있다면 인터넷 상의 논박은 오히려 굉장히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일정 크기의 머리통을 갖고 있으니 그 용량을 초과하는 사상과 논리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인데 그런 토론을 통해 내 정반대 편에 앉은 사람의 생각을 크게 상처받지 않고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니 말입니다. 그것이 무지개처럼 찬란하고 조화로운 화합을 만들어나갈 길일테니까요.

하지만 작금의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공박은 옛날 공원에서 담배피는 처녀에게 득달같이 달려가 귀싸대기를 쳐올리는 동네 중년 아저씨처럼  느닷없고 막무가내인 것을 심심찮게 봅니다. 가끔은 나도 그러는 것 같습니다.(반성합니다ㅠㅠ)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자신이 다치지 않으리란 확신만 있다면 온갖 어마무시한 무기를 꺼내 휘두르는 것은 본국이나 여기나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 사람이란 가시가 삐죽삐죽 돋은 괴물같은 존재이지만 사회 속에서 다름 사람들과 섞여 살려면 스스로 가시들을 옷 속으로 악지로 구겨넣어 남들이 찔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그래야만  자신도 남들 가시에 찔리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우린 자기 본색을 완전히 드러내는 겁니다^^  그러니 인터넷 구석구석의 게시판들에선 종종 참혹한 백병전이 벌어지곤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의 소통방식이 그렇게 까칠할 수밖에 없다면 그런 방식과 그로 인한 폐혜를 어쩔 수 없이 감수하면서라도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평화로운 불통보다는 요란스러운 소통이 더 나을 테니까요.

특검결과와 헌재결정을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건 어차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 기다리는 방식이 조용하든 요란스럽든 그건 사회통념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기다리는 사람 맘이라 봅니다.  대중의 민의가 뭔가에 의해 오염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고 혁명의 결과가 언제나 정의롭지만은 못한 것처럼 특검과 헌재의 판단만은 반드시 정의롭고 공평무사할 것이라 믿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입니다. 최근 이 모든 것들의 밑바닥을 보고 난 지금은 특히 더 그렇구요.

그런 걱정으로 헌재 앞에서 불을 밝혀 농성하고 게시판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조용하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박사모가 떠들어 대는 것이 기도 차지 않지만 당장 닥치라며 목을 졸라대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서로 맞선 의견들의 소통방식이 결코 세련되지도 평화롭지도 못하다 하더라도 그래서 양쪽 다 입을 닫으라 하기보다는 더욱 소란스럽고 더욱 시끄러워져야 할 일입니다. 그래야 그러다가 결국 어딘가에서 접점을 찾고 해결책을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 누구도 인터넷 상에서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데에 주저하시 마세요. 

비록 그 말이 정제되지 않았고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드높인다 해도 말입니다.

그게 바로 이런 게시판의 용도라고 이 연사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2016.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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