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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끝난 일이니 넌 주는 대로 받아!

beautician 2016. 10. 10. 20:00


체구에 비해 얼굴이 크고 눈썹과 입술화장이 과장된 꼽슬파마의 아가씨 폰사의 얼굴이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매우 효율적인 공무원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 사업허가신청이 법정 처리기간인 1주일을 넘겨 3주차에 들어서는 것을 막으려고 2주차 마지막 날인 금요일 오후 공문이나 이메일을 내는 대신 가장 빠른 방법인 전화를 걸어 자기 상사인 부서장의 질문을 허가신청럽체인 S사에 문의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입니다.

 

"이 포털웹은 자사용이신거요? 타사에 상업적 사용하려던 게 아닌거죠?"

 

그녀는 이 질문을 전화를 받은 업체 이사에게 두번씩이나 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질문을 좀 더 분명히 해야만 했습니다.

 

"당연히 자사용이죠. 타사용이 아니에요."

 

문제는 여기서 벌어집니다.

그녀가 한 질문의 원래 의미는 이 포탈웹 허가를 받아 자사상품만 파실 건가요? 아니면 타사를 쇼핑몰에 입점시켜 타사제품도 파실 건가요? 라는 의미였어요. S사는 처음 회사설립을.시작하던 때부터 한국의 일레브니아나 인도네시아의 또꼬뻬디아처럼 제3사들이 입점하는 인터넷쇼핑몰을 구축하는 중이었어요. 그러니 대답은 당연히 타사용이라 했어야 했죠. 그러나 이 웹포탈 허가를 받아 타사에 양도하려는 것이냐고 질문을 이해한 S사의 이사는 그게 아니라고 강변했던 것입니다.

 

"자사용이라구요! 자사용!"

 

또 다른 문제는 인터넷쇼핑몰을 위한 portal web 사업허가신청 말고도 S사가 직접 수입한 제품들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인터넷 판매를 하기 위해 perdagangan besar와 perdagan an eceran melalui media 사업허가가 별도의 신청서로 함께 올라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후자의 신청허가인 통신소매판매 부분엔 자사 인터넷쇼핑몰을 구축하는 허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허가는 제3사의 입점을 받아 쇼핑몰 자체가 임대 수익을 일으키는 portal web 사업이 아니라 자체취급제품만을 판매하는 e-commerce 사업허가인 거였어요. 폰사가 자사용이냐 타사용이냐 즉 자사제품만 파느냐 아니면 타사제품도 파느냐의 질문은 portal web이냐 e-commerce냐를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질문이었으나 질문은 애매하기 그지 없었고 전화를 받은 S사 이사는 그런 결과가 초래되리라는 것을 당연히 꿈에도 상상치 못했습니다.

 

"우린 지난 3개월동안 portal web 허가를 받으려 생고생을 해왔어요. 6번 빠꾸 먹고 프레젠테이션도 두 번이나 했죠. 그래서 간신히 공식적인 ok 허가를 이메일로 받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의미조차 애매한 전화 통화 한 통으로 모든 걸 뒤집어 엎고 portal web 허가신청을 취소시켰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에요? 주사업인 Portal web 허가를 내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곁다리인 무역상거래 허가만 내주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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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BKPM 투자조정청에 찾아가 번호표를 받고 오래 줄을 선 끝에 담당자를 만난 S사측 사람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고 그것이 폰사가 궁지에 몰려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입니다.

 

"어제 부청장님한테 결재 올라가 있다 했잖아요. 오늘 이미 서명이 났으니 되돌릴 수 없어요. 일단 나온 허가 받아가시고 나중에 정정 또는 사업추가 신청을 하시면 빨리 허가를 내드릴게요."

 

폰사가 얘기하는 이 방법은 참 곤란한 얘기입니다. 우선 잘못 나온 투자허가를 토대로 적잖은 시간과 돈을 들여 사업자등록증, 세무납세번호, 영업장 등록증 등 제반서류를 모두 갖춘 후 비로소 정정 또는 추가신청을 할 수 있는데 똑같은 비용이 다시 들어야 하고 투자청 허가가 다시 나오면 이를 토대로 모든 회사허사서류를 정정해야 하니 말입니다.

 

"이봐요. 우린 지난 3개월동안 portal web 얘기만 해왔어요. 그래서 어렵사리 모든 조건들을 충족시켜 프레젠테이션까지 통과한 거라구요. 사무실 임대한지도 오래고 이제 거래선들을 쇼핑몰에 입점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그 모든 과정을 다시 수속하라는 거에요?"

 

대개의 경우엔 이렇게 얘기해도 먹히지 않는게 보통입니다.

처음 이 문제를 알게 된 전날 오전, BKPM에서 portal web 담당자에게 S사의 허가가 신청내용이나 처리경과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나올 거라는 걸 알게 된 후 S사엔 비상이 걸렸고 이로 인해 BKPM을 다시 방문해 portal web 담당자를 다시만나 상황을 처리하려던 S사의 컨절턴트는 이런 소리만 듣고 문전박대 당하고 맙니다.

 

"이미 수속이 들어가 버린 일이요. 난 더 이상 도와줄 수 없어요. 그러니 일단 허가 나오는 데로 받으시고 후속문제는 다시 얘기하자구요!"

 

자신들의 업무착오와 과정상의 오류가 분명한데도 BKPM측은 S사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폰사는 좀 다를까요?

 

"이미 허가가 나버렸으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할수 있는 건 해볼게요. 그러니까 perdagangan 허가는 유지하거나 취소하서나 상관없고 portal web 허가는 꼭 나와야 한다는 거죠?"

 

이 대답을 듣는 게 2시간 가량 걸렸습니다.

물론 일천한 직급의 이 친구가 과연 부청장 서명까지 난 허가를 물리고 S사의 민원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요? 추이를 두고볼 수밖에 없습니다.



 

2016.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