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인도네시아 박물관

깔리바타의 영웅묘지 (Makam Pahlawan)

beautician 2017. 5. 29. 10:00


깔리바타의 바도라(Badora) 세무서에서 아마도 올해 마지막 세무관련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 도로 건너편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국립영웅묘지 (Makam Pahlawan Nasional)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20년간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곳을 처음으로 들어가 봤는데 의외로 이곳은 24시간 일반에게 개방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입구


입구와 접해 있는 이 광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비가 제재했는데 사실 이 곳은 묘지 안쪽으로 뻥 터져 있는 정문 같은 곳이어서 안에서는 얼마든지 이쪽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묘지에 묻힌 사람들의 이름이 묘지 입구를 끼고 도는 긴 대리석 벽면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크고작은 행사와 추모식들이 열리는데 이날은 KODAM에서 와서 행사를 했다고 하더군요. 저 앞에 보이는 의자들은 앞전에 있었던 행사의 흔적입니다.



방문객들의 주의사항을 알리는 공지문






이곳은 우리로 치면 현충탑 같은 곳이죠. 앞에 넓은 대리석 광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묘지는 25만 스퀘어의 면적 위에 조성되어 있었고 아직도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5만 스퀘어미터면 대략 8만평이 넘는 넓은 부지입니다.



시마뚜빵 장군도 여기 누워 계십니다.




모든 묘지들은 거의 똑같은 모양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단지 고인의 종교에 따라 어떤 분들에겐 기독교식의 십자가 묘비가, 무슬림에겐 기둥형 묘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기독교인 묘역에 빤자이딴 장군과 뗀데안 대위의 무덤도 있었습니다. 1967년 9월 30일 G30S PKI라는 사건에서 6명의 장성과 나수띠온 장군의 부관 뗀데안 중위가 쿠데타군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합니다. 일각에서는 수까르노를 옹호하기 위한 친위 쿠데타였다고 하죠. 빤자이딴 장군과 뗀데안 대위는 그 때 살해당한 분들입니다.


뗀데안 대위는 나수띠온 장군이 도피할 시간을 벌기 위해 반군 앞에 나서 자신이 나수띠온 장군이라 외쳤습니다. 그의 이름을 딴 도로 Jl Kapten Tendean이 몽인시디, 스노빠티, 위자야 도로들과 만납니다. 요즘 고가도로 공사로 무지하게 막히는 곳, 거기가 뗀데안 도로입니다.


빤자이딴 장군


그 옆에 라뚜멘뗀의 묘소도 있습니다. 그로골 근처에 있는 도로 이름이 이분 이름을 딴 것이죠. 계급도 직책도 없는 것으로 보아 여자분이 아닌가 싶은데 한번 인터넷을 뒤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룬뚜누후라는 친구는 1946년 14살의 나이로 전사했습니다.


여긴 무슬림 묘역 중 G30S PKI사건에서 살해당한 다른 다섯 분의 묘소. 이분들의 이름은 도로명에서 익히 들어 익숙한 이름들입니다.



S. 빠르만 중장


수또요 시스워미 하르죠 소장


M.T 하르요노 중장. 이 분 이름을 딴 거리에 코린도 사옥이 있고 가똣수브로또 거리와 연결되죠.


수쁘랍또 중장. 쯤빠까마스 아파트 앞길이 이분 이름을 딴 Jl. Letjen. Suprapto 거리입니다.





아흐맛 야니 장군. 4성장군으로 당시 육군사령관이었습니다.




아담 말릭은 독립전쟁 초기 열성적 학생대표였고 수하르토 시절 부통령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A. 할림 뻐르다나꾸수마 공군소장.  짜왕 인근의 할림공군기지와 많은 한국분들이 즐겨찾는 할림골프장도 이 분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나수띠온 장군의 묘소. 인도네시아에 셋 밖에 없는 대장군(오성장군)중 한명. 다른 두명은 수디르만 장군과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죠. 나수띠온 장군은 수디르만 장군의 부관으로 군 전면에 나서 전군사령관과 국방장관까지 역임합니다. 1967년 G30S PKI 사건 당시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부지하지만 그날 납치되어 살해당한 후배 장군들과 같은 묘소에, 그것도 불과 몇십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결국 죽어 묻혀 있는 것을 보니 생전의 영화도 다 부질없는 것이고 한번 위기를 벗어나 좀 더 이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 역시 그리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시르 아이눈 하비비의 묘소. 하비비 전대통령의 영부인입니다. 비어있는 이 묘소의 옆자리에 언젠가 남편이 눕게 되겠죠.





메가와띠 전대통령의 남편도 이 묘소에 있었습니다.








이 영웅묘지는 의외로 잘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묘지 진입로에 하드너를 바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간단히 견학완료. 언젠가 이른 오전 시간에 다시 찾아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5.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