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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자카르타의 일반적 교통정체 대응방식

beautician 2015. 9. 19. 14:13


자카르타의 교통정체는 날로 그 악명을 높여가는데 군부철권통치시절 마지막 주지사였던 수띠요소, 그리고 그 다음 민선 자카르타 주지사였던 파우지 보워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미래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용가능도로면적을 줄이는 버스웨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더욱 교통정체가 가중되던 가운데 그나마 희망의 빛이 보인 것은 지금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된 조코위가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 3선을 바라보던 파우지보워를 꺾고 주지사 사무실에 들어가면서부터였습니다.  물론 아혹이라는 걸출하고 대담한 부지사를 곁에 두었기 때문에 그 모든 변화가 가능했던 거라고 보여집니다.


2015년 하반기로 달려가는 지금도 자카르타 전역에서 모노레일 공사나 고가도로 공사들이 한창입니다. 물론 도로정체는 가중되고 있지만 예전 지하철 공사로 도심전역이 막혔던 서울시내처럼  공사들이 모두 끝나고 나면 분명 보다 쾌적한 교통환경이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추진력은 예전 주지사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조코위가 2014년 대선을 통해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후임 주지사로 승격한 아혹 부지사가 이런 모든 건설프로젝트들을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아혹은 조코위 못지 않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대단한 인물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자카르타 곳곳에서 발생하는 교통정체에 대한 교통경찰들의 대응책은 아직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 교통경찰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문제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 정치권이나 관료들의 전통적인 대응방식은 뭔가를 못하도록 막고, 금지하고, 폐쇄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정국을 맞아 해경을 해체하고 수학여행을 철폐하던 어떤 정권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인도네시아 교통경찰들은 어느 한 지점에서 교통정체가 발생하면 그곳의 정체를 풀고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안을 찾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곳으로 통하는 진입로를 막아버릴 뿐입니다. 어차피 그 방향으로 가야 할 사람들, 어차피 그 길로 들어서야만 목적지에 도달할 사람들은 그렇게 막힌 진입로를 통과하지 못해 먼 길을 돌고 돌아 그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결국 그 길은 어차피 계속 정체될 뿐이고 차량들이 돌고 돌아 진입하니 그 정체시간만 길어질 뿐입니다.





인도네시아 교통경찰들은 그렇게 길을 막아 뭔가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알겠죠. 그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건 경찰들 입장에서는 진입로를 막아 정체구간이나 교차로의 교통량을 줄여 통제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건 단면적으로만 가시적 성과일 뿐이고 실제로는 차량들을 길게 줄세움으로써 그 교차로를 통과하려는 차량과 승객들에게 몇 배의 시간을 희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일 뿐입니다. 정체를 맞아 차량과 승객들을 위한 정체해소가 아니라 경찰들이 업무량 감소와 통제를 용이하게 하려는 조치일 뿐인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태는 자카르타 전역에서 오늘도 이루어지는 중이고 교통당국에서는 모든 통행자들이 불편해 하고 이를 가는 그 조치과 결과에 대해 스스로는 만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일도 똑같은 대응을 할 거고요.


길을 막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 

그게 비단 인도네시아에서 교통경찰들 만의 문제일까요?


그리고 그게 비단 인도네시아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요?



2015.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