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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4년의 의미

beautician 2015. 1. 14. 12:23

 

 

최근 몇 년 사이 대한민국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들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입니다. 물론 기가 막혀서 그렇습니다.

 

세월호 사태를 맞은 정부의 처리방법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당분간 국제테러나 해적으로부터 안전할 거란 생각마저 갖게 되었습니다. 수학여행을 폐기하고 해경을 해체하고 소방청을 해체하는 대한민국을 알카에다나 탈레반 같은 이슬람 무장세력이나 소말리아해적들이 해체당할까 무서워 감히 공격할 엄무도 내지 못할테니까요. 그렇게 해체를 즐겨 하면서도 정작 부정부패나 십상시, 국정을 농단하는 그림자세력은 전혀 해체하지 못하고 그럴 의지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정작 해체당해야 할 것은 따로 있는 거죠.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 임용기간을 기존의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는 소위 장그래법은 그래서 정부의 한심스러운 사고방식을 다시 한번 보여줄 뿐입니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임용기간이 4년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 기간동안의 열악한 처우를 견뎌낸다 하더라도 정직원으로의 전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기업들은 나름대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속으로는 살판 났다고 쾌재를 부를 것임이 분명합니다. 정부당국은 왜 그토록 근시안적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비정규직집단은 대한민국 군대입니다. 국방의 의무이니 그건 아니라고요? 그럼 아예 군인들 월급을 다 없애버리고 하사관 장교들도 무료로 근무하게 해야죠? 군대란 엄연히 장교, 하사관으로 이루어진 정직원들과 60만명에 달하는 2년제 비정규직 일반병들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비정규직 4년의 의미는 그 일반병들에게 복무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것과 같습니다. 국민과 장병들은 그 은혜에 감격하여 국가를 칭송하며 감읍할까요?  절대 그럴 리 없는 현실에서 기본 권리 상당부분을 박탈당한 채 살았던 2년을 4년으로 늘려간다면 오히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하사관 자동임용이든 퇴직급 지급이든 말입니다.

 

정부당국은 그런 것 하나 없이 비정규직 임용기간만, 그러니까 군복무기간만 2년 더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그게 비정규직 당사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걸까요? 오히려 그건 2년 더 단물을 쪽쪽  빨아먹은 후 걸레처럼 만들어 버리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정부라고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걸 모를까요?

그러니 또 다른 해결책이라고 들고 나온 게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으로서 정규직이 지나친 보호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검토하겠다는 거였습니다. 하향평준화하겠다는 얘기고 정규직 역시 기존에 누리던 권리들을 이것저것 빼앗아 비정규직 수준의 위태로운 고용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 정도밖에 안되는 걸까요?

바꿔 말하자면 정부는 굶어 죽어가는 비정규직에게 밥을 주고 치료해서 그 상태를 호전시키는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잘살고 있는 정규직들에게 칼을 겨누며 , 비정규직들, 내가 쟤들도 굶겨 죽일 테니 너희들 너무 소외감 느끼지들 말아이러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입니다.

 

기우겠지만, 조만간 정부가 비정규직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할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2015.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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