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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루이사 송별회

beautician 2023. 6. 29. 11:01

원래 송별회를 하려던 것이 아니라 한국어 전문 통-번역사들에게 설문조사를 돌리면서 식사 한 번 하자고 했던 것이었는데 루이사가 한국회사에 취직해 7월 초부터 서울에 출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송별회를 급조하게 되었다.

 

왼쪽부터 이영미 작자, 배동선 작가, 치트라, 루이사, 페페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내 인맥이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은 모두 루이사에게 소개받았으니 루이사 인맥이기도 하다.

한인뉴스 편집인이기도 한 이영미 작가는 전에 루이사를 인터뷰한 일도 있고 그 전부터 친하게 지내 왔으므로 내가 루이사 일행들을 혼자 만나면 모양이 그리 좋지 않아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이영미 작가에게 동석을 부탁했다.

 

루이사는 이영미 작가 소개로 한인회 기관지인 한인뉴스에 자기 컬럼을 쓰기도 했다.

 

http://www.innekorean.or.id/hanin/bbs/board.php?bo_table=news&wr_id=4393 

 

2023년 6월호 34 [루이사의 힐링공간2] 인생을 되돌아보게하는 여행- 택시 안에서 > 한인뉴스 검색 |

 

www.innekorean.or.id

 

매년 여러 공모전 상을 휩쓸고 있는 아동문학가 이영미 작가는 사실 교민사회에서, 특히 글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개가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루이사를 내가 처음 만난 건 2018-2019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아직 볼살이 통통해 어린 티가 역력했는데 이젠 볼살이 빠지면서 숙녀 티가 어엿하다. 1995년 생이니 어느새 28살. 

 

나랑 연결되었던 것은 당시 내가 글작가로 참여하고 있던 그라메디아-청비스튜디오의 호러만화 'Komik Horer Nusantara' 때문이었다. 우리가 완성된 만화원고를 넘겨줘야 했으므로 말풍선과 너레이션을 인니어로 완성해야 했는데 첫 1,2 권을 했던 친구가 문제를 일으켜 번역 대타로 들어왔다. 원래 하던 친구는 한국어를 인니어로 번역을 한 게 아니라 내가 인니어로 번역한 것을 현지인들이 생경하게 느끼지 않도록 다듬는 역할을 했을 뿐인데 나나 출판사 측에서 존중해 주었더니 자기 자리가 어딘지 잊고 갑질을 하는 바람에 잘라 버렸던 터다. 

 

그때 새로 합류한 루이사는 이미 한국어 소설을 여러 권 번역한 베테랑이었는데 만화작업에 참여해 번역을 처음부터 해주어 내가 거꾸로 오역을 잡아주도 다듬는 일을 했다. 다행히 번역료가 꽤 많이 줄 수 있어 나도 체면을 세웠다.

 

당시 루이사와 작업한 만화

 

루이사가 소개해 준 페페와는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당시 번역 검토와 미낭까바우 문화조사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 번역하는 기간 내내 월급을 주며 일을 했으니 함께 작업을 한 셈이다. 페페도 그라메디아 등 몇몇 출판사에서 한국 소설들을 번역했고 지금은 수카르노-하타 공항철도 쪽에서 한국어 관련된 일을 하는 모양이다.

 

루이사에게는 1년 선배인데 루이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전공이 아니면서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자비로 한국 유학까지 다녀온 친구다.

 

치트라는 UI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며 한국어 엘리트 코스를 거쳐 현재 코트라에서 FTA 일을 하는 쪽에서 일하고 있다. CEPA, RCEP 등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한다. 이 친구 역시 루이사가 소개해 줘서 알게 되었는데 그 전에는 고찬유 기자를 도와 현지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해 주는 작업을 2년 정도 했다고 한다. 

 

당연히 6월 20일(수) 모임은 한국어로 진행되었고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게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즐겁고 화기애애했다.

 

루이사는 23일(금)까지 코트라에 출근했다가 24일(토)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는 모양이다. 바쁘게 사는 친구다.

 

설문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 친구가 한국에 가는지도 모를 뻔 했는데 한국 가기 전, 저렇게 루이사 인맥 중심으로 작은 송별회를 만들어 주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모두 루이사 친구지만 치트라와 페페는 이날 이전까지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한다.

 

루이사는 한국일보 고찬유 기자와 인터뷰하여 관련기사가 지면에 실리기도 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11713230005834

 

"권당 번역 16만원, 그래도 한국 책이 좋아요"

한국어를 독학했다. 실력이 늘어 한국 책 번역에 나섰다. 2년만에 소설 4권, 에세이 3권, 시집 1권을 번역했다. K-도서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한국 책 번역 인재풀이 적은 인도네시아에서 햐신타 루

www.hankookilbo.com

 

예전에 문협 인니지회에도 잠깐 회원으로 활동했던 루이사는 당시 회장이 하녀처럼 일을 시켜 먹어 고생을 하기도 했는데 한국 가서는 그런 사람 만나지 않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

 

다행히 한국에 자기가 아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고 나나 이영미 작가도 루이사가 어려움이 있다면 한국 지인들을 통해 얼마든지 도울 준비가 되어 있으니 루이사는 오래 전 교환학생 시절 이후 그나마 몇 개의 안전장치를 가지고 다시 한국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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