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일반 칼럼

중대범죄 온상이 된 인도네시아 무속과 주술

beautician 2023. 5. 10. 11:29

중대범죄 온상이 된 인도네시아 무속과 주술

<방법: 재차의>

 

1973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으며 그동안 정치, 사회, 경제 등 많은 부문에서 끊임없이 교류해왔다. 2억7,000만 명이 넘는 거대한 인구와 수많은 종족들이 살고 있는 만큼 방대하고도 풍부한 현지 문화는 깊고도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신들의 섬 발리의 화려한 문화행사와 몇몇 유명한 지방의 전통무용공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정도의 인도네시아 문화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인도네시아 문화의 한 부분으로 분류되어 마땅한 무속과 주술에 대해 국내에 소개한 경우는 그동안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2021년 7월 개봉한 영화 <방법: 재차의>는 사뭇 이례적이었다.

 

미스터리한 살인사건 배후에 복수심을 품은 인도네시아 무당 ‘두꾼(dukun)’의 저주술이 도사리고 있다는 내용인데 영화가 나오기 2년 전쯤 제작진 측으로부터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현지 주술용 부적 도형들을 사용해도 되겠냐는 문의를 받았던 터라 관심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극적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현지 주술과는 상당이 다른 설정을 갖게 되고 말았지만 공식적으로 인도네시아 저주술을 전면에 내세운 거의 유일한 영화일 것 같다.

 

비록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무슬림 인구가 80%를 넘어 사실상의 이슬람국가라 해도 무방할 인도네시아에 고대의 정령신앙을 기반한 다신교적 무속과 역사시대 이후 14세기까지 지속되었던 힌두불교의 전통이 아직도 민간 저변에 두텁게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점 치러 다니는 기독교인들이 있는 것처럼 무속에 심취하거나 주술에 관심을 가진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을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부분이 정확한 수치나 통계로 나온 것은 없지만 로컬영화들 중 귀신과 무속을 다룬 호러장르 영화가 전통적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는 점과 2022년 공전의 히트를 치며 인도네시아 최초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 역시 영적 존재를 다룬 호러 영화란 점에서 간접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1998년 5월 치열했던 반정부 유혈시위와 도시를 전쟁터처럼 만들어버렸던 자카르타 폭동 결과 마침내 수하르토 전대통령이 물러나고 인도네시아에도 개혁시대가 열리자 철권통치 기간의 엄숙주의도 다소 옅어지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지상파 TV에서 영적인 세계와 호러 미스터리를 주제로 한 리얼리티쇼가 대거 등장했다. 이 역시 이슬람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무속과 주술문화에 대한 민간의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 사건이라 하겠다.

 

그 중엔 트랜스TV(Trans TV)의 <다른 세계(Dunia Lain)>, TPI 방송국의 <유령(Gentayangan)>, ANTV의 <믿거나 말거나(Percaya Ga Percaya)>, RCTI의 <기묘한 이야기(Kisah Misteri)>, TV7의 <영계특급(Ekspedisi Alam Gaib)>, SCTI의 <뚜미스 마줌(Tumis Majum)>, Latitv의 <고스트헌터 (Pemburu Hantu)> 등이 있다.[1] 특히 2002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다른 세계>는 높은 인기를 누리다가 2010년 <(아직도) 다른 세계>라는 이름으로 개편해 주 2회를 방영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ANTV의 <고스트 헌터(Pemburu Hantu)>

 

대부분 두꾼 또는 영적 능력을 가진 이슬람 교사 우스탓(Ustad)을 내세워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난 흉가나 스산한 장소에서 밤을 지세우며 담력시범을 보이는 콘텐츠였는데 당시 지상파 채널들 거의 모두가 앞다퉈 이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방영한 것이다. 그만큼 영적 세계, 미지의 존재, 귀신, 두꾼, 주술 등이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오죽하면 2020년 3월 인도네시아에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주택단지의 통행과 외국인 출입금지를 강화하면서 이슬람식 장례방식으로 염습한 시신이자 인도네시아 대표귀신 중 하나인 뽀쫑(Pocong) 복장을 한 자경단들이 거리에 나와 주민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었고, 최근 반둥(Bandung) 지역 도로변엔 뽀쫑 복장으로 구걸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하지만 무속과 주술이 꼭 긍정적으로 유쾌하게 소비되는 것만은 아니다.

 

재물주술이 촉발한 연쇄살인사건

무슬림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금식월인 라마단[2]이 시작된 지 얼마 안된 지난 4월 초, 중부자바 반자르느가라(Banjarnegara)에 사는 재물주술 두꾼(무당) 슬라멧 또하리(Slamet Tohari, 45)가 연쇄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

 

재물주술이란 영적 존재의 힘을 빌어 당대에 시전자가 부자가 되도록 만들어 주는 주술로 영계의 돈을 사오거나, 귀신을 부려 이웃 또는 후손들의 재물을 훔쳐오거나, 자신이 특정 영적 존재의 권속이 되기로 계약하거나 또는 누군가의 생명을 제물로 바쳐 그 대가로 부를 일구는 등 그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하다.

 

슬라멧은 뚜꾼 뻥간다(dukun pengganda), 즉 주술을 통해 돈을 몇 배로 불리는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를 홍보했다. 떼부자가 되려는 사람이 일단 얼마간의 돈을 그에게 맡기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불어난 돈을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그의 두꾼 행각은 아내도 모를 정도로 은밀했으므로 마을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했다. 고객들은 모두 서부자바나 수마트라 등 먼 지역에서 입소문을 통해 찾아온 외지인들이었다는 점이 두꾼 사업의 은밀성을 더했다. 그가 홍보를 위해 브로커를 사용했고 건당 한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상당에 이르는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사실도 나중에 밝혀졌다

 

이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은 한 피해자 가족들의 신고 때문이었다. 서부자바 수카부미에 살던 ‘빠리얀토’라는 이름의 남성이 3월 20일 자가용을 타고 반자르느가라로 출발한 후 실종되었는데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신에게 연락이 닿지 않게 되면 경찰을 데리고 슬라멧의 집으로 찾아오라는 말하고 있었다.

 

이후 정말 연락이 끊기자 그의 가족들이 현지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내면서 수사가 시작되었다.

 

슬라멧은 빠리얀토에게서 7,000만 루피아(약 600만 원)를 받고 이를 50억 루피아(약 4억3,200만 원)로 불려 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현세에서 맡긴 돈 7,000만 루피아로 영적 세계에서 우앙가입(uang gaib) 즉 영계의 돈을 사오면 현세와 영계의 환율차이로 돈을 50억 루피아로 불릴 수 있다는 말에 속아넘어갔다는 게 이해되지 않지만 빠리얀토는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애당초 그 약속을 지킬 의도도, 능력도 없던 슬라멧은 빠리얀토가 돈을 찾으러 오자 짜증이 났다고 진술했다.

 

슬라멧은 빠리얀토를 인근 자기 소유의 땅에 지어 놓은 작은 오두막으로 데려가 오후 7시 30분경 마지막 의식을 시작했다. 슬라멧은 천연덕스럽게 금방이라도 큰 돈을 만들어 줄 것처럼 얘기하며 재물주술 의식의 한 과정인 것처럼 속여 주문이 담긴 액체를 마시게 했다. 하지만 거기엔 주문 대신 시안화칼륨, 즉 청산가리라 들어있었으므로 빠리얀토는 이를 마시고 절명했고 슬라멧은 그를 곧바로 그곳에 파묻었다.

 

슬라멧을 체포한 경찰이 빠리얀토의 시신을 찾는 과정에서 그 일대에 백골 시체들이 가득 찬 다른 구덩이들을 발견했는데 거기서 무려 12구의 시신이 발굴되었다. 돈을 찾으러 온 다른 피해자들을 슬라멧이 같은 방식으로 모두 살해한 것이다.[3]

 

반자르느가라 두꾼 연쇄살인 피해자 시신발굴 현장 (출처: 꼼빠스TV 유튜브 캡쳐)[4]

 

범행 목격한 가족들도 살해

끼아이(kyai), 바(mbah), 에양(eyang) 등 대체로 ‘도사’라 번역할 만한 칭호를 스스로 붙인 이들이 재물주술 두꾼을 자처하며 스스로의 영적 능력, 또는 귀신의 힘을 빌어 큰 돈을 벌게 해준다며 빚이나 사업자금에 쪼들리는 이들을 유혹하는데 여기 걸려들어 처참한 파국을 맞는 사람들이 나왔다.  소셜미디어로 나도는, 절대 속을 일 없을 것 같은 뻔한 거짓말 광고에 넘어가 돈을 잃고 결국 목숨까지 잃는 사람들이 속출한 것이다.

 

누군가를 죽이거나 병들게 하기 위한 산뗏저주술(Ilmu Santet)의 경우보다, 고작 개인이 부자가 되겠다고 시전하는 재물주술이 오히려 더욱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으로 비화된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2007년 서부자바 찌안주르(Cianjur)에 사는 두꾼 아셉(Asep)이 피해자 일곱 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고 2020년엔 중부자바 마글랑(Magelang)의 한 두꾼도 약속한 돈을 찾으러 온 피해자 네 명을 독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5]

 

올해 초 자카르타에서 멀지 않은 버카시(Bekasi)와 찌안주르 지역에서 벌어진 또 다른 연쇄살인사건도 초유의 관심을 끌었다. 두꾼 둘로(Dulo), 행동책 워원(Wowon), 그리고 데데(Dede)라는 세 명의 범인들이 아홉 명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그들은 주로 귀국한 해외이주노동자들을 유혹해 그들의 재산을 늘려주겠다며 해외에서 벌어온 돈을 가로챘고 나중에 그 돈이 불려 있을 거라 믿고 찾으러 온 피해자들을 독살했다. 반자르느가라와 거의 똑같은 패턴이었다.

 

이 사건의 특이점은 돈을 맡긴 해외이주노동자들뿐 아니라 그들의 범행을 인지한 범인 자신의 가족들조차 증거를 남기지 않겠다며 가차없이 살해하는 냉혹함을 보였다는 점이다.

 

검거 당시 범인 중 한 명인 워원의 집엔 버카시에서 막 독살한 사람들을 파묻기 위해 집안 바닥 타일을 뜯고 파 놓은 구덩이가 두 개나 있었고 이미 메워진 타일 밑 구덩이에선 또 다른 희생자들 시신이 쏟아져 나왔다.[6]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지상파 TV 뉴스를 포함해 거의 모든 매체들이 엄청난 물량의 기사를 쏟아내며 수사기관과 전문가들의 견해와 분석을 인용했다. BBC 인도네시아는 초자연적 세계에 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전통적인 믿음이 두텁고, 지름길을 가로질러 남보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천박한 조급함, 합리적 사고의 결여가 이런 사건들을 초래한다는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 사회학과 이맘 쁘라죠(Imam Prasodjo)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현대 자본주의와 전통적 신비주의의 만남, 즉 풍요로운 삶은 누리고자 하는 욕망과 민간 전래의 미신이 어우러지며 벌어진 사건이란 것이다.[7]

 

트리뷴뉴스닷컴(tribunnews.com)은 두꾼들이나 흑마술이 이슬람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또 다른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조시아스 시몬(Josias Simon) 교수의 말도 인용했다. 앞서 언급한 호러 미스터리 리얼리티쇼 출연진들도 직업의 본질이 두꾼이면서도 상당수가 이슬람 교사 우스탓을 자처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8]

 

 

또 다른 주술 관련 범죄들

따라서 종종 추악한 살인사건으로 변질되는 주술관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주술사라 자처하는 이들을 사전에 걸러내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두꾼과 무속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그 근절은 쉽지 않다. 특히 두꾼들의 순기능 중 하나가 병자를 치료해주는 것이기 때문인데 병원 문턱이 높은 인도네시아에서 소위 힐러(healer) 계통의 두꾼들은 서민들의 좋은 이웃이기도 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말기환자들에겐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유사의료행위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2022년 11월 중부자바 반유마스군 소재 다우한 웨딴 마을(Desa Dawuhan Wetan)이란 곳에선 불법 의료행위를 하던 한 ‘가짜 두꾼’을 마을사람들이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두꾼은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어떤 이들은 마을 밖 자기 집으로 데려가 ‘입원치료’를 하면서 시골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치료비로 청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빌리거나 가출들을 팔아 치료비를 냈지만 정작 환자들은 별로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마을에서는 해당 두꾼의 마을 출입을 금지했는데 어느 날 다시 몰래 스며들어와 환자들을 꼬드기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붙잡아 경찰에 넘긴 것이다.

 

시골에서 두꾼들의 유사의료행위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지만 해당 기사 원문을 쓴 일간꼼빠스 기자가 굳이 붙잡힌 두꾼을 ‘가짜 두꾼’이라고 반복적으로 묘사한 것은 만일 진짜 두꾼이었다면 치료가 가능했을 것이란 무의식의 저변을 살짝 드러낸다.[9]

 

2022년 8월엔 수마트라 리아우(Riau)군에서 피해자에게 친아들과의 근친상간을 강요하고 신체 일부를 스스로 절단하도록 유도한 두꾼이 사기혐의로 체포되었다.

 

해당 범죄는 피해자 여성이 ‘신비로운 꿈의 해석’이란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온라인으로 접근한 두꾼은 그녀에게 붙은 불운을 털어내려면 주술적인 특정의식을 행해야 한다고 속삭였고 아들과의 근친상간과 유두 등 신체부위를 절단하는 동영상을 찍어 보낼 것을 요구했다. 이를 철석같이 믿고 따른 피해자는 해당 동영상으로 약점을 잡혀 두꾼에게 협박까지 받은 끝에 결국 사기였음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두꾼은 자신이 피해자가 불륜을 저지르지 않도록 도운 것뿐이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10]

 

염습한 시신을 까인까판이란 천으로 덮어 6-7군데를 딸리뽀쫑으로 묶어주는 장면

 

주술의 본질 상 더욱 음습한 사건들도 얼마든지 벌어진다. 2022년 2월에는 동부자바 시도아르조(Sidoarjo)의 한 묘지에서 한 여성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딸리뽀쫑(Tali Pocong)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11]

 

딸리뽀쫑이란 이슬람 장례의식에 따라 시신을 천으로 감싸고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6-7군데를 묶을 때 사용하는 끈을 말한다. 시신을 매장한 후 이 딸리뽀쫑을 풀어 폐기하는데 시신과 함께 묻기도 하고 몰지각한 두꾼들의 도굴을 피해 태워 버리기도 한다.

 

이 사건의 경우엔 딸리뽀쫑을 시신과 함께 묻었는데 매장 다음날 새벽 무덤이 파헤쳐져 시신의 머리와 다리를 묶었던 딸리뽀쫑이 사라진 것이 발견되었다.

 

처녀의 시신을 염습할 때 사용한 딸리뽀종은 망자의 음기를 머금어 주술적 효과를 크다는 속설 때문에 두꾼들이나 그 힘을 빌려 자신의 운을 시험하려는 사람들이 몰래 무덤을 파헤쳐 훔쳐가는 일이 지금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부적으로도 뛰어난 효험이 있어 직접 발굴하거나 두꾼을 통해 입수한 딸리뽀쫑을 소지한 채 공무원 임용고시나 국가고사를 치르기도 하고 호신용 또는 재물운이 더하길 비는 경우도 있다.

 

딸리뽀쫑의 효험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화요일이나 자바력의 5요일 중 끌리원(Kliwon)의 금요일에 죽은 처녀의 것이어야 한다거나 매장한지 40일 이내에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 조건들이 공공연히 널리 알려져 있다.[12]

 

이교도를 비난하지 않는 언론

이와 같이 여러 차례 큰 물의를 빚는 무속과 주술 전반에 대해 언론의 질타와 대책수립이 이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해당 무속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두꾼 개인의 일탈 또는 개인적 범행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돈을 몇 배 또는 몇 십 배로 불려주겠다며 문제를 일으킨 두꾼들의 주장에 절대 동조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게 완전 거짓이며 사기라고 지적하지도 않는다. 물론 정통 이슬람단체들이 이교도적 믿음이 낳은 참사라며 주술관련 사건들을 비판했음을 기사에 싣긴 하지만 특정 언론매체 자체가 스스로 그런 스탠스를 취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건 우선 부족, 종교, 인종, 계층 간 모독을 금지하는 SARA 규정 때문이지만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인도네시아가 종교의 자유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슬람, 개신교, 천주교, 힌두, 불교, 유교 등 6대 종교만 공식 인정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전통 무속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가 아니다. 하지만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국가적 모토로 삼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그 부분에서는 상당한 유두리를 보인다.

 

일년에 한 번씩 조상들의 시신을 꺼내 새 옷을 입혀주는 기괴한 풍속을 가진 술라웨시 토라자(Toraja)의 알룩 또돌로(Aluk Todolo) 토속신앙엔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 같은 대표적인 힌두신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도 1969년 현지 정부가 이를 힌두교의 한 분파로 인정한 것이 그 예다. 전통 무속이 주류 종교에 편입되며 사회문화적 공식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상당수 두꾼들이 우스탓이나 루키야(Ruqyah) 같은 호칭으로 바꿔 부르며 이슬람식 보호색을 사용하는 경향도 분명 영향이 있다.

 

그래서 바로 얼마전 중부 자바 바땅(Batang)의 한 이슬람기숙학교 쁘산트렌(Pesantren) 교사가 여학생 22명을 성폭행한 사건이나 작년 초 반둥의 또 다른 쁘산트렌에서 교사가 여학생 13명을 겁탈하고 일부는 임신, 출산까지 시킨 사건이 벌어졌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연쇄살인범 두꾼들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법정이 해당 우스탓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언론과 매체들이 그의 신상을 털어 조리돌림하며 질타할지언정 이슬람과 쁘산트렌 자체에 대해선 단 한 마디의 비난도 내놓지 않는 것처럼 문제의 두꾼들 개인에 대해서는 사회복귀가 불가능하도록 매장해 버릴 만큼 비난해도 그들이 시전한 주술과 무속문화 자체에 대한 비난은 결코 입에 올리지 않는다. (끝)

 

끼야이 행세하는지만 사실은 두꾼인 사기꾼들의  특징: 1. 영능력이 있다고 강조, 2. 상대방이나 그 가족의 이름을 물음, 3. 그 자신이 어떤 가축을 제물로 바쳐야 할지 지정함. 3. 아랍어나 다른 형상으로 된 부적을 그림, 5. 손수건이나 생리대 같이 상대방의 흔적이 묻은 물건을 요구, 6. 부적 같은 것을 주며 집안 땅에 묻으라거나 어디 매달아 놓으라고 지시. 7. 상대방이 고민을 말하기 전 그의 이름이나 처한 어려움을 먼저 말함.



[2] 2023년 라마단(Ramadhan)322일부터 42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