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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인터뷰

beautician 2014. 12. 28. 18:43



영화 인터뷰가 온천지 인터넷에 깔려 오늘만 해도 이메일로, 카톡으로 대여섯군데로부터 링크를 받았습니다.


그 밋밋한 스토리라인과 싸구려 미국식 유머에도 불구하고 영화 인터뷰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소니픽쳐스의 영민한 마케팅 방법과 그 낚시질에 당해 방방 뜨기 시작한 북한, 상영관에 테러주의보를 내린 FBI의 합작품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겠습니다. 소니 측에선 이상할 정도로 어벤져스3를 제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동안 이 영화의 제작을 여러번 언급했었는데 결국 북한이 낚인 것이고 그게 소니 마케팅 측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추측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예전에도 김정일과 북한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헐리웃영화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물론 그 영화들은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도 없었고 별다른 마케팅도 없었죠.


아무튼 미국이 그런 영화 만들 수도 있는 것이고,

좀 쿨하게 웃어 넘겼으면 멋졌을 북한 측이 아쉽게도 노발대발하는 것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고,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북한 간의 해킹대전쟁은 좀 웃기고 귀여운 측면도 있습니다.

핵과 인권 문제로 공방을 벌이는 양측이 금방이라도 미사일 발사버튼을 눌러버릴 것만 같고, 영화로는 수많은 국가에서 수많은 국가수반과 요인들을 살해해 왔던 미국이 고작 밀실에 숨어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통해 북한과 치고받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사실 우린 이런 거 보면서 웃으면 안됩니다.

예전 농협전산망 해킹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수원 원전자료 해킹도, 모두 무슨 번듯한 증거는 없지만 아마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번에 단정지어 버리는 한국이, 한국전쟁이 끝나고 지난 수십년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지금 아직도 군지휘부는 부끄러움도 없이 북한과 싸워 이길 수 없다고 발표하고 그래서 변심한 애인 바지가랑이 잡고 늘어지듯 미국 허리춤을 부여잡고서 돈을 얼마든지 퍼줄 테니 전작권 환수는 없던 일로 하자며 울부짖는 작금의 상황에서 비록 인터넷 상이지만 저렇게 미국과 북한이 한바탕 붙었으니 한국은 한껏 긴장해야 하는 것 맞습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북한 비난하면 안됩니다.

불과 몇개월 전 박근혜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기 비난하는 건 국가를 모독하는 거라 얘기한 바 있고 그 후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그 비난에 선봉에 섰던 사람들 몇몇이 철퇴를 맞았고 그 분위기가 아직도 변함없는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북한 최고존엄을 모독한 미국 영화에 대해 북한 정권이 입에 거품을 불고 욕해 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북한의 노발대발을 비난하는 건 논리상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역시 남과 북은 피로 맺어진 한 민족인 겁니다.


아무튼 인터뷰 같은 B급 영화가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세계 뉴스를 장식하는 것이나 그 극장표가 매진되고 인터넷 다운로드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정말 마케팅의 승리이자 포장의 승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얼굴도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길이나 현대의학의 칼질 한 번에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난 혹시 북한이나 FBI가 소니픽쳐스 주식을 좀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하기도 합니다.



2014. 12. 28


P.S.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크레딧 배경에 북한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강성대국'이나 '3대혁명사상'을 비롯한 각종 선전문구들이 등장하는 것이 이체롭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등장하는 어색한 한국어 대사들 말고도 배경에 살짝살짝 엿보이는 문장들이 손발을 오그라들게도 하고 실소를 터뜨리게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나타난 헬기 동체 위엔

- 미국인들은 다 죽었어야 한다.(ㅎㅎㅎ )

- 주위 : 비행중 문열지 마시오. 이륙시 문잠그시오 (주위가 아니라 주의여야 하는데 도대체 이 문구가 왜 헬기 동체 밖에 써 있는거야?)


북한검문소

- 받아막다. (뭔소리?_


후반부 김정은 헬기엔

- 미국인들을 향하여 손을 쳐들어라.(의미가 좀 약해.)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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