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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영화 장르별 제작 흥행 추이 및 변화양상

beautician 2022. 12. 15. 11:26

1. 들어가는 글

 

인도네시아 영화를 드라마, 코미디, 호러의 세 장르로 나누는 것이 그간 일반적인 분류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아직도 유효해 지난 10월 27일 열린 2022년 제12회 인도네시아 기자영화 페스티벌(Festival Film Wartawan Indonesia – FFWI)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주연상 등을 각 부문을 지금도 드라마, 코미디, 호러의 세 장르로 나누어 장르별로 시상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장르 구분법은 좀 더 세분되어야 할 필요가 엿보인다.

 

과거 인도네시아 국내 스크린 숫자가 한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결정적으로 적어 영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하면 오히려 해당 투자비를 회수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구조였다. 그러다가 2016년 영화시장이 해외자본에 개방되면서 점차 제작비 조달방법이 다양해졌고 특히 넷플릭스, 비디오(Vidio) 등 국내외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이 현지 영화사들과 손잡고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영화기술도 향상되고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에도 예전부터 액션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쁜짝실랏(Pencak Silat) 전통무술과 삭티(Sakti) 도술로 무장한 도사들이 장풍을 쏴대며 날아다니는 것 대신 총격전과 실감나는 사실적인 근접전투무술이 등장하는 현대적 감각의 액션영화들이 만들어진 것은 2011년 <레이드: 첫 번째 습격(The Raid: Redemption)> 부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이게 정말 인도네시아 영화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후 이코 우와이스(Iko Uwais), 조 타슬림(Joe Taslim) 같은 미남 액션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레이드 2(The Raid 2)>(2014), <헤드샷(Headshot)>(2016), <우리에게 깃든 밤(The Night Comes for Us)>(2018) 같은 영화들이 줄줄이 나왔다. 특히 조 타슬림은 <검객>(2020)에서 장혁과 공연했고 <모털컴뱃 2(Mortal Combat 2)>(2022)에서는 ‘서브제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한국과 헐리우드에 얼굴을 알렸다.

 

인도네시아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범죄 스릴러도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올해 개봉한 <라덴살레 절도작전(Mencuri Raden Saleh)>은 235만 명의 관객이 들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로컬 수퍼히어로 장르의 출현 역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예전에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 나온 여성 수퍼히어로 영화 <발렌타인(Valentine)>까지만 해도 전혀 세간에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2019년 조코 안와르 감독이 만든 <군달라(Gundala)>로 시작하여 올해 두 번째 영화인 <스리아시(Sri Asih)>가 개봉하며 부미랑잇 시네마 유니버스(Bumilangit Cenema Universe)의 시대를 열었다.  

 

이에 맞선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Satria Dewa Universe)도 명실공히 현대 인도네시아 영화계 최고 감독이라 할 하눙 브라만티요(Hanung Bramantyo) 감독을 통해 인도네시아 와양 그림자극 버전에서 가져온 힌두신화 대서사극인 마하바라타(Mahabarata)의 영웅을 되살려 만든 <사트리아데와: 가똣까차(Satria DewaL Gatotkaca)>를 2022년 초 개봉한 바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예전에 비해 보다 치밀하고 정교해진 호러장르의 영화들이다.

 

사실상 네덜란드 식민지시대에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영화인 <루뚱 까사룽(Lutung Kasarung)>(1926)부터 호러 장르에 속한다 할 수 있고 그간 수많은 호러영화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영화시장 개방 이후 점점 더 발전해 2017년에는 <사탄의 숭배자> 1편이 420만 명의 관객을 들이며 그해 흥행 수위를 차지했고 <다누르(Danur)> 시리즈는 다누르 유니버스를 창조하며 스핀오프와 프랜차이즈 영화들을 여러 편 만들어냈다.

 

그리고 올해 들어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이 920만 명 넘는 관객이 들어 흥행 수위를 기록하며 로컬영화는 물론 헐리우드 수입영화들의 관객기록들마저 모두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고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Pengabdi Setan 2: Communion)>은 640만 명 관객으로 흥행 2위를 달렸다.

 

흥행상위 15개 영화 중 9개가 호러영화일 정도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2022년 코로나 팬데믹을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호러영화 전성시대를 열었다.

 

 

 

2. 장르별 추이

 

1) 관객 기준

 

필름 인도네시아 홈페이지[1]에는 2007년부터의 관객자료들이 남아있지만 영화산업에 해외자본에 개방된 2016년부터 극장 개봉영화들의 연도별 흥행순위 상위 15편의 장르별 관객수를 통해 본 소비 측면에서의 장르 선호도 변화추이를 살펴보았다.

 

2018년부터 넷플릭스가 인도네시아에서 오리지널 콘테츠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OTT용으로 만들어지거나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OTT로 직행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3월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시작되면서부터다. 그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전국 상영관들도 방역 프로토콜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총 8개월 정도 문을 닫아야 했고 2021년 하반기까지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이유로 극장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했다. 따라서 2020년-2021년 기간의 관객자료는 당시 상황으로 인해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표1. 2016-2022년 로컬영화 흥행순위 상위 15편 장르별 편수 및 관객 추이

연도 드라마 코미디 호러
편수 (%) 관객수 (%) 편수 (%) 관객수 (%) 편수 (%) 관객수 (%)
2016 7 46.7% 10,331,759 34.1% 7 46.7% 19,441,976 64.1% 1 6.7% 550,252 1.8%
2017 7 46.7% 8,988,810 31.8% 3 20.0% 7,298,747 25.8% 5 33.3% 12,002,186 42.4%
2018 4 26.7% 11,101,650 38.2% 4 26.7% 5,151,857 17.7% 7 46.7% 12,828,186 44.1%
2019 7 46.7% 17,417,330 58.8% 4 26.7% 5,174,115 17.5% 4 26.7% 7,055,005 23.8%
2020 6 40.0% 7,730,006 63.8% 3 20.0% 1,216,936 10.0% 6 40.0% 3,165,230 26.1%
2021 9 60.0% 879,264 20.8% 3 20.0% 1,234,219 29.2% 3 20.0% 2,112,542 50.0%
2022 5 33.3% 13,604,665 31.7% 1 6.7% 2,886,121 6.7% 9 60.0% 26,489,931 61.6%

*출처: Film Indonesia 홈페이지 연도별 관객수 데이터 기준 작성 (2022년은 11월 30일 기준)

 

 

2016년 코미디 영화 <와르꼽 DKI의 재탄생: 장끄릭 보스 1부(Warkop DKI Reborn: jangkrik Boss! Part 1)>가 당시 68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들이며 공전의 히트를 쳤고 이후 매년 해당 영화의 후속편들이 좋은 흥행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2017년 <사탄의 숭배자>가 흥행수위를 차지하면서 인도네시아 로컬영화시장엔 호러영화 붐이 다시 불었는데 이듬해인 2018년부터 2020년 팬데믹 직전까지 <딜란(Dilan)> 3부작이 연속 흥행하며 드라마 전성시대를 열었다.

 

상기 표에서 2020년과 2021년 자료는 특정 장르의 영화편수와 관객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2020년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발생 직전에 딜란 3부작 마지막 편인 <밀레아: 딜란의 목소리(Milea: Suara dari Dilan)>를 포함한 세 편이 총 650만 명을 넘은 상태에서 상위 15편의 나머지 영화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중도에 스크린에서 내려오거나 코로나 감염 공포가 심각하던 팬데믹 기간 중 개봉해 미미한 관객이 들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전빈적으로 2020년보다 더욱 저조했지만 그해 말 개봉한 공포영화 <막뭄2(Makmum2)>가 2022년 초까지 170만 명 넘는 관객을 들이며 선전했기 때문에 호러영화 편수에 비해 관객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처럼 나타난다. <막뭄2>가 아니었다면 2021년 최고 흥행영화는 45만 명 관객이 든 애니메이션 <누사(Nussa)>였을 것이다. <누사>는 상기 표에서 코미디 장르에 임시로 포함시켰다.

 

2022년 영화관객들은 그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발이 묶여 있던 것에 대한 반동으로 다분히 보복적인 관람태도가 엿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920만 명과 640만 명의 관객이 든 최고 흥행영화 두 편이 호러 장르의 영화라는 것을 결코 우연이라 치부하기 어렵다. 인도네시아 영화애호가들의 호러영화 선호경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나 일부 영화에 폭발적으로 관객이 몰린 것은 그만큼 해당 호러영화들의 수준과 내용이 관객들 기대를 충분히 부응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2) 영화제 수상 기준

 

(1) 인도네시아 영화제 (FFI)

한편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수상을 기준한 장르 및 특정영화의 선호도는 관객수 기준 추이와 좀처럼 일치하지 않는다. 마침 지난 11월 22일 2022년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2)가 열려 수상작들이 발표되었다. 많은 수상부문들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작들만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뽑아 보았다.

 

표2. 2016-2022년 기간 인도네시아 영화제 작품상 및 감독상 수상작품

연도 구분 수상작 장르 비고
2016년 작품상 <아티라(Atirah)> 드라마  
감독상
2017년 작품상 <나이트버스(Night Bus)> 드라마  
감독상 <소유욕(Posesif)> 드라마  
2018년 작품상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Marlina Si Pembunuh Dalam Empat Babak)>
드라마  
감독상
2019년 작품상 <내 몸의 기억들(Kucumbuh Tubuh Indahku) 드라마  
감독상
2020년 작품상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h Jahanama)> 호러 흥행 7위,
180만 관객
감독상
2021년 작품상 <복사기(Penyalin Cahaya)> 드라마 넷플릭스 개봉
감독상
2022년 작품상 <과거, 현재 & 그때 (나나)>
(Before, Now & Then (Nana))
드라마  
감독상 <그리움은 복수처럼 반드시 되갚는 것(Seperti Dendam, Rindu Harus Dibayar Tuntas)> 드라마  

*출처: Film Indonesia, 위키페디아

 

인도네시아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거의 드라마 장르 일색이다. 더욱이 대부분 로컬 영화 흥행순위 15위권 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즉 인도네시아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일반 영화팬들의 취향과 전혀 다르다는 의미다.

 

올해 로컬영화 흥행 4위에 오른 코미디 영화 <무시무시하게 맛있는(Ngeri Ngeri Sedap)>이 여러 부문 후보로 올랐지만 결국 무관에 그친 것이 그 증거다. 영문제목을 <Missing Home>으로 단 이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 인도네시아 영화 대표로 출품되었는데도 말이다.  

 

FFI 2022의 옥의 티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920만 관객이란 공전의 흥행성적을 낸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 역시 이번에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했다. 관객들이 그토록 사랑한 영화를 인도네시아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냉정하게 외면해 버린 것이다. 마치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로컬 영화관객들에게 ‘너희들은 수준이 너무 낮아’라고 조롱하는 듯하다. 

 

 

(2) 인도네시아 기자영화제(FFWI)

인도네시아 기자영화제는 드라마, 코미디, 호러 등 세 장르의 각 부문 수상작들을 기자들이 뽑아 시상하는 행사다. 1970년에 시작되었지만 중간에 행사 명칭도 바꾸고 간헐적으로 진행되다가 중단되기를 반복했는데 2021년에 재개되어 올해 12회차를 맞았다.  

 

올해는 10월 27일(목) 하지 우스마르 이스마일 영화센터(PPHUI)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FFWI의 2021-2022년 수상작들은 다음과 같다.

 

표3. 2021-2022년 기간 인도네시아 기자영화제 작품상 및 감독상 수상작품

연도 장르 구분 수상작 비고
2021년 드라마 작품상 <알리와 왕후들 (Ali & Ratu Ratu Queens)> 넷플릭스 개봉
감독상
코미디 작품상 <참아, 이건 시험이야 (Sabar Ini Ujian)>  
감독상
호러 작품상 <고통(Affliction)> 넷플릭스 개봉
감독상
2022년 드라마 작품상 <유니(Yuni)>  
감독상
코미디 작품상 <무시무시하게 맛있는(Ngeri-Ngeri Sedap)> 흥행 4위
289만 관객
감독상
호러 작품상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 흥행 2위
640만 관객
감독상

 

인도네시아 기자영화제 수상작들은 대체로 인도네시아 대중들의 취향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도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어 영화적 요소 외에 다른 것이 감안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상기 표의 인도네시아 영화제와 인도네시아 기자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호러영화 수상작들에서 엿보이는 점은 FFI 2020 수상작 <지옥의 여인>과 FFWI 2022 수상작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이 모두 조코 안와르(Joko Anwar) 감독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는2017년에도 <사탄의 숭배자> 1편으로 로컬영화 흥행 수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FFI에서 비록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진 못했지만 영상, 음향, 시각효과, 예술 등 7개 부문을 휩쓴 바 있다.

 

따라서 영화제 수상기준에는 영화제작사와 감독의 네임밸류에도 상당 부분 가중치가 주어지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FFWI 2022에서 코미디와 호러 장르의 수상작은 흥행성적과 대체로 비례하나 드라마 부분만은 흥행성적과 전혀 상관없는 작품을 선정한 것은 FFI 역대 수상작 리스트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이, 영화산업인들이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드라마 장르의 배타적 우월성, 그리고 모름지기 드라마라면 대중의 인기와 흥행보다는 예술성, 시의성, 문제의식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세부 장르들

 

1) 호러 장르

 

(1) 연도별 호러영화 흥행작

이와 같이 인도네시아 영화제에서는 거의 환영받지 못하는 호러영화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는 가장 각광받는 장르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로컬영화 흥행순위 15위 안에 포함된 호러영화들을 뽑아 보았다.

 

표 3. 2016-2022년 기간 인도네시아 호러영화 연도별 흥행작 

년도
(공포영화 편수)
연도별 흥행성적 15위 내의 공포영화 (흥행순위)
2016 (1) <더 돌(The Dall)>(15위)
2017 (5) <사탄의 숭배자(Pengabdi Setan)>(1위),
<다누르: 난 귀신이 보여(Danur: I can See Ghosts)>(4위),
<빙의인형(Jailangkung)>(5위),
<영안(Mata Batin)>(8위),
<더 돌 2(The Dall 2)>(9위)
2018 (7) <수잔나: 무덤 속에 숨쉬다(Suzzanna Bernapas Dalam Kubur)>(2위),
<다누르2: 마다(Danur2: Maddah)>(3위),
<아시(Asih)>(5위),
<빙의인형2(Jailangkung2)>(9위),
<사브리나(Sabrina)>(11위),
<꾼띨아낙>(12위),
<악마가 낚아채기 전에(Sebelm Iblis Menjemput)>(13위)
2019 (3) <다누르3: 적막(Danur3: Sunyaruri)>(4위),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h Jahanam)>(7위),
<꾼띨아낙2(Kuntilanak2)>(8위)
2020 (4) <악마가 낚아채기 전에 2(Sebelm Iblis Menjemput 2)>(4위),
<망꾸지워(Mangkujiwo)>(5위),
<빙의2(Rasuk2)>(9위),
<아시2(Asih)2>(10위)
<태아(janin)>(13위),
2021 (3) <막뭄 2(Makmum 2)> (1위)
<죽음의 렝게르 춤(Tarian Lengger Maut)> (5위)
<꾸양(Kuyang The Movie> (8위)
2022 (9) <무용수 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 (1위)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 (2위)
<이바나 (Ivanna)> (5위)
<더 돌 3(The Dall 3)> (9위)
<퇴마사 코드랏(Qodrat)> (10위)
<빙의인형 -산데깔라(Jailangkung-Sandekala)> (11위)
<꾼띨아낙 3(Kuntilanak 3)>(12위)
<빠말리(Pamali)> (13위)
<이낭 (Inang)> (14위)

*출처: 필름인도네시아

 

(2) 다누르 유니버스(Danur Universe)

2018년 <다누르> 연작의 1편이 260만 명가량 관객을 끌면서 흥행에 성공하자 이어 후속편들과 스핀오프 작품들이 계속 제작되면서 ‘다누르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이 만들어졌다.  올해 개봉하여 280만 관객이 든 <이바나>도 다누르 유니버스 작품이다.

 

표 4. 다누르 유니버스 영화 흥행성적

영화명 개봉일 감독 제작사 관객 (흥행순위)
<다누르: 난 귀신이 보여> 2017. 3. 30 아위 수리야디
(Awi Suryadi)
픽하우스 필름스
(Pichouse Films)
2,736,157 (4위)
<다누르2: 마다)> 2018. 3. 28 아위 수리야디 MD 픽쳐스
픽하우스 필름스
2,572,133 (3위)
<빙의(Rasuk)> 2018. 6. 28 우바이 폭스
(Ubay Fox)
MD 픽쳐스
디 컴퍼니
(Dee Company)
900,019
<아시(Asih)> 2018.10.11 아위 수리야디 MD 픽쳐스
픽하우스 필름스
1,714,798 (5위)
<어둠(Silam)> 2018.12.13 호세 쁘르노모
(Jose Poernono)
픽하우스 필름스 793,107
<다누르3: 적막> 2019. 9. 26 아위 수리야디 MD 픽쳐스 2,411,036 (4위)
<빙의2(Rasuk2)> 2020. 1. 2 리잘 만또파니
(Rizal Mantovani)
디 컴퍼니
블루워터 필름스
(Blue Water Flms)
376,985 (9위)
<아시2(Asih 2)> 2020.12.24 리잘 만또파니 MD 픽쳐스
픽하우스 필름스
252,424 (10위)
<이바나(Ivanna)> 2022. 7. 14 끼모 스땀불(Kimo Stamboel) MD 픽쳐스
픽하우스 필름스
2,793,775 (5위)

 

(3) 인도네시아 호러영화의 특징과 최근 추이

 

호러영화를 악령과 주술, 흑마술사들이 등장하는 ‘악마적 공포’와 <스크림> 같이 연쇄살인범과 싸우는 ‘심리호러’로 나눈다면 위에 열거된 인도네시아 호러영화들은 100% 악마적 공포를 다룬 것들이다. 즉 귀신, 빙의, 되살아난 시체, 금지된 주술, 악한 흑마술사, 퇴마사 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다.

 

2022년에 흥행한 호러영화들 중에서 <더 돌 3>은 처키가 등장하는 <사탄의 인형>을 떠올리게 하고 <퇴마사 코드랏>은 인도네시아판 <콘스탄틴>이다. <꾼띨아낙 3>이나 <빙의인형-산데깔라> 등 다른 영화들도 대개 세간에 알려진 특정 귀신들의 특징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그래서 특정 귀신이나 사건보다 세계관 확장에 보다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이는 상위 세 편의 영화들은 사뭇 인상적이다. 이들 세 편에 대해서는 직접 관람하고 후기를 작성하면서 인도네시아 호러영화의 미래를 대략 점쳐 보았다.

 

그림1 2022년 인니 로컬영화 흥행순위 1, 2, 5위의 호러영화

 

① <무용수마을의 대학생 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

 

이 영화의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남녀 세 쌍 여섯 명의 대학생들이 깊은 숲 속, 어딘가 신비하고도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마을에 머물며 신덴(Sinden)이라 불리는 수원지 보수공사를 하게 되는데 그들 중 자바 전통 무용수의 모습을 한 진(dzinn-귀신 또는 마물)에게 홀려 금기를 깨고 선을 넘으면서 대학생들 모두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을이 품고 있던 비밀과 자신들이 치러야 할 대가를 처절하게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심지어 실제 사건을 토대로 했다는 설명도 붙어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인도네시아 호러영화가 이젠 나름 탄탄한 각본을 기반해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점프스케어(jumpscare)에만 의존하지 않고 충분히 납득할 만한 특수분장과 CG로 무장해 더 이상 예전의 조잡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영혼을 노리는 악령이 있어 두꾼(퇴마사)과 진(귀신)이 서로 싸우고 물리치는 구도가 아니라 서로 인정하고 경계하고 막고 속이며 두 세계의 경계선을 지키지만 누군가 끝내 금기를 깨고 선을 넘어 조화가 무너지면 자연의 섭리와도 같이 예외없이 닥쳐오는 파국을 그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귀신은 악령이라기보다는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면서도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미지의 존재’로 표현되지만 그 속성상 당연하게도 인간의 의지와는 호환되지 않아 그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치명적이다.

 

<무용수 마을의 대학봉사활동>에서 금기를 깬 사람들은 재앙을 피하지 못한다. 재앙이란, 선을 넘어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 입구에 가뿌라(Gapura)같은 경계석을 세워 인간이 사는 곳과 마물이 사는 곳을 구분한 후 마을 이장은 사람들이 그 선을 넘지 못하게 하고 오랑 삔따르(orang pintar – 무당의 다른 호칭)는 본의 아니게 선을 넘어간 사람들을 돌아오게 만들려 애쓰지만 그 노력은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다.

 

그런 절대 뻔하지 않은 설정과 전개가 숲속 마을을 아름답고도 장엄하며 때로는 음습하고 으시시하게 그린 영상과 함께 천만 명 가까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이 영화를 만든 아위 수리야디(Awi Suryadi) 감독은 앞서 언급한 <다누르> 연작 세 편을 모두 만들며 해당 세계관을 창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2020년 3월에 개봉하려 했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본의 아니게 2년 넘게 기다려야 했던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어쩌면 2020년에는 기대하기 힘들었을 초대박을 2022년에 터트렸다.

 

MD 픽쳐스는 곧바로 후속작 제작에 들어가 2022년 12월말 이전에 속편을 개봉할 계획인데 1편의 대성공과 재빠른 상업적 계산에 기댄 졸속 제작이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이 영화가 가진 독특한 세계관의 가능성과 미래를 오히려 훼손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②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Pengabdi Setan 2: Communion)>

 

이 영화의 1, 2편은 모두 리니(Rini)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1편은 1981년 교외의 한 주택, 2편은 1984년 북부 자카르타의 서민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1 편의 리니는 일곱 살씩 터울이 나는 남동생 세 명과 부모님 그리고 친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유명한 가수였던 어머니가 죽은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기를 가질 수 없었던 어머니가 어떤 오컬트 단체를 통해 악마와 계약을 맺고 아이를 얻었는데 악마와의 계약은 ‘막내가 일곱 살이 되면 죽은 자들이 돌아와 아이를 데려간다’는 것. 아이를 내주기 싫었던 어머니는 아이가 일곱 살이 되기 전 다음 아이를 낳는 식으로 계약의 이행을 미루었지만 그녀가 죽자 마침내 계약을 정산할 시간이 찾아온다.그렇게 막내 이안의 일곱 살 생일이 다가오면서 벌어지는 온갖 괴기스러운 일들이 1편에서 전개된다.

 

인도네시아 전설과 민화에서 신에게 기도하여 그 응답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조코 안와르 감독은 산 속 동굴에 들어가 신에게 간구하는 전통적인 클리셰를 깨고 도시 속에 존재하는 악마숭배 단체를 등장시켰다. 도시에 존재하는 사교집단, 오컬트 비밀조직, 악마 추종자들의 이야기는 인도네시아에서 그리 일반적인 주제가 아니다.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1편은 1981년, 2편은 1984년 등 약 40년 전을 영화 속 현재로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최근 인도네시아 호러영화의 트랜드인 모양인데 아마 2022년의 현재를 배경으로 하면 원하는 호러 분위기를 마음껏 뽑아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 아닌가 싶다.

 

1, 2편 모두 이슬람식 기도인 숄랏 장면도 등장한다. 우두(Wuduh)라고 하는 신체정화의식을 한 후 여성은 후드가 달린 단순한 드레스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고 메카를 향해 절하며 신에게 기도한다. 이 장면은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이나 <막뭄 2>같은 다른 영화에도 심심찮게 나오는데 그때마다 귀신들이 등장한다. 왜 하필이면 가장 경건하고 성스러워야 할 숄랏 기도시간에 귀신들이 모여드는 걸까? 그건 아마도 성당에서 악마나 좀비들이 등장하는 헐리우드 영화처럼 ‘어디에도 도망칠 곳이 없다’는 절망적 상황을 묘사하려는 것이었거나 가장 경건한 순간에 신성을 훼손하려는 악마적 속성, 또는 신과 마주하는 순간에도 귀신들을 더 두려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분명한 이슬람 요소를 가미한 숄랏기도 부분이 전체인구의 80%가 넘는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이 신성모독적 귀신영화를 본다는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기재로 사용되는 것이란 추론을 가능케 한다.

 

2편은 1984년에서 다시 30년 전인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비동맹국가들의 ‘반둥회의’를 앞두고 반둥 교외 외딴 건물 안에 리니의 어머니를 닮은 초상화를 향해 경배하듯 엎드리고 있는 수많은 뽀쫑(이슬람식으로 염습한 시신)들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동생들을 보살피는 것 대신 자신의 꿈을 쫓아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계속하려는 리니, 1984년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닥쳐온 폭풍으로 침수되어 오도가도 못하게 된 북부 자카르타와 리니가 사는 아파트 일대, 그 직전 아파트에서 발생한 엘리베이터 추락사고로 아파트 곳곳에 뽀쫑들이 널린 상황, 퇴근하고 나면 자기 가방을 농 안에 넣고 자물쇠로 잠그는 아버지의 기행,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파트 주민들. 그리고 연쇄살인범으로 신문과 TV에 언급되면서도 2편에서는 결국 등장하지 않는 ‘뻬뜨루스(Petrus)’라는 살인범의 존재 등이 얼기설기 엮이면서 이 영화는 긴장감 넘치게 전개된다.

 

1편과 거의 유사한 구도의 전개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일부 복선들이 있어 3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왔을 것이란 인상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의 1편을 본 이들의 후속작에 대한 오랜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③ <이바나 (Ivanna)> 

 

<이바나>의 시대 설정도 <사탄의 숭배자2: 커뮤니언>과 비슷하게 1993년을 현재로 하고 1942년 일본군 강점기 시대의 회상하며 시대를 넘나든다.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CG에 있다. 목이 없는 몸뚱이가 움직이는 장면, 영화 속 몇몇 등장인물들의 목이 잘리거나 뽑히는 장면 등 예전 같으면 인도네시아 영화에서 좀처럼 보여주지 않던 대체로 잔혹한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약점은 시나리오다.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밋밋하고 주인공조차 입체적이지 않아 충분한 몰입감을 주지 못했다.

 

1993년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라마단 금식월의 마지막 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암바르(Ambar)가 어린 남동생과 함께 반둥 지역의 한 저택에 사는 친척들을 찾아간다. 암바르에겐 세상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이 있다. 그렇게 그 집에 모인 세 명의 노인과 네 명의 선남선녀, 한 명의 어린이, 그리고 나중에 합류하게 되는 경찰관에게 라마단 금식월의 마지막 날부터 이둘피트리인 다음날까지 이틀간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의 이야기다. 그 저택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도 몰랐던 비밀 지하실에 목잘린 석상이 발견되면서 1942년 당시 처참한 죽음을 당한 네덜란드 여인 이바나의 원귀가 복수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의 억지스러움은 앞서 언급한 두 영화와 350-650만 명 정도의 관객 차이를 보일 만큼 치명적이다. 유명한 작가들이 붙었지만 개연성 높은 스토리를 만드는 데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도 280만 명이 든 것은 사람들이 보복적으로 영화를 보러 다니던 코로나 팬데믹 시대 끝물에만 벌어질 수 있었던 특별한 사건인 셈이다.

 

이 시기가 지나고 관객들 선구안이 더 높아지면 아무리 유명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참여하고 스폰서가 붙어 제작비를 대거 투하한다 해도 좀 더 개연성 있고 공감을 일으키는 시나리오가 뒷받침되어야만 비로소 많은 관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시대가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이다.

 

 

2) 수퍼히어로 장르

 

토착 수퍼히어로 장르의 출현은 가장 주목을 끈 뉴스 중 하나다.

마블과 DC의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던 2019년 스크린플레이 필름스(Screenplay Flims)가 부미랑잇 스튜디오스(Bumilangit Studios), 레거시 픽쳐스(Legacy Pictures)와 손잡고 만든 <군달라(Gundala)>는 부미랑잇 수퍼히어로 세계관의 첫 영화였다.

 

군달라, 스리아시 등 부미랑잇이 판권을 가진 만화들은 1950년대에 처음 출간되었는데 다분히 1940년대에 나온 미국 수퍼히어로 만화들의 영향을 받았다.

 

조코 안와르 감독은 <군달라> 한 편을 감독한 것에 그치지 않고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후속 영화 전체를 조율하는 총감독 역할을 하며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2022년에는 두 번째 영화 <스리아시(Sri Asih)>가 개봉했고 세 번째 영화 <피르고와 스파클링스(Virgo and the Sparklings)>는 2023년 개봉을 앞두고 트레일러가 공개된 상태다. <스리아시> 영화 말미 쿠키 영상에서는 네 번째 영화가 될 또 다른 수퍼히어로 고담(Godam)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부미랑잇 수퍼히어로 영화들의 제작과 개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군달라>가 유료관객 170만 명으로 그해 흥행순위 10위에 오르며 선전하면서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알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2년 여의 공백 후 나온 <스리아시>는 비록 개봉 후 4주 동안 50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으며 <군달라> 만큼의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같은 시기에 스크린에 오른 <블랙아담>, <와칸다포레버> 등 미국 본토의 원조 수퍼히어로 영화들과 경쟁했으므로 나름 상당히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마블에게 DC가 있듯, 부미랑잇의 대항마를 자처한 사트리아 데와 스튜디오(Satria Dewa Studio)는 힌두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Mahabarata)의 인도네시아 와양 그림자극 버전에서 수퍼히어로들을 불러냈다.

 

사트리아 데와는 처음부터 총 여덟 편을 기획해 2020년부터 매년 한 편씩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 첫 영화가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챠(Satria Dewa: Gatotkaca)>이고 이후 아르쥬나(Arjuna,), 유디스티라Yudhistira), 바라타유다(Bharatayuda), 비마(Bima), 나꿀라 사데와(Nakula Sadewa), 스리깐디(Srikandi) 등의 힌두 영웅들이 현대적 수퍼히어로로 재탄생하여 등장한다. 이들이 모두 모인 후 마하바라타 마지막 대전쟁인 꾸룩쉐트라 (Kurukshetra) 전쟁으로 마무리되는 플롯이다.

 

부미랑잇 측 조코 안와르 감독의 명성에 대응해 사트리아 데와 측은 당대 최고인 하눙 브라만티요(Hanung Bramantyo) 감독을 내세웠다. 하지만 제작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가똣까차>는 2022년 6월 개봉한 후 겨우 18만5,000명의 관객이 드는 것에 그쳤다. 자료에 따르면 제작비 240억 루피아(약 20억 원)가 투입되었는데 극장수입은 73억 루피아(약 6억 원) 뿐이었으므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후속작 제작여부마저 불투명하게 되었다.

 

이렇게 지금까지 단 세 편이 나온 수퍼히어로 장르의 영화들을 모두 관람하고 후기를 작성했다.

 

 

(1) 부미랑잇 유니버스 (Bumilangit Universe)

 

그림 2. <군달라>와 <스리아시> 포스터

① <군달라(Gundala)>

 

한국어로는 <군달라: 수퍼히어로의 탄생>이란 제목이 달려 OTT에서 검색할 수 있다. 원작은 하스미(Hasmi)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하리야 수리야미타나 작가가 1969년에서 1982년 사이 23권에 걸쳐 연재한 <군달라, 벼락의 아들(Gundala Putra Petir)>이란 만화다.

 

아버지가 노동운동을 하다가 죽고 일하러 간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아 혼자가 된 주인공 산차카는 길바닥 야생에서 무술을 익혀 공장 경비원으로 취직하는데 그가 사는 도시는 현실의 자카르타가 아니라 폭력과 범죄가 판치는, 거의 무정부 상태인 배트맨의 고담시와 비슷한 설정이다. 그는 시장통 사람들을 도와 깡패들과 싸우다가 어떤 시점에 벼락을 다루는 수퍼히어로 군달라로 각성하고 도시를 지배하는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

 

조코 안와르 감독이 원작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썼는데 일부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지만 인도네시아 영화 역사상 제대로 된 첫 현대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대체로 용서해주는 분위기다.

 

주인공이 아직 길거리 꽃제비로 살던 시절 무술을 가르쳐준 아왕이란 소년의 뒷 이야기가 끊어지고, 실종된 어머니가 다른 도시 병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왜 그랬던 건지,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지 후속 전개도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이 영화의 최고 빌런 뼹코르의 고아원 친구들이 모두 일상을 살다가도 호출을 받으면 합류해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하는 살인귀 전사가 되어버린 배경, 산모에게 주사하면 이후 태어난 아기가 부도덕한 무정부주의자로 성장하게 만드는 약이 있다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영화에서 묘사된 군달라는 마블의 스파이더맨 포지션이란 인상이 강하다는 점에서 후속작이 기대된다. 다음 영화의 주인공 스리아시가 영화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장면도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히어로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바글거리는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을 유기적으로 잘 설정해야 할 것이므로 결국 다시 역량있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참여가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결론으로 돌아가게 된다.

 

② <스라아시(Sri Asih)>

 

부미랑잇 유니버스(Munilangit Universe)의 두 번째 수퍼히어로 영화 <스리 아시(Sri Asih)>가 2022년 11월 17일 개봉했다.

스리아시는 R.A. 코사시(Kosasih)가 1954년 멜로디 출판사(Penerbit Melodie)에 실은 만화 캐릭터였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수퍼히어로이며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기도 하다. 가장 강력한 전사로 부미랑잇 세계관 최강자에 속한다. 작가나 출판사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미국에서 1941년 처음 등장한 ‘원더우먼’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에서도 등장하지만 원더우먼이 사용하는 ‘진실의 밧줄’ 대신 스리아시는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빨간색 슬렌당(Selendang-허리나 어깨에 걸치는 긴 천)을 이용해 적을 때리고 묶고 잡아 끈다. 특히 손목에 두른 철갑팔찌로 총알을 튕겨내는 것은 원더우먼의 설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마존 전사민족은 아니지만 태생적 전사라는 점도 같다.

 

스리아시의 스토리는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 오랜 옛날부터 선한 신 데위 아시(Dewi Asih- 사랑의 신)가 악신 데위 아삐(Dewi Api-불의 신)와 싸워 결국 승리해 머라삐 화산에 가두는 데에 성공하지만 매번 그곳을 빠져나와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데위 아삐에 맞서 각각의 시대에 데위 아시의 화신들이 나타나 물리친다는 플롯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1950년 대에는 나니 위자야(Nani Wijaya)라는 화신이 등장한다. 그녀는 국제 마피아 조직과 싸우는 독립 조사관 캐릭터다. 이후 렝가니스(Rengganis)라는 이름의 사회환경운동가가 나니 위자야의 뒤를 이었고 그 다음이 영적능력을 가진 알라나(Alana)인데 영화 <스리아시>는 알라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기술 자체, 특히 CG 면에서는 한국이나 헐리우드에 크게 뒤져 보이지 않는다. 돈을 많이 들이면 CG는 당연히 좋아진다. 하지만 시나리오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이 아쉽다. 인물설정부터 주인공이나 주변인물들, 상대편 빌런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아 결국 영화나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빌런들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진짜 빌런이 있다는 식의 설정도 꽤나 진부하고 그렇게 전개되는 연결과정도 그리 매끄럽지 않다. 개연성 없는 전개만큼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없다.

 

 

(2)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 (Satria Dewa Universe): <사트리아 데와 : 가똣까차>

 

그림 3.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 포스터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영화의 줄거리도 단순하고 전형적이다. 오랜 세월 동안 줄곧 싸워온,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 존재를 전혀 모르는 두 개의 세력이 있고 어린 시절부터 이미 그 사건에 휘말려버린 주인공은 출생의 비밀과 기연을 통해 각성하고 놀라운 힘을 얻어 악한 상대편과 싸워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힌두 대서사시 마하바라타(Mahanbarata)의 인물과 내용 일부를 차용해 왔는데 빤다와(Pandawa)와 꼬라와(Korawa)라 불리는 두 종족이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긴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빤다와는 선한 편, 꼬라와는 악한 편으로 묘사된다. 가똣까차는 당연히 빤다와 종족에 속한다. 하지만 스토리의 전개는 부미랑잇 측 작품들에 비해 너무나 삐걱거린다.

 

원래 이 영와는 찰스 고잘리(Charles Gozali) 감독이 맡기로 하고 영화 티저까지 만들었지만 2020년에 그가 사임하면서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의 손에 넘어왔다. 그는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수퍼히어로 영화 <군달라>(2019) 감독으로 거의 내정되었다가 그 자리를 조코 안와르 감독에게 뺏겼는데 본의 아니게 또 다른 수퍼히어로 영화를 찍게 되면서 힘이 너무 들어가 버렸다. 반둥공대를 나온 조코 안와르 감독과는 달리 영화인들의 산실인 자카르타 예술대학교(IKJ)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이후 수많은 영화를 만들며 인도네시아 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감독상을 수상, 그와 별도로 열 번 가까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명실공히 당대 인도네시아 최고 감독인데도 말이다.

 

원래 이 영화에 출연 예정이었던 세 명의 배우에게도 일이 생겼다. 드위 사소노(Dwi Sasono)는 중도에 마약사건에 휘말려 하차했고 디디 끔뽓(Didi Kempot)과 아슈라프 싱클레어(Ashraf Sinclair)는 2020년 2월과 5월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시작부터 좋지 않은 전조가 여기저기서 보였다.

 

가똣까차의 코스튬은 최악의 디자인이다. 가똣까차로 완전히 각성하기 전 주인공 유다(Yuda)는 토니 스타크를 만나기 전 스파이더맨처럼 대충 코스튬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 입었는데 나중에 각성한 후 성유물 펜던트를 주먹으로 때리면 아이언맨 나노 기술 코스튬이 생성되어 온몸을 덮는 것처럼 저절로 복장을 갖추게 된다. 전체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갑옷과 닌자 복장을 대충 섞어 놓은 분위기인데 거기에 카이저 콧수염이라니.

 

그림4. 가똣까차(왼쪽)과 사트리아 데와의 수퍼히어로들

 

후속작이 모두 다 나오면 저런 복장을 한 수퍼히어로 일곱 명이 모이게 된다는 얘기인데 그게 어떤 처참한 그림이 될지도 대략 짐작하게 된다. 파워레인져가 되는 거다.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으로서는 <가똣까차>의 폭망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 9월 초에 그가 감독하여 개봉한 한국 원작 리메이크 <7번방의 선물>이 올해 로컬영화 흥행 3위를 기록하면서 간신히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사트리아 데와 영화들의 가장 근본적 문제는 시나리오다. 부미랑잇 수퍼히어로들의 이야기는 만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관련 시나리오 작업은 엄밀히 말해 만화 속 스토리를 좀 더 치밀하고 개연성 있게 만드는 각색작업이다.

 

하지만 사트리아데와의 수퍼히어로들도 마하바라타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니어서 매번 해당 인물을 테마로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첫 단계다. 말하자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그러니 좋은 시나리오 작가가 붙어줘야만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구도다. <가똣까차>는 그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부미랑잇과 사트리아데와의 대결은 인도네시아 영화계 차세대 대표주자 조코 안와르 감독과 영화계 진골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 사이의 자존심 대결 같은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만약 사트리아데와가 이번 <가똣까차>를 끝으로 손을 들어버린다면 비록 <7번방의 선물>로 명예회복을 했다고는 하나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은 한동안 깊은 패배감에 시달리게 될 듯하다.

 

 

3) 드라마와 코미디

 

① 한국영화 리메이크

드라마와 코미디 부문의 한국영화 리메이크들은 대체로 좋은 성과를 내왔다.

<수상한 그녀>(2014)의 리메이크인 <스위트 20(Sweet 20)>(2017), <써니>(2010)의 리메이크 <베바스(Bebas)>(2019), 올해의 리메이크작 <7번방의 선물> 모두 그해 흥행 상위권에 올랐고 <헬로고스트>의 리메이크작도 곧 스크린에 오를 예정이다. 특히 <7번방의 선물>에 530만 명의 관객이 들면서 크게 히트한 덕에 한국영화들의 추가적인 리메이크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② <라덴살레 절도작전(Mencuri Raden Saleh)>

대통령궁에 전시된 역사적 실존인물 라덴살레(Raden Saleh)의 명작 그림 ‘디포네고로 왕자의 체포’를 훔치려는 일단의 학생들을 그린 이 작품은 입소문을 타며 234만 명 관객이 관람했다. 범죄스릴러는 인도네시아에서 흔치 않은 장르다.

 

그림5. <라덴살레 절도작전>과 <무시무시하게 맛있는>

 

③ <무시무시하게 맛있는(Ngeri-Ngeri Sedap)>

자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려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이 영화는 29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들어 2022년 로컬영화 흥행순위 4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 영화를 대표해 오스카에도 출품되었다.

 

이 영화가 2022년 인도네시아 영화제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이유를 굳이 찾자면 별다른 실적이 없었던 영화사 이마지나리(Imajinari)가 제작했고 그간 여러 작품에 공동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지만 감독으로는 2019년 <유령작가(Ghost Writer)>로 처음 데뷔한 무명의 베네 디온 라자국국(Bene Dion rajagukguk)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것 정도다. 제작사와 감독의 네임밸류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쨋든 2022년 흥행에 성공한 유일한 코미디 영화로 기록되었다.  

 

④ 뮤지컬 영화

2000년 개봉해 각광을 받았던 어린이용 뮤지컬 영화 <쉐리나의 모험(Petualangan Sherina)>의 속편 <쉐리나 2(Sherina 2)>가 2023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을 발표했다.

 

뮤지컬 영화가 그 이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극중 가수로 분한 연기자들이 무대공연을 하는 것들이 뮤지컬로 분류된 경우가 많았고 실제 본격 뮤지컬 영화로 흥행에 성공한 것은 <쉐리나의 모험>이 유일하다. 23년만에 다시 제작되는 뮤지컬 영화가 어떤 식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5. 나가는 글

 

2022년의 극장 분위기는 연말로 넘어가고 있지만 <와칸다포레버>와 <스리아시> 등 수퍼히어로 영화들과 함께 <퇴마사 코드랏>, <끄라맛 2(Keramat 2)> 같은 호러영화들이 걸려 있다.

 

공교로운 일이지만 이는 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진 호러영화들과 수퍼히어로들을 내년에도 보고 싶은 인도네시아 영화애호가들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만 같다.

(끝)

 

 

 

 

참 고 문 헌

 

 

인터넷 사이트

- 사이트

자카르타포스트, "FFI 2022 ", http://www.thejakartapost.com/

히스토리아 "sejarah film horor ", http://historia.id /

리뿌딴 6, "FFWI 2022 pemenang ", http://www.liputan6.com

꼼빠스닷컴, "FFI 2022 daftar pemenang ", https://www.kompas.com/

꼼빠스닷컴 "sherina 2 ", https://entertainment.kompas.com/

 

 

- 홈페이지

필름인도네시아, http://filmindonesia.or.id/

Imdb, https://www.im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