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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10월 보고서

beautician 2022. 11. 13. 11:11

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10월 보고서

 

□ 출판계 이슈 및 주요 동향

 

ㅇ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의 ISBN 새로운 발급 규정 논란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Perpusnas)이 ISBN 발급업무와 관련해 ISBN을 신청한 도서들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ISBN 발급을 선별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칙을 내놓았다. 새 규칙의 주된 목적은 ISBN 발급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이지만 표절 작품의 경우 출판사들의 서로 자기 것이 오리지널이라며 싸우는 상황을 상정해 표절 작품에 대한 ISBN 발급을 제한하겠다는 취지의 규정이 일부 논란을 불렀다.

 

해당 내용은 2022년 6월 22일 M 샤리프 반도 도서관장이 서명한 ISBN 서비스에 대한 2022년 국립도서관 규칙(Perka) 5호 제9조 (2)항에 다음과 같이 담겼다.

 

제9조

(2) (1)항에 언급된 구비서류들은 다음과 같다.

a. 신청자의 편지지 양식에 대표의 서명과 회사의 직인이 찍힌 ISBN 등록신청서

b. 인지를 붙여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임을 공식적으로 증명한 서류

c. 출판 직전 최종 편집본을 pdf 확장자의 문서형식으로 제출할 것.

d. 저작권자의 번역허가서류 (해당 사항 있는 도서에 한함)

e. 출판권 이양서 (해당 사항 있는 도서에 한함)

 

국립도서관 측은 이번 새로운 ISBN 발급규정을 통해 출판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또한 도서 복제나 표절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행위인데 국립도서관 역시 ISBN 발급과정에서 표절 여부를 판단하여 ISBN 발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도 번역서가 소개된 ‘호랑이 남자’,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를 쓴 현지 유명 소설가 에카 꾸르니아완(Eka Kurniawan)이 이 부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무이 뿌스타카(Moooi Pustaka)라는 자신의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ISBN 발급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에카 꾸르니아완

 

그가 지적한 문제점은 해당 도서가 오리지널 작품임을 확인하는 진위확인서를 요구하는 부분이다. 국립도서관은 인지를 붙인 진위확인서를 요구하는데 번역도서의 경우 인도네시아 국내에서만 파는 인지(materai)를 외국에서 무슨 수로 구해 확인서에 붙이냐는 것이다. 심지어 국내 작가 작품들의 경우에도 작품의 오리지널 여부는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서 논할 문제이지 국립도서관이 그걸 문제삼아 ISBN을 발급하니마니 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립도서관은 그간 실제로 출판사들이 서로 표절해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간혹 일어났으므로 국립도서관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몇 개월 전에도 두 개의 출판사가 서로 다른 제목, 다른 출판사, 다른 저자의 작품으로 등록되었지만 내용이 동일해 표절 시비가 붙었는데 관행에 따라 두 책 모두에게 이미 ISBN을 발급해 준 국립도서관이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국립도서관은 도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선택적으로 ISBN을 발급하라는 요구를 받아 이와 같은 규정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한편 외국작가 작품의 경우엔 진위증명서로서 관련 계약서를 첨부하면 되며 계약서를 첨부하기 곤란할 경우 최소한 출판사와 외국저자 또는 저자의 대리인으로서의 상대국 출판사나 에이전시와의 협력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로 대체할 수 있다고 국립도서관 측이 설명했다.

 

출처: 더틱닷컴

 

 

ㅇ 2022년 한국 문화의 달 행사 일환으로 K-BOOK 전시회 개최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10월 7-8일 양일간 자카르타 시내 롯데애비뉴 4층 아이스팰리스 홀에서 ‘K-북, 한류를 넘어서(K-Book Beyond the Hallyu)’ 라는 주제로 도서전을 개최했다.

 

올해는 아동-청소년 도서를 중심으로 한국어 학습서 등 다영한 장르의 도서 200여권을 선보였고 누름꽃 책갈피 만들기, 한국전래동화 애니메이션 상영회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를 통해 현지 독자층을 넓히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현지 한국문화원은 우수한 한국문학작품 홍보를 위해 20세기 한국 단편소설을 현지어로 번역 출간하는 ‘20세기 한국문학 시리즈’ 사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도서전에서는 김유정의 ‘소낙비’,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가 수록된 20세기 한국문학 시리즈 7편과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 김동인의 ‘광화사’가 수록된 8편을 선보였다.

 

도서전 개막일에는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 그라메디아를 비롯한 현지 5대 출판사 고나계자,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 고등학교 교장 등이 참석해 20세기 한국문학 시리즈 7-8편의 출간식도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된 도서는 한국어 채택 고등학교와 전년도 문화원이 주최한 ‘한류 커뮤니티를 찾아라’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한국어 커뮤니티에 기증되었다.

 

한편 한국 문화의 달(K-Festival) 행사는 9월 15일(목)부터 11월 20일(일)까지 자카르타는 물론 반둥, 족자카르타 등 인도네시아 주요도시에서 다양한 전시회, 공연 등의 이벤트로 열리며 우리 대사관과 문화원은 물론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협회, 아시아나 항공, CGV 인도네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출처: 자카르타경제신문, 인도네시아 한인회 홈페이지

 

 

ㅇ 우붓 작가 독자 페스티벌 2022(UWRF 2022) 개최

 

 

우붓 작가 독자 페스티벌(Ubut Writers & Readers' Festival - UWRF) 2022가 올해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팬데믹 이전과 같이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150여 명의 작가, 활동가, 공연자들이 참석한다. 2002년 10월 세 개의 폭탄이 동원되어 2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발리 폭탄테러의 트라우마를 문학과 예술로 극복하기 위해 2004년 시작된 우붓 작가 독자 페스티벌은 현재 세계 5대 문예 페스티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관련해 10월 7일(금) 자카르타 시내 끄망 지역에서 UWRF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자넷 드니프(Janet DeNeefe)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올해 행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 출판계 인사 인터뷰

 

ㅇ 그라메디아(Gramedia) 출판사 BIP 출판부문 편집인 데시스(Ms. Desis) 인터뷰

 

2016년 그라메디아의 ‘부아나 일무 뽀뿔러르’(Bhuana Ilmu Populer – 이하 BIP)가 출간한 오수향 작가의 ‘1등의 대화습관’(번역본 제목 Bicara Itu Ada Seninya’ – 말은 예술)은 2022년 10월 현재 아직도 Bukabuku.com 같은 온라인 북스토어 사이트에서는 줄곧 자기계발서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는 저력의 베스트셀러다.

 

2021년 한국일보 현지특파원의 관련기사와 2022년 초 그라메디아 창립 52주년 기념 웨비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당 도서는 인도네시아에서 그동안 12만~15만 권이 팔렸다. 인도네시아 도서시장의 규모나 현지 독서율을 감안하면 엄청난 판매량이며 외국인 작가 도서 중 거의 최상위 판매량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도서시장에는 도서 판매량을 객관적으로 집계하거나 검증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해당 정보는 기본적으로 출판사 내부 자료이고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경우 알 수도 없고 크로스체크도 불가능하다.

 

단지 인세 정산이 현지 세무정리와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개별 도서의 인세 정산에 근거가 된 판매부수를 공식 판매량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마저도 현지 출판사와 원저자, 또는 그보다도 현지 출판사와 해당 도서 콘텐츠 계약 상대방인 도서 에이전시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특정 도서의 정확한 판매량은 사실상 객관적인 확인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지난달 오수향 작가와의 인터뷰를 이미 보고한 바 있다. 작가는 인도네시아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많이 읽어준 것에 감사하면서도 현지 판매상황에 대한 확인이나 에이전시를 통한 현지 출판사와의 소통, 인세 정산 등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음을 밝혔다.

 

요컨대 2016년 콘텐츠 수출이 이루어진 상기 도서의 첫 인세 정산을 2022년이 되어서야 받았으며 그조차도 작가가 한국일보 기사를 통해 자신의 저서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을 2021년에 알고 독촉한 끝에 이루어진 결과다. 현지에서 저 정도 판매량을 보였다면 현지 출판사가 애지중지 VIP로 모셔야 할 판인데, 작가의 저서 두 권을 후속 현지출간하면서도 인세정산을 그렇게 소홀히 했다는 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KPIPA 입장에서 특정 작가 특정 도서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세밀히 조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BIP와는 오수향 작가 도서를 비롯한 한국 콘텐츠 및 외국 콘텐츠 전반과 관련한 BIP의 도서 선정방식과 출판원칙, 소통과 인세정산 방식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진행은 우선 10월 초 질문리스트를 서면으로 보내 10월 10일(월) 서면 회신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10월 11일(화) 오수향 작가 작품을 담당한 데시스(Desis) 편집장을 BIP 사무실 건물에서 대면 인터뷰하며 추가적인 내용들을 물었다.

 

 

 

질문: 그라메디아는 인도네시아 최대 출판사로 사내에 여러 출판부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BIP 소개를 부탁한다. BIP는 현지 독자들을 위해 주로 어떤 도서들을 출판하나?

 

답변: 꼼빠스-그라메디아 그룹에는 8개 출판부서가 있는데 그중 하나인 BIP는 1985년 9월 21일 만들어졌다. 코어 비지니스는 출판으로 현재 수백 명의 사무실 인원들이 일하는 그라메디아 출판사에서 40명 규모의 비교적 작은 조직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출판활동을 하고 있다. 주력 출판물은 아동도서로 교육만화, 백과사전, 그림책, 활동책 등이다. 이 외에도 건강, 비즈니스, 리더쉽, 동기부여, 자기계발 등에 대한 논픽션 도서들, 참고서 등도 출판한다. BIP는 매년 300편 정도의 도서를 출판하는데 이중 아동도서 비중이 70% 정도다.

 

BIP는 부아나 사스트라(Bhuana Sastra) 근타(Genta), 메타포르(Metaphor), 키블라(Qibla) 등 네 가지 자체 도서 브랜드들을 운영한다. 부아나 사스트라는 소설, 근타는 아동도서, 메타포르는 인디 도서들, 키블라는 이슬람 서적을 커버한다.

 

인도네시아 최대규모인 전국 130개 그라메디아 오프라인 서점 아웃렛이 BIP 도서들의 메인 유통망이며 국내 다른 서점 체인들로도 유통한다. 온라인 서점 그라메디아 디지털(Gramedia Digital)에서의 판매도 활발하고 또코페디아(Tokopedia), 쇼피(Shopee), 부깔라빡(Bukalapak) 같은 일반 e-커머스 인터넷 쇼핑몰과 제휴하여 자주 도서 판매 프로모션도 하고 있으며 국내 또 다른 주요 온라인 서점들과도 통한다.

 

BIP는 해외 파트너십도 넓혀 나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볼로냐, 서울, 베이징 등의 북페어에 열심히 참가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동화작가들이 창작한 아동도서 저작권을 베트남, 아랍에미리트연합,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도 판매했다. BIP의 강점은 인도네시아 아동도서 부문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 부연하여, BIP의 주력이 아동도서인 것처럼 그라메디아의 다른 출판부문인 GPU는 소설, M&C는 만화 등으로 처음엔 주력 아이템이 특화되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각의 출판부문들이 ‘돈 되는 것은 다하는’ 분위기여서 별도의 출판사들이 모든 장르를 망라해 무한경쟁을 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따라서 아동도서 역시 현재는 꼼빠스-그라메디아 그룹 출판부문 거의 대부분이 각각 출판하고 있고 도서시장 트랜드가 아동도서를 반기는 상황이므로 모두 그 비중을 늘리고 있다.

 

BIP들 비롯한 각 출판부문은 자체 회계부서까지 보유하고 있어 거의 별도의 회사 같은 독립체산제로 운영된다.

 

질문: 오수향 작가의 ‘1등의 대화습관’을 현지 출간하기로 선택, 결정한 이유는?

 

답변: 에릭양 에이전시(EYA)로부터 저작권을 구매했다. EYA은 주기적으로 한국 도서목록을 이메일로 보내주는데 데시스는 오수향 작가의 이 책이 실용적이고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요즘은 누구나 다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능력을 가져야 할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BIP가 EYA에 오퍼를 넣었고 에이전시와 한국측 출판사가 BIP의 오퍼를 수락해 저작권 구매가 성사되었다.

 

질문: 이 책의 인도네시아 제목 “Bicara Itu Ada Seninya”(말은 예술)는 원제인 ‘1등의 대화습관’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다. 이런 제목을 따로 뽑은 이유가 있는지? 일반적인 도서 번역과정은 어떤지? 번역, 편집, 번역내용 확인 등의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답변: 이 책이 출판될 즈음, 시장에서 Seni(예술)이란 단어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각광을 받았다. 마크 맨슨의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같은 책도 현지에서는 “Seni Bersikap Bodo Amat”(예술이란 무릇 무관심)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당시엔 Seni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들이 많았다.

 

오수향 작가의 책은 한국어 전문번역사가 번역하였고 번역과정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출판사들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 한국어를 잘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이 많지만 유려한 문장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전문 번역사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한편 게마 인사니(Gema Insani) 출판사가 예스24문화재단에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콘텐츠를 수출해 한국에서 출판할 당시 자체 한국어 전문가를 고용해 한국어 번역본 편집 최종본의 번역과 각주를 일일이 확인했던 전례에 비해 오수향 작가 작품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 이는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의 경우 클래식 문학작품이어서 저작권자 측에서 작품보호를 위해 굳이 그런 절차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자기계발서의 경우 그 정도의 절차까지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 BIP 데시스 편집장의 설명이다.

 

질문: 실제로 이 책은 얼마나 팔렸나? 12-15만 권이라면 엄청나게 성공적인 판매량인데 어떤 판매전략을 썼는지 공유해 달라.

 

답변: 실제로 12-15만 권이 팔렸고 이는 큰 성공이었다. BIP 측에서 해당 도서 판매를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 방법을 사용했고 2022년 2월에는 오수향 작가의 온라인 웨비나도 진행했다. 대학교에서 온라인 북콘서트도 했고 오디오북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 비해 실제 판매량은 분명 훨씬 많았으므로 이에 대해 다시 묻자 데시스는 책 자체가 가진 힘을 이야기했다. 독자들이 말하기 기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던 시기에 매우 유용하고 실용적인 책 자체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19년부터 한동안 선풍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82년생 김지영’(조남주)이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백세희)는 그 사이 이미 그라메디아 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내려갔지만 이 책은 오늘도 여전히 베스트셀러들 한 가운데에서 적잖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판매량에 대해 데시스 편집장이 서면으로는 상기 수량에 긍정했지만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데시스 측은 오히려 질문자에게 해당 판매량이 어떻게 해외 매체에 컨펌되었는지를 묻는 지점에서 정확한 판매량 집계가 이루어지는 곳이 최소한 편집, 마케팅 부서가 아니란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EYA는 인세 정산에 대해 마케팅 부서가 아니라 BIP의 회계부서와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문: 오수향 작가의 다른 저서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Komunikasi Itu Ada Seninya)”와 “모든 대화는 심리다(Seni Bicara Tanpa Bikin Sakit Hati)”는 잘 나가고 있는지?

 

답변: 뒤에 나온 두 권의 책들은 첫 번째 책에 비해 그리 잘 팔리지 않는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질문: 현지 출간된 오수향 작가의 책 세 권은 한국에서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들이지만 모두 EYA를 통해 현지에 소개된 것으로 안다. 에이전시와의 소통은 원활한가? 오수향 작가는 작가-한국측 출판사-에이전시-현지 출판사로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 라인 때문에 직접 현지 출판사와 얘기할 수 없는 것을 답답하게 여긴다. 비슷한 문제를 겪은 일이 있는가?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개선이 필요한가?

 

답변: BIP는 지금까지 소통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오수향 작가 도서와 관련해서 BIP의 공식적인 소통상대는 EYA다. 한국측 출판사와도 직접 소통하지 않는다. BIP가 EYA와 소통문제가 없는 것처럼 EYA가 한국측 출판사나 저자와도 소통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특히 데시스는 EYA의 Ms. Sue Yang을 잘 알고 있고 전세계 북페어에서 자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오수향 작가가 BIP와 직접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면 EYA을 통해 BIP에 필요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대면 인터뷰에서 이 책을 2016년 최초 계약 후 12만 권 이상 팔린 현재 작가에 대한 인세 정산이 올해 처음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에 데시스가 경악했다. 인도네시아 국내 작가 인세정산에 우선권을 두고 있고 그간 팬데믹으로 인한 자금문제 등으로 인세정산이 늦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몇 년씩 전혀 나가지 않는 경우는 절대 없는데 오수향 작가가 6년간 인세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에 자신이 직접 알아보겠다고 했다. 물론 KPIPA로서는 더 이상 추적하여 확인하기 곤란한 부분이다.

 

단지, 지난 몇 개월간 오수향 작가와 소통하고 BIP의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후 이번에 서면 및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엿보이는 부분이 있다.

 

우선 BIP는 EYA와 아무런 소통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EYA 입장에서는 현지 판매상황 확인과 인세 정산 등을 통한 수익창출이 사업의 핵심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수향 작가가 느끼는 소통문제나 인세정산 지연문제가 BIP 쪽보다는 EYA나 한국 출판사 측에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한국일보 현지 특파원이 취재하여 알게 된 오수향 작가 작품의 현재 판매상황을 초창기에 가장 처음 알았을 일방은 분명 에이전시 측일 텐데 작가에게 해당 사실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내진 못할망정 최소한 작가나 한국측 출판사에게 그 좋은 소식을 빨리 알려야 했는데 정작 작가는 6년이 되도록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의 책이 메가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잠깐 들여다본 제3자로서 함부로 단언하긴 어렵지만 내가 에이전시라면 당장 인세정산을 해주진 못해도 최소한 오수향 작가에게 인도네시아 베스트셀러 작가 등극을 먼저 축하해 주었을 것 같다.

 

질문: 한국 도서 에이전시나 출판사, 저자들을 대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한국측에서 사업적 문화적으로 인도네시아 출판사나 특수한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는지?

 

답변: 기본적으로 한국 도서 에이전시와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 출판사들이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과 직접 거래하지 못하고 부득이 에이전시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커미션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는 문제는 있다.

또 다른 어려운 점은 한국 작가나 출판사들이 선인세로 요구하는 계약금이 대개 다른 나라의 두 배를 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초판 인쇄부수가 많지 않아 1,000-1,500부 정도 인쇄하는데 한국 출판사들은 초판 인세 전액의 2-3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스럽다. 특히 분량이 작은 아동도서의 경우 한국과는 선인세 계약금 요구가 너무 커서 결국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질문: 다른 한국 콘텐츠들도 취급하고 있는지? 외국 컨텐츠 출판도 BIP에 일반적인지?

 

답변: BIP는 한국 교육만화를 많이 출판하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빈대가족’이다. 이 만화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베스트셀러이고 현재 39편까지 나왔다. 이외에도 한국 에세이, 소설, 자기계발서 등이 있다. BIP가 출판하는 도서의 70%가 해외 콘텐츠들인데 주로 한국, 중국, 인도,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태리, 말레이시아, 벨기에, 일본, 대만 등에서 저작권을 사온다.

특히 빈대가족은 인도네시아에서 ‘Keluarga Super Irit’(자린고비 가족)이란 이름으로 판매되는데 편당 1만권 판매된 것으로 치면 대략 40만 권가량 팔렸다. 그 인기에 힘입어 BIP는 도서출판 이외의 관련사업, 예컨대 캐릭터 사업 같은 것들을 하기 원해 한국측 출판사/저작권자과 접촉하여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 원하는데 에이전시에 요청했으나 연락이 여의치 않은 상태여서 KPIPA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

 

질문: 인도네시아 도서시장의 현재 트랜드는 어떤지?

 

답변: 가장 잘 나가는 것은 아동도서지만 자기계발서와 한국 에세이도 뜬다. 최근 BIP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다수의 백과사전, 과학서, 아동용 스토리북 저작권을 사왔다.

 

질문: 한국 KPIPA가 한국컨텐츠를 현지에서 출판하는 외국 출판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알거나 사용해 본 적 있는가? 인도네시아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답변: KPIPA의 프로그램 혜택을 받아본 적 있다. 인도네시아에도 번역지원프로그램(LitRI)가 있다. 하지만 좀 더 물어본 바 전에 국가도서위원회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있던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물러섰다.

 

기타: 가장 오래된 국영출판사인 발라이 뿌스타카(Balai Pustaka)가 최근 자체 저작권을 가진 도서들로 <시티 누르바야(Sitti Nurbaya)> 등 영화를 만들었고 미잔그룹의 영화사 미잔 프로덕션도 미잔 출판사 도서들을 영화화하고 있는데 그라메디아도 자체 영화 프로덕션인 레가타(Regatta)가 ‘담배피는 처녀(Gadis Kretek)’의 영화화를 진행 중이다.

 

데시스와 인터뷰 한 후

 

* 출처: BIP 편집인 데시스 인터뷰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