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미드벨리 메가몰에서 벌어진 일 본문
말레이시아에서 두 번째 날.
사돈댁의 결혼식 행사는 사실상 오늘밤 저녁식사에 손님들을 초대하는 것부터 시작한단다.
그래서 우리도 오늘부터 참석.
호텔은 제대로 된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 지입식 호탤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일부는 입주자가 사는 유닛도 있고 일부는 에어비엔비처럼 운영되는 모양.
인도인 투숙객들로 붐비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비싼 돈 주고 예약한 딸이 뒤늦게 후회하지만 소용없고.
하지만 꼭 나쁜 숙소라는 건 아니다.
단지 그런 식의 숙소이니 당연히 일반 호텔같은 아침식사할 식당이 따로 있지 않아 9시 좀 넘어 아침식사하러 주변으로 나왔다. 의외로 쾌적한 KL 시내의 아침 거리.
한참을 걸어간 곳에 북적이는 중국식당 음식은 꽤 맛있었는데 문제는 그 기름짐 때문이었을까? 아님 진한 말렛이시아식 식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잠시 몰에서 들른 초콜렛 전시회에서 한 너무 단 초콜렛 시식 때문이었을까?
몰 1층 한 옷가게에서 아내와 딸이 옷을 사는 동안 바깥 통로에서 기다리던 중 갑작스러운 전도.
말하자면 졸도 같은 걸 했다. 물론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그제서야 2-3년 전쯤 자카르타 아파트 부엌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졌던 사건이 어떤 성격이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갑작스러운 균형감감의 상실.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전도. 머리를 부딪혀 뇌진탕이 생기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오른쪽 팔이 뻐근한 게 그쪽으로 넘어졌기 때문인데 넘어지는 방향과 속도를 전혀 조절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두 번이나 벌어지다니.
그것도 딸 결혼식 참석 위해 온 KL에서 겪은 건 절대 좋은 전조가 아니다.
내 병명은 메니에르. 요컨대세반고리관 이상으로 인한 균형감각 교란.
하지만 일상생활 도중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쓰러지는 것은 곤란하고 위험하다.
샵 안에 있던 아내와 딸은 그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옆에 있던 사위가 당황.
내가 간신히 일어나 상황을 수습하며 간단히 설명했다. 아내와 딸에겐 얘기하지 말라 했다.
곧 결혼식인데 괜한 걱정을 추가로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상황은 내게도 실질적 타격이 되어 회복하는 게 몇 시간 걸렸다.
최소한 창백한 피로감을 벗어나는 게 두 시간 쯤.
언젠가 내 몸에서 벗어내야 할 날이 아주 멀지만은 않은 느낌.
하지만 아직은 비관적이고 싶진 않다.
아직 남은 오늘 일정을 위해 마음을 되잡아본다.
종일 어지럽던 머리 속이 KL시내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많이 개이고 회복된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 쓰러질 때엔 머리라도 감싸 안아 뇌진탕을 방지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고도 생각하면서.
2022. 10. 14
몰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그랩 차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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