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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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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기내에서 정리한 출판사 인터뷰

beautician 2022. 11. 4. 10:54

누구 잘못일까?

 

 

비행기 탄지 두시간. 이륙한지는 한시간 남짓. 

쿠알라룸푸르까지는 3시간 20분 비행이라고 되어 있지만 KL은 자카르타보다 한 시간 빠르니 8시 출발해 11시20분 도착이라면 사실 2시간 20분 비행. 한 두 가지 글쓰는 과제를 끝내기 딱 좋은 시간이다.

 

그런데 역시 랩톱 배터리가 문제. 이륙 전부터 사용 시작한 랩톱이 KL 도착을 두 시간 앞두고 뱃터리가 거의 다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거의 두 시간을 썼으니 사실 자기 역할은 다 한 셈.

이틀 전인 10월 11일(화) 그라메디아 BIP 출판부문이 데시스 편집인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하루 전 받은 서면답변서를 토대로 다음날 대면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

이 인터뷰의 시작은 몇 개월 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한 한국작가가 에이전시를 통해 2016년 BIP를 통해 현지 출판한 도서가 대박이 났는데 6년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인세정산이 되었다는 불만을 듣게 되면서부터다. 

 

작가는 대박이 났다는 그 책이 그간 인구 2억3천만명의 인동네시아에서 고작 12-15만 권 팔렸다는 현지 출판사 보고를 믿지 않았고 현지 독서율과 도서시장을 다년간 모니터링한 나로서는 이미 그정도로도 어마어마하게 팔렸다고 생각했다. 결국 작가의 오해와 불만은 그 정도 물량이 팔리는 동안 자신은 현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한국일보 현지특파원 기사를 보고서야 뒤늦게 자신이 인도네시아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자기도 모르게 자기 책이 다른 나라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는데 그걸 6년 만에 안 작가가 그간 인세정산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임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인세를 독촉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라인에 있는 한국측 출판사와 에이전시가 관련 문제를 모두 BIP 측 업무처리가 늦다며 모든 책임을 인도네시아에 돌렸다. 작가의 분노는 현지 출판사에게 쏠렸다. 내가 BIP와의 인터뷰를 추진한 것은 기본적으로 그런 오해의 진실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정말 BIP가 나쁜 놈인 걸까?

에이전시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콘텐츠를 수출한 작가가 현지 판매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6년간 인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건 누구 책임이 클까? 정말 BIP가 입을 씻고 있었을까? 아니면 인세의 커미션이 주 수입원일 출판사와 에이전시의 책임방기 또는 실제로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인세정산등을 단순히 작가에게 알리지 않은 것일까?

출판사와 에이전시 그리고 작가의 본질과 그 기능을 생각해보면 문제는 당연히 에이전시에 있어 보인다. 만약 BIP가 그간 인세를 정산하지 않고 뻣대는 상황이었다면 에이전시와 한국측 출판사는 해당 내용을 작가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했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난 6년간 에이전시는 해당 내용에 대해 작가에게 아무 말 없이 침묵했을 뿐이다. 그건 다분히 의도적이지 않았을까? 

물론 국외자, 제3자로서 잠깐 들여다 보고서 모든 걸 판단하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에이전시나 한국 출판사 측이 작가에 대한 의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작가 자신이 인도네시아에서 이미 오래 전 메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내가 충실한 에이전시였다면 해당 사실을 빨리 작가에게 알리고 축하해 주었을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핸드폰에 글로 적는 중 비행기는 이제 쿠알라룸푸르 착륙을 위해 하강을 시작했다.


2022. 10. 14. 

KL 행 GA820 기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