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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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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싱카페(Sinh Cafe) 거리

beautician 2014. 11. 22. 17:21


시장조사를 하려 출발한 시간이 좀 늦어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는 중이었어요.

버스를 타고 벤탄시장 앞에 도착하니 어느 새 4시경. 

그 일대를 둘러보면서 여기선 더 이상 시장조사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김사장이 얘기해 준 싱가페가 생각났습니다.

12월초 한국에서 손님들이 들어오는 김사장은 푸곡(Phu Quoc)들어가는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쓰다가 바로 이날 아침 이 지역에 있는 여행사에 전화했었는지 자기들은 전화예약은 받지 않으니 직접 와서 얘기하자는 대답만을 들었죠. 아마도 사람이 직접 와서 표를 직접 끊고 돈도 바로 그 자리에서 오가는 그런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곳을 한번 가보기로 하고 발을 옮겼습니다.


지도 상으로는 벤탄시장에서 불과 1킬로미터 안팍의 거리였는데 말하자면 벤탄시장 정면에서 우측으로 펼쳐지는 도로 한가운데의 공원을 중심축으로 하여 그 윗쪽의 두갈래길인  Phạm Ngũ Lão길과 Bùi Viện길, 그리고 그 두 길을 위아래로 잇는 넓은 대로와 좁은 골목길들이 소위 싱카페지역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이 지역을 부르는 명칭이 분명 따로 있겠지만 여기 여행사들은 tourist information이라고도 되어 있는 곳이 많았지만 상당수가 tourist cafe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고 작은 여관급 호텔들은 1층에 작은 카페를 꾸며놓고 커피와 음식을 파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지역에서 현재 가장 유명한 곳, 또는 옛날에 처음으로 유명해졌던 곳이 싱카페였던 것 아니었을까요?


호치민의 박물관이나 유원지에 바글바글거리는 노랑머리 외국인들은 줄잡아 반 이상은 이 싱카페 지역에 묶고 있는 사람들 아닐까 싶었습니다.



벤탄시장 정면에서 외국인들이 몰려오고 있는 방향으로 길을 건넙니다.

도로 한가운데에 조성된 꽤 큰 공원에서는 공차는 아이들의 무리가 여럿 보입니다. 공이 안보이죠. 이 친구들이 차는 건 제기 같은 것인데 동남아에서 많이 즐긴다는 세빡따클로인 듯 합니다. 물론 세빡(sepak)이란 공을 찬다는 말레이어이니 베트남어는 아니겠지만 거의 준묘기급의 세빡따클로를 시전하는 베트남사람들을 공원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공원엔 어김없이 운동할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어요.




이렇게 공원을 가로지르다가


커다란 주점이 나타나는 곳이 전세계 배낭여행객들이 대거 몰려드는 싱카페지역 (싱카페가 있는 지역?)이랍니다.

호치민 도심 대부분이 그렇지만 여기선 외국인 만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게  Phạm Ngũ Lão길인데 이 길을 따라 쭉 가다가 이 사거리를 지나자마자

첫번째 왼쪽 골목으로 꺾어지면 이런 장면이 나타납니다.

자카르타 길가에 인도네시아 남자애들 쭈그리고 앉아있듯 이 골목엔 서양사람들이 그곳에 들어찬 카페나 식당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거기서 만난 사원



한국사람들도 많이 오는 모양이죠. 어렵사리 모양을 갖춘 한글도 보입니다.


사탕수수 같은데...

그 다음 골목길은 훨씬 좁아집니다.




세번째 길은 대로였어요. 카페라고 이름붙여진 작은 여행사들이 즐비합니다.




'여기 들어오세요'라는 문구로서는 참 문학적입니다.

밤이면 코에서 기염을 내뿜을 버펄로 머리가 내걸린 주점

아까 지나온 그 공원 연장선 상엔 이런 게 있는데 여행객들 거리 바로 건너편에 보입니다.

또 다른 주점








여기 게시된 요금들은 그리 비싸게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베트남을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걸까요?

명색이 패키지여행인데 휴양지인 냐짱까지의 3박4일 요금이 버스로 가면 일인당 약 80불, 비행기로 가면 약 160불로 되어 있네요. 

물론 베트남사람 기준의 가격이라면서 그 옆의 외국인 가격을 가려놓은 게 함정이겠죠. 또 저게 왕복요금인지, 식사, 가이드, 숙소 포함인지 등등 만약 내가 간다면 물어보고 싶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오토바이 빌려주는 여관들도 많았습니다. 가끔 시내에서 마주치게 되는 오토바이 탄 젊은 외국인들은 여기서 오토바이를 빌린 거였군요. 그런데 운전면허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이 여행사에는 들어가서 물어봤습니다. 저 비용은 버스 편도요금이랍니다. 하노이까지는 28시간 걸리는데 120만동, 약 60불이라면 단언컨데 비행기가 낫습니다. 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아무튼 매력적인 가격들이네요.

이 분위기 좋은 카페엔 손님이 없고

저 앞의 두 인디아 아가씨는 수많은 호객꾼들 사이를 지나치면 나랑 3-4번 마주칩니다.

그렇게 걷다 지쳐 맥주 한 잔 마시려고 들어온 스페인 카페.

옆엔 매력적인 젊은 외국인남녀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나는 얘랑 즐거운 시간을.... 사이공레드비어가 18,000동. 딱 5백CC 한잔 나오는데 600원 정도라면 싼 걸까요?


이제 외국인 거리에 밤이 내립니다.

이곳 사람들은 저녁식사 손님 맞을 준비에 바빠지고

매일 현란한 밤이 펼쳐진다는 이 외국인거리를 난 오후 7시가 되기 전에 나섰습니다. 굳이 그 광란의 밤을 즐기지 않겠다는 결단이 있었다기 보다는 내 카메라는 밤에 힘을못쓰거든요. 버스정류장이 가까와지면서 지나던 이 맥도날드에도 외국인들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201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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