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술라웨시 민화] 똔다노 호수(Danau Tondano) 전설

똔다노 호수(Danau Tondano) 전설

 

똔다노 호수

수천 년 전 옛날에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있었는데 그 산의 북쪽과 남쪽에 두 개의 나라가 형성되었고 공교롭게도 두 나라 모두 또나아스(Tonaas)라는 이름의 군주가 각각 왕좌에 앉아 백성들을 다스렸습니다.

 

북쪽 왕국을 다스리는 또나아스에게는 마림보우(Marimbow)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외동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부모에게 순종하는 착한 딸이었고 부모 곁에 있기 위해 부모가 살아 있는 한 절대 혼인하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그 맹세를 부모가 과연 기뻐했을 지는 이 전설에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과연 부모에게 순종하는 착한 딸이란 묘사가 맞는지 매우 의문이 듭니다.

 

한편 남쪽 지역의 군주 또나아스에게는 마하림보우(Maharimbow)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남쪽과 북쪽의 또나아스들은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작명실력도 고만고만했던 모양입니다. 그 역시 정성을 다해 부모를 섬겨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절대 혼인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맹세를 했습니다.  

 

북쪽의 또나아스는 아들이 없었어므로 훗날 누가 자신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릴까 걱정했고 남쪽의 또나아스는 누가 자기 아들의 반려가 될까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고민을 알아챈 북쪽의 마림보우 공주는 이제부터 자신이 남자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어느날 마림보우는 자기 왕국의 숲 속 한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고 있던 남자를 발견합니다. 마림보우는 그 남자를 깨워 왕국의 경계 바깥으로 쫒아냈는데 그는 바로 남쪽 왕국의 마하림보우 왕자였습니다. 그는 남장을 한 마림보우가 정말 남자인지 의심했습니다. 여장남자는 반드시 표가 나기 마련이니까요. 특히 <성균관 스캔들>의 박민영, <연모>의 박은빈 같은 미녀라면 말입니다. 못지않은 미모를 지닌 마림보우가 남장여인이라 확신한 마하림보우는 이를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남장여인들: <성균관 스캔들>의 박민영, <연모>의 박은빈

 

하지만 첫 만남부터 작은 충돌이 있었던 두 사람은 결국 상대방에 호의를 품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남쪽 왕국과 북쪽 왕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고 전장에서 만난 두 사람이 맞붙어 싸우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마림보우의 비밀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남성 전사 복장을 하고서 쓰고 있던 무시무시한 투구가 벗겨지며 그 속에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나면서 그녀가 남장여인이란 사실을 들키고 만 것입니다. 마하림보우 왕자는 마림보우 공주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마림보우 공주 역시 자신을 무술과 힘으로 굴복시킨 마하림보우 왕자에 대한 호감이 싹텄죠.

 

이후 두 사람은 다시 전장에서 여러 차례 맞붙었지만 그러다가 정이 들었고 그것은 곧 사랑으로 진화했습니다. 두 사람은 전쟁을 멈추고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목숨을 빼앗으려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흘렸던 전장에서 그들은 양국 군대가 도열한 가운데 혼인식을 올립니다. 그 소식은 양국에도 알려져 사람들은 이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 우뚝 솟은 산의 신들은 그 상황이 못마땅했습니다. 그 두 사람은 각각 산을 두고서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 절대 혼인하지 않겠다고 한 맹세를 깨뜨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혼인선서를 하며 부부가 되던 순간 그 산이 분화하며 화산재와 용암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거대한 지진이 두 나라를 뒤흔들었습니다.

 

땅이 뒤집어지고 화산이 폭발해 하늘에선 불비가 쏟아지고 그 분화를 가득 채운 용암이 사방을 뒤덮으면서 두 왕궁도 재앙에 삼키우도 말았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스러진 그 곳에 오늘날 평온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거대한 똔다노 호수가 그때 만들어졌습니다.

 

똔다노 호수 위치

 

출처: 히스토리아

https://histori.id/legenda-danau-tondano-sulawesi-ut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