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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트라 민화] 린둥불란과 람분 빠머난

beautician 2022. 7. 30. 11:28

린둥불란(Lindung Bulan) 람분 빠머난(Rambun Pamenan) 이야기

오늘도 계속되는 예뻐서 고생하는 이야기

 

옛날옛적 서부 수마트라에 린둥불란(Lindung Bulan)이란 이름의 아름다운 과부가 두 명의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습니다. 장남의 이름은 렌도 삐낭(Rendo Pinang)이었고 둘째는 람분 빠머난(Rambun Pamenan)이었습니다.

 

린둥불란은 아이 둘 달린 과부가 되고서도 처녀 시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오래 전부터 여러 이웃나라에도 소문날 정도의 미모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죽은 후부터 또다시 총각들을 포함한 수많은 남자들이 청혼해 왔지만 린둥불란은 그 어느 것도 수락하지 않고 두 아들을 양육하는 일에만 전념할 것이란 답변을 되풀이해야만 했습니다.

 

그녀의 소문이 떠루산 쩌르민 국(Negeri Terusan Cermin)의 앙겍 가랑 왕(Raja Angek Garang)의 귀에도 들린 것은 불행의 서곡이었습니다. 그는 이름 그대로 잔혹한(garang) 성품을 가진 왕으로 자기 성격을 닮은 수하들을 거느렸는데 심지어 도술에도 일가견이 있어 아무도 그를 함부로 대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가 린둥불란을 아내로 삼기 위해 빨리오 따둥(Palimo Tadung)이란 심복과 일단의 수하들을 시켜 린둥불란을 데려오게 했습니다. “만일 린둥불란이 청혼을 거절하거든 납치라도 해 오거라!”

명령 받잡겠습니다.” 빨리오 따둥은 왕에게 예를 표하며 린둥불란이 사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린두불란의 집에 다다른 그들은 앙겍 가랑 왕이 보낸 예물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린둥불란은 재가하길 원치 않았으므로 좋은 말로 청혼을 거절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빨리오 따둥은 왕이 명령한 대로 밤을 타고 다시 돌아와 린둥불란을 납치했습니다. 모든 일은 중에 순식간에 벌어졌으므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레노 삐낭과 람분 빠머난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빨리오 따둥은 린둥불란을 부락(buraq) 태워 앙겍 가랑 국왕의 궁전으로 달렸습니다.

 

부락은 또는 번개라는 뜻을 가진 이슬람 신화 동물로 사람의 얼굴하고 쌍의 날개를 가진 당나귀 형상을 하고 빛의 속도로 달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락

 

 

앙겍 가랑 왕은 소문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운 린둥불란에게 감탄하며 자신의 왕비가 되어 달라고 했으나 린둥불란은 이를 단칼에 거절합니다. 그녀가 순순히 복종하지 않자 앙겍 왕이 가졌던 그녀에 대한 호의가 손바닥 뒤집듯 저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린둥불란에게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주제를 모르는 과부로구나! 여봐라. 이 바보 같은 여인의 발에 쇠사슬 족쇄를 채워 지하감옥에 쳐 넣어라!”

그녀는 그 날부터 긴 세월을 지하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길어지면서 음식과 물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자 그녀는 꼬챙이처럼 말라갔고 아름다움도 점차 시들어 갔습니다.

 

한편 아직도 너무 어렸던 레노 삐낭과 람분 빠머난은 어머니가 납치당한 후 이웃집 양모 손에 자랐습니다. 양모는 린둥불란이 납치당하는 것을 직접 보았지만 어디로 끌려갔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레노와 람분이 십대 청소년이 되자 이웃 양모는 자신들이 보았던 일을 그들에게 소상히 알려 주었습니다. 그들은 어머니가 그때 납치되었다는 말을 듣고 큰 슬픔에 잠겼지만 람분은 어머니가 아직 살아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마음만 급할 뿐이었습니다.

 

어느날 숲 속에서 산비둘기를 잡으려던 람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던 알랑 방께(Alang Bangkeh)라는 이름의 사냥꾼을 만났습니다. 서로 인사를 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람분이 어머니가 어디로 잡혀갔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을 하기에 이르자 그 말을 듣던 알랑 방께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린둥불란이 정말 너의 어머니란 말이냐?”

 맞아요. 혹시 우리 어머니를 만나신 적 있으신가요? 어머니가 어디 계신 지 안다면 알려주세요.” 람분이 그에게 매달렸습니다.

미안하다, 람분아. 난 네 어머니를 만난 적은 없어. 하지만 언젠가 몇 차례 네 어머니 소식을 들은 적이 있지. 린둥불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떠루산 쩌르민 국 앙겍가랑 국왕의 포로가 되어 이미 여러 해 동안 옥에 갇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단다.”

그 얘기를 어디서 들으셨어요?” 람분은 자기도 모르게 꼬치꼬치 캐묻고 있었습니다.

난 원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살고 있단다. 가보지 않은 나라가 없지. 사람들이 린둥불란이란 아름다운 여인이 아겍가랑 왕의 청혼을 거절해 그 벌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하는 얘기를 몇 번인가 들언단다.”

떠루산 쩌르민이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람분이 캐물었습니다.

미안하구나, 람분아. 나도 그 나라에는 직접 가본 적이 없어.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기를 떠루산 쩌르민은 거대한 숲을 가로질러 간 곳에 있다고 하더구나. 숲 속에 세워진 큰 나라라고 하더라.”  알랑 방께가 그렇게 답했습니다.

 

비록 충분치 않은 정보였지만 그 정도라도 듣고 난 람분은 당장이라도 어머니를 찾으러 출발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미 어느 정도의 지식과 무술도 배운 상태였지만 출발을 앞당기기 위해 선생들과 도인들을 졸라 높은 지식과 도술을 속성으로 익혔습니다. 동생이 하는 행동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레노가 람분에게 물었습니다.  람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갑자기 도술과 지식에 열을 올리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

 

람분은 썩 내켜 하지 않으면서도 알랑 방께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고 자신이 어머니를 찾으러 곧 마을을 떠날 것임을 밝혔습니다. 레노 삐낭은 동생이 그런 위험한 생각을 버리도록 설득했습니다. 사실 람분이 어머니의 행방에 대해 듣고서도 형 레노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그가 자신을 말릴 것임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람분은 레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운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키워준 이웃 양부모는 형 레노와는 달리 마음 속에 세운 뜻이 굳건하다면 아무리 이루기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진심을 다해 쫓으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며 람분을 응원했습니다.

 

비록 내 나이 아직 어리지만 좋은 선생들로부터 무술과 지식을 배웠으니 형을 걱정하게 만들진 않을 거야.” 람분은 출발하기 전 걱정하고 있던 형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기도할게. 꼭 어머니를 만나길 기원한다.” 형도 람분의 손을 맞잡으면 여행에 행운이 따르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런 후 람분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떠루산 쩌르민국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여러 숲을 지나고 많은 산을 오르내리며 먼 길을 걷다가 도중에 식량이 떨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숲 속에서 병이 나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꿈 속에서 그는 형이 보내준 밥과 달걀을 몇 번인가 받아먹었고 그걸로 배고픔이 해소되곤 했던 것입니다. 고향에서 그를 위해 매일 기도하는 형의 노력이 응답을 받은 것인지 람분은 곧 회복하여 떨쳐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 길을 걷던 람분은 숲 언저리에서 만난 한 농부의 도움을 받아 그의 집에서 얼마간 머물며 그간의 여독을 풀 수 있었습니다. 그는 거기 머무는 동안 도움을 받은 것의 답례로 농부의 밭일을 도왔습니다. 그가 너무 진심을 다해 열심히 도왔으므로 농부는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느날 밤 그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 옆에 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었는데 그때 농부가 람분에게 물었습니다.

그간 묻지 않았지만……, 람분아, 이 곳엔 무슨 일로 온 거니?”

 

그러자 람분은 그간 있었던 일과 자신이 왜 그곳에 왔는지 솔직히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농부는 람분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갈림길에서 람분은 서쪽 숲으로 갔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람분은 이왕 그렇게 된 것 조금 더 농부를 돕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고구마와 옥수수 추수가 끝난 후에야 람분은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농부는 길을 떠나는 람분에게 지팡이 하나를 선물로 주며 눈을 찡긋 했습니다.

이건 마나우 숭상(Manau Sungsang)이란 지팡이란다. 이걸 가져가면 여행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다.” 람분은 그 지팡이를 감사히 받았습니다. 그건 누가 봐도 강력한 수호 주술이 걸린 성유물 급 무기였습니다. 결국 람분이 만났던 그 농부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길을 떠난 람분을 먼 길을 되돌아가 갈림길에서 서쪽 숲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렇게 한참 숲 속을 걷던 중 산지기로 보이는 노인이 큰 뱀에 칭칭 감겨 잡아 먹힐 위기에 처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람분은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마나우 숭상 지팡이로 뱀을 때려 산지기가 뱀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런데 너무 세게 때렸는지, 아니면 지팡이에 깃든 힘 때문인지 뱀은 맥없이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고맙네 젊은이! 자네가 내 목숨을 구했네. 괜찮다면 자네 이름과 어디 출신인지 알려 줄 수 있는가?” 산지기가 감사하며 그렇게 물었습니다. 람분은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와 목적을 얘기해 주었고 산지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자네가 날 도왔으니 내가 자네를 떠루산 쩌르민 국까지 데려다 주겠네.”

정말요? 그 나라는 여기서 아직 멀지 않은가요? 정말 데려다 주실 수 있어요?” 람분은 기쁜 마음에 그렇게 되물었습니다.

산지기는 미소를 지으며 람분에게 잠시 눈을 감으라고 했습니다. 람분이 그의 말대로 눈을 감자 갑자기 몸이 하늘로 둥둥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살짝 실눈을 뜨고서야 산지기인 줄 알았던 노인이 자신과 함께 하늘을 날라 떠루산 쩌르민 국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산지기가 큰 독수리를 부려 하늘을 날 수 있는 도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아주 먼 거리를 순식간에 날았고 산지기는 람분을 한 작은 마을 어귀에 내려주었습니다.

 

미안하지만 난 여기까지만 데려다 줄 수 있다네. 앙겍 가랑 왕의 궁전에서 어머니를 꼭 만나게 되길 바라네.” 산지기 도인은 다시 숲으로 돌아가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마을에 들어선 람분은 매우 허기를 느꼈습니다. 그는 한 식당에 들렀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어 식당 주인이 노래를 부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실례합니다. 아주머니. 저는 매우 배가 고픈데 돈을 가진 게 없어요. 밥값이 될 만한 일을 시켜 주세요.” 람분은 여인에게 그렇게 부탁했습니다.

 

식당 여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람분에게 돈을 받지 않고 음식을 내주었습니다. 그렇게 허기를 채운 람분은 주인의 호의에 답해 그 식당에서 얼마간 일해주며 숲에서 땔감나무를 가져오고 식당에 고장난 건물이며 집기들을 고쳐주었습니다.

 

어느날 긴 대화를 하게 된 람분은 여주인에게 자신이 왜 떠루산 쩌르민 국에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여주인은 십 수 년 전 앙겍 가랑 왕이 람분의 어머니 린둥 불란을 데려와 궁전 감옥에 투옥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람분의 마음이 더욱 다급해졌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구해내기 위한 작전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람분은 왕국의 도성 시내를 다니며 왕국의 사정과 궁전상태를 엿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는 식당 여주인에게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여주인은 이미 낡고 다 떨어진 람분의 옷을 보고 갈아입을 새 옷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제 말쑥한 차림으로 왕궁에 도착한 람분은 궁전 정문에서 일곱 명의 경비병들이 번을 서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그 경비병 중 한 명에게 접근했습니다.

아저씨, 실례합니다. 궁 안에 들여보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가 공손히 물었습니다.

뭐라고? 너같은 어린 아이가 왜 궁에 들어가려는 거냐? 넌 누구야?” 한 경비병이 그렇게 물었습니다.

앙겍 가랑 왕께서 이미 십 수년간 가둬 두고 있는 내 어머니를 구출하러 왔어요.” 아무리 정직이 미덕이라지만 람분은 너무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경비병은 크게 웃으며 다른 동료들을 불렀습니다.

이보게, 친구들. 이 어린 친구가 사고를 치러 온 모양이야!”

다른 여섯 명의 경비병들도 람분에게 몰려왔고 그 중 한 명이 람분의 몸을 통째로 들어올려 흔들어 댔습니다.

친구들, 우리 이 녀석을 가지고 공놀이를 해 보세. 내가 던질 테니 받아 봐!” 그 경비병이 또 다른 경비병에게 람분을 냅다 집어 던졌습니다.

 

람분을 마치 공기돌 놀리듯 서로 던지고 받던 경비병들은 나중엔 람분을 바닥에 패대기 치고서 서로 돌아가며 발길질을 했습니다. 처음엔 가만히 맞기만 하던 람분도 경비병들이 하는 짓을 계속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그거 마나우 숭상 지팡이를 휘둘러 경비병 한 명의 머리를 때리자 경비병은 곧바로 죽고 말았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터지자 다른 여섯 명의 경비병들을 람분에게 덤벼들지 않고 곧바로 궁전 안으로 달아났고 빨리모 따둥에게 왕궁 문앞에서 벌어진 일을 알렸습니다.

 

잠시 후 빨리모 따둥이 그의 수하들을 거느리고 왕궁 문 앞으로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막 칼을 뽑으려는 순간 람분이 한 발 앞서 도력이 깃든 마나우 숭상 지팡이를 휘두르자 빨리모 따둥은 머리가 깨져 그 자리에 죽고 말았습니다. 그 장면을 본 빨리모의 수하들이 앞다투어 앗 뜨거라 하며 달아났고 그 중 한 명이 앙겍 가랑 국왕에게 보고하자 국왕은 크게 화를 냈습니다.

 

이 쓸모없는 것들! 어린 아이 하나를 제대로 상대하지 못한단 말이냐?” 왕이 들고 있던 물잔을 집어던지며 이렇게 호통을 치자 보고를 한 경비원이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습니다. “폐하, 통촉하시옵소서. 그 아이가 도력이 깃든 지팡이를 휘둘러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듣던 앙겍가랑 왕은 홧김에 다짜고짜 칼을 빼들어 경비병을 찔러 죽이더니 곧바로 직접 궁 밖으로 나가다가 거기서 기다리던 람분과 마주쳤습니다. 그는 람분에게 칼을 휘둘렀지만 람분은 유려한 동작으로 모두 피했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노리던 람분이 지팡이로 머리를 노리기만 하던 앙겍 왕의 칼을 지팡이로 모두 막아냈습니다.

고작 그 따위 지팡이로 나를 이기려 들다니! 하하하! 내 칼이 더 날카로우니 넌 이제 어쩌지?” 앙겍가랑 왕은 미친 듯이 웃으며 칼을 휘둘렀습니다.

 

람분도 이미 왕의 칼에 도력이 서려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지팡이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죠. 람분은 왕이 자신을 내려치려고 칼을 높이 쳐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팡이를 뻗어 왕의 손목을 노렸고 왕의 손에서 칼이 튕겨 나가며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지체하지 않고 람분은 곧장 왕의 머리를 지팡이로 내려쳤고 왕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왕궁의 모든 사람들이 환성을 질렀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악독한 왕의 폭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람분은 죽어 넘어진 왕을 지나 사람들 한복판에 서서 어쩔 줄 모르고 있던 궁전의 신료들과 경비병들에게 모든 죄수들을 풀어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신도 경비병들과 함께 지하감옥에 들어가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그는 감옥의 간수에게 그의 어머니가 어디 갇혀 있는지 물었고 머지 않아 어머니가 갇힌 감방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어머니는 여전히 두 발이 쇠사슬에 묶인 채 참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의 아름다움이 모두 사라진 어머니는 삐쩍 말라 있었고 두 눈도 움푹 들어가 마치 해골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람분은 어머니를 껴안고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아들 람분 빠머난이 왔어요. 어머니가 잡혀갈 당시 아직 아기였던 제가 이렇게 어머니를 찾아왔어요~”

내 아들아, 너희를 돌보지 못한 어미를 용서하거라.” 린둥불란도 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울먹였습니다.

 

떠루산 쩌르민 왕국의 백성들은 람분에게 왕국을 떠나지 말고 그곳의 왕이 되어 자신들을 다스려 줄 것을 간청했습니다. 하지만 람분은 그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는 남의 나라의 왕이 되기보다 어머니를 모시고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다시 먼 길을 떠난 람분은 고향에 도착해 그동안 내내 기도에 매진했던 형 레노 삐낭과 합류해 세 모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참고문헌

https://histori.id/kisah-rambun-pame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