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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웨시 동남부 민화] 인다라 삐따라아와 시라아빠레 이야기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술라웨시 동남부 민화] 인다라 삐따라아와 시라아빠레 이야기

beautician 2022. 5. 29. 11:46

 

인다라 삐따라아와 시라아빠레 이야기 (Kisah Indara Pitaraa dan Siraapare)

 

인다라 삐따라아와 시라아빠레 이야기 아트 모음

  

옛날옛적 술라웨시 동남부의 작은 마을에 한 부부가 살았는데 지긋한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태에 아이가 들어섰습니다. 출산이 가까워지면서 배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점점 심해졌는데 부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정상분만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막 태어난 아기들은 쌍둥이였고 그들은 놀랍게도 각각 오른손에 성유물 끄리스 단검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 끄리스 단검이 임신 중이던 산모의 배를 안에서 쿡쿡 찔러 아프게 했던 것입니다. 그걸 견디고 무사히 아기를 분만한 산모가 정말 대단합니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각각 인드라 삐따라아(Indara Pitaraa)와 시라아빠레(Siraapare)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이들은 커가면서 온갖 못된 짓을 하는 개구장이가 되었는데 주로 그들이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그 성유물 끄리스 단검으로 사고를 쳤습니다. 사고의 정도는 보통 아이들 수준을 훌쩍 넘어서 그 끄리스로 작물들을 훼손하고 마을 이웃들이 키우는 가축들을 죽이기도 했으므로 부모는 물론 마을 사람들 전체가 골치를 앓았습니다.

 

어느날 아이들이 잘 때 부부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여보, 난 아이들이 하는 못된 짓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요. 그냥 놔두면 온 마을사람들이 아이들을 미워하게 될 거에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지만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나쁜 짓을 그만 두겠소?”

남편은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고민하며 생각하던 아내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아이들을 타지에서 생활하도록 내보내면 어떨까요? 타지에서 고생하다 보면 나쁜 버릇이 고쳐지지 않을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소.”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부부는 다음날 아침 그들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전했고 인다라 삐따라아와 시라빠아레도 그 제안을 반겼습니다. 이 참에 넓은 세상에 나가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출발하기 전 일곱 개의 끄뚜빳(ketupat-대나무잎으로 포장한 찹쌀밥)과 일곱 개의 삶은 계란, 음료 대용으로 먹을 사탕수수 막대 일곱 개, 그리고 반으로 자른 큰 야자열매 껍질을 준비했습니다. 야자열매 껍질은 음식을 담을 수도 있고 비가 오면 머리에 덮어쓰거나 잘 때 베개로 쓸 수도 있도록 잘 다듬은 것이었습니다.

 

끄뚜빳

 

“얘들아, 여행을 하다가 먹을 간식이니 잘 가져 가거라”

어머니가 당부했습니다. 아버지도 그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습니다.

“잘 듣거라. 너희들은 같은 태에서 나온 형제들이야. 서로 싸우지 말고 둘 중 누구라도 어려움을 당하면 반드시 서로 도와주어야 한다. 알겠지? 늘 함께 다니고 절대 헤어지지 말거라.”

“네, 아버지.”

쌍둥이들은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쌍둥이들은 부모님께 하직인사를 한 후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큰 숲을 가로지르고 산능선과 강변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들의 서로 곁을 지키며 우애가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어느 날 그들은 산을 오르고 있었는데 그게 벌써 일곱 번째 봉우리였습니다. 그들은 정상에 올라 잠시 숨을 돌리며 어머니가 싸준 음식이 아직 남아 그것을 함께 먹었습니다. 그런 후 잠시 낮잠을 자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어왔습니다. 먼저 잠을 깬 시라아빠레가 급히 형을 깨웠습니다. 눈을 뜬 인다라 삐따라아는 상황을 금방 파악했습니다.

“우리 허리띠를 서로 묶어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하자!”

그들은 급히 허리띠를 서로 묶었지만 둘은 동시에 돌풍에 휘말려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그 사이 허리띠를 묶은 매듭이 풀리며 두 사람은 서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시라아빠레야! 몸조심하고 있거라! 내가 꼭 널 찾아가마!”

인다라 삐따라아가 멀리 날아가면서 소리질렀습니다. 시라아빠레가 목청껏 그러겠다고 대답했으나 이미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면서 서로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마침내 땅에 떨어졌지만 서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시라아빠레가 떨어진 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시라아빠레는 어쩔 수 없이 전쟁에 휘말려 결국 그 나라를 지키며 공을 세우게 됩니다. 그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반쪽 야자껍질을 방패로 삼고 태어날 때 들고나온 성유물 끄리스를 휘둘러 적을 격퇴시킨 것입니다. 이후 그는 승승장구해서 그 나라의 대장군이 되었다가 마침내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인다라 삐따리아와 맞선 큰 뱀

 

한편 인다라 삐따라아가 떨어진 나라엔 길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적막한 곳이었습니다. 집들은 있었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가 집 안에도 들어가 보았는데 큰 북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는 살금살금 북 가까이 다가가 갑자기 북을 쳤습니다. 북소리에 그 뒤에 숨었던 사람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습니다.

“북을 치지 마세요. 뱀이 들어요!”

북 뒤쪽에서 어여쁜 소녀가 나왔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인다라 삐따라아가 묻자 소녀는 기품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난 이 나라의 공주입니다.”

“아, 공주님. 저도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공주님은 왜 북 뒤에 숨어있었던 거죠?”

“이 나라는 한 마리의 거대한 뱀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어요. 뱀이 나를 제물로 바치라고 요구했어요. 만약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 뱀이 우리 나라를 공격해 파괴할 거에요.”

공주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떨궜습니다.

“공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그 뱀을 처치하겠습니다.”

인다라 삐따라아는 그렇게 장담하며 공주를 안심시켰습니다.

 

인다라 삐따라아가 이번엔 아주 마음을 먹고 북을 마구 두드려 대자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뱀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뱀은 공주가 늘 제물을 바치는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잔뜩 약이 오른 상태였습니다.

“감히 내 요구를 어기다니. 이 왕국의 사람들 씨를 말려 버리겠다!”

뱀이 그렇게 표호했습니다.

 

그러자 인다라 삐따라아가 용맹스럽게 그 앞에 나섰습니다. 동생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오른손에는 성유물 끄리스 단검을, 왼손에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야자열매 방패를 들고서요.

“어이, 뱀! 바쁜데 씨 말리지 말고 우선 나한테 덤벼 봐!”

인다라 삐따라아가 약을 올리며 싸움을 걸었습니다.

 

뱀은 더욱 빈정이 상해 인다라 삐따라아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몇 차례 뱀의 공격을 피한 그는 단검을 휘둘렀지만 뱀의 단단한 비늘을 뚫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기회를 잡은 뱀이 인다라 삐따라아의 몸을 휘감아 단번에 집어 삼켰습니다. 이건 금강불괴의 뱀과 싸울 때마다 나오는 클리셰입니다. 누구나 다음 장면을 상상할 수 있죠. 바로 그 상상한 바대로 인다라 삐따라아는 뱀의 뱃속에서도 단검을 마구 휘둘러 대었고 뱀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 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인라다 삐따라아는 잠시 후 뱀의 피와 분비물로 범벅이 된 채 뱀의 배를 가르고 나왔습니다.

 

누구도 대적하지 못했던 거대한 뱀을 해치운 인다라 삐따라아에게 온 국민들이 집에서 나와 환호하며 열광했습니다. 그는 목숨을 구한 공주와 결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왕국의 왕으로 즉위했습니다. 천하의 둘도 없는 개구장이에 온갖 사고를 치고 다녔던 그가 이제 한 나라를 다스리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는 더 이상 사고를 치지 않고 공주와 신하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왕이 되었습니다.

 

인다라 삐다라아는 어느 날 남쪽 바다의 용을 정벌하러 갔다가 역시 같은 목적으로 그곳에 온 동생 시라아빠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역시 다른 나라의 왕이 되어 군사들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크게 기뼈하며 차제에 함께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합을 맞춰 간단히 용을 격파한 후 그 사이 본국에서 데려온 각각의 왕비와 함께 긴 행렬을 거느리고 고향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고향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7일 밤낮으로 큰 잔치를 베풀고 모든 마을 사람들을 초대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인다라 삐따라아와 시라아빠레는 어린 시절 자신들이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마을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했고 가축이나 작물 등 그들이 훼손한 마을사람들의 재산상 손해도 모두 갚아 주었습니다.

 

창피하게 끄리스가 뭐야. 태어날 때 이 정도는 들고 나와야지.

 

출처:

https://histori.id/kisah-indara-pitaraa-dan-siraap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