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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자바 민화] 시까바얀(Si Kabayan)의 빛 갚기 본문
시까바얀(Si Kabayan)의 빛 갚기
아랍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 큰 빚을 지게 된 시까바얀(si Kabayan)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젠 빚을 갚기 위해 팔 만한 변변한 살림살이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에게 아이디어가 반짝 떠올랐습니다. 빚을 단 번에 갚을 뿐 아니라 고리대금업자들을 혼내 줄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계획은 아내에게 말하고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아내는 동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남편을 돕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목욕통을 포도주로 채우고 그 주변에 까뿍(kapuk) 흰 솜들을 뿌려 두었습니다. 시까바얀은 포도주에 몸을 담근 후 젖은 몸으로 까뿍 솜 위를 굴러 온몸이 흰 솜에 뒤덮여 버렸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큰 닭장 안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의 아랍인들이 씨까바얀에게 빚독촉을 하러 찾아왔습니다. 그들을 맞은 아내를 남편의 행방을 묻는 아랍인들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남편은 왕을 알현하려 나갔어요.”
“왕을? 무슨 일 때문에?”
아랍인들이 어리둥절해하자 아내는 미리 남편과 짠 대로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그이가 아주 희귀한 새가 있어 잡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왕에게 보고하러 왕궁으로 간 거에요.”
“새라고? 어떤 새 말이오? 어떤 종류요?”
너무나 궁금했던 아랍인들이 그렇게 물으며 새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아내는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끄바얀이 그 새를 왕에게만 보여줄 것이고 아랍인들에게 먼저 보여주면 남편이 매우 화를 낼 것이라고 아내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아랍인들의 궁금증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들의 강요에 못이긴 아내가 결국 그들에게 기적의 새를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아랍인들의 설득에 넘어간 척 까바얀의 아내는 그들을 집 뒷켠의 닭장으로 데려갔습니다. 닭장은 천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아랍인들이 덮어 놓은 천을 들어올리자 약간 틈이 생긴 사이로 시까바얀이 뛰쳐나와 ‘바라까탁탁, 바라까탁탁’하는 새소리를 내며 내달려 금방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시까바얀의 아내가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오, 당신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에요? 남편이 오면 뭐라고 해야 해요? 왕에겐 또 뭐라고 하고요? 당신들이 막무가내로 그 새를 보려 하다가 결국 새가 도망가고 말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어요. 까바얀도 다시 왕을 찾아가 그렇게 말해야 할 거구요!”
그러자 나중에 왕에게 큰 문책을 당하게 될 거라 생각한 아랍인들은 두 손을 내저었습니다. “아니, 그러지 마시오! 까바얀과 왕에겐 아무 소리도 하지 마시오. 내, 새를 잃어버린 손해를 배상하는 셈치고 까바야의 빚을 모두 탕감해 주겠소!”
그렇게 아랍인들은 까바얀의 빚을 탕감하고 허겁지겁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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