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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선녀와 나뭇꾼: 선녀들의 연못 본문
[남부 깔리만탄 민회] 선녀들의 연못 (Telaga Bidadari)
옛날옛적에 아왕 수크마(Awang Sukma)라는 잘생긴 남자가 광야를 주유하며 살았습니다. 그는 숲속을 지나면서 많은 생물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을 즐겼고 결국 숲 속 깊은 곳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습니다.
숲 속에서의 삶은 평화로웠습니다. 그곳에서 오래 살다 보니 그 지역의 우두머리인 다뚜(Datu)로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숲 속에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이장 감투를 주는 이상한 나라였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는 한달에 한 번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지역을 돌아보아야 했는데 그러다가 맑은 물이 모였다가 흘러가는 숲속 연못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연못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은 나무 그늘 밑에 놓여 있었고 많은 새들과 곤충들이 그곳에 모이거나 살고 있었습니다. 다뚜 아왕 수크마는 그곳의 절경에 넋을 빼앗겼습니다.
다음날 그는 풀피리를 불다가 연못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가 바위 사이로 연못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서는 일곱 명의 젊은 여인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선녀들이었어요. 일곱 선녀는 자신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날개옷, 즉 날 때에 쓰는 슬렌당을 아무렇게나 연못 주변에 놓아두고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다뚜 아왕 수크마 가까이에 놓여 있어 그는 그 슬렌당을 훔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의 인기척에 놀란 여인들은 급히 슬렌당을 걸치고 날아올랐지만 그 중 한 명은 슬렌당을 찾지 못해 지상에 남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일곱 선녀들 중 막내였는데 언니들은 숲 속에서 다뚜 아왕 수크마가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자 급히 하늘로 돌아갔고 막내 선녀는 풀숲 사이로 몸을 숨기려 했습니다.
아왕 수크마는 오갈 데 없게 된 막내 선녀에게 자신과 함께 살게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막내 선녀는 그가 자신이 슬렌당을 훔쳤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의 도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뚜 아왕 수크마는 이미 막내 선녀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상태였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막내 선녀 역시 아왕 수크마에게 반했다고 되어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그녀로서는 아왕 수크마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고 아왕 수크마는 그것을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인 것이라 보입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반응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죠. 아무튼 그들은 그렇게 혼인하여 일 년 후 예쁜 딸을 낳아 꾸말라사리(Kumalasari)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는데 언니들과 생이별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지상의 인간과 살게 된 막내선녀는 정말 행복했을까요?
그러던 어느 날 검정색 닭 한 마리가 헛간에 쌓아 둔 볏짚 위에 올라가 발로 볏짚을 파헤치는 것을 막내선녀가 보고 그 닭을 쫒아내려 했습니다. 그러다가 검은 닭이 파헤친 볏짚 안에 대나무 통이 숨겨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긴 그녀가 그 통을 열자 그 안에는 오래 전 잃어버렸던 비행용 슬렌당이 들어 있었습니다. 반가움과 즐거움의 탄성을 내질렀지만 그 탄성은 금방 쓰디쓴 배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슬렌당을 꽁꽁 줄로 묶어 대나무 통에 넣어 숨긴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남편이란 사실이 너무나 자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후회와 배신감으로 치를 떨었지만 원문에 따르면 그녀는 남편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 리 없지 않을까요?
결국 막내 선녀는 하늘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녀는 슬렌당을 허리에 두른 후 아기를 품에 안았습니다. 이 모습을 본 다뚜 아왕 수크마가 급히 달려와 자신이 슬렌당을 훔쳐 감춘 부끄러운 행동을 사과하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막내선녀는 한참동안 다뚜 아왕 수크마를 응시하다가 그에게 아기를 안겨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기를 잘 키워 주세요. 아기가 엄마를 보고 싶어하면 끄미리(Kemiri) 콩 일곱 톨을 가져와 바꿀(bakul-밥 넣는 통)에 넣고 흔들어 소리를 내면서 피리를 불면 내가 만나러 내려올 거라고 말해 주세요.”
막내선녀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슬렌당을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다뚜 아왕 수크마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슬퍼하면서 자신에게 재앙과 같은 이 상황을 불러오게 만든 검은 닭을 키우는 것을 후손들에게 금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막내선녀의 인생을 파괴한 것을 회개하기는커녕 그 사실을 들킨 것에 대해 검은 닭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참고:
https://www.kozio.com/cerita-rakyat/#Cerita_Rakyat_Telaga_Bidad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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