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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문마스(Timun Mas) 동화 - 삼발 떼라시의 위력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띠문마스(Timun Mas) 동화 - 삼발 떼라시의 위력

beautician 2022. 4. 4. 12:12

[인도네시아 동화] 띠문마스(Timun Mas)와 부토이조(Buto Iko)

 

문마스와 락사사 동화버젼

 

띠문마스 이야기는 오래 전에 처음 번역했던 인도네시아 동화입니다. 좀 살을 붙여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구축했으면 좋을 뻔했지만 당시엔 원문에 적힌 대로만 번역해서 내용이 좀 짧습니다. 하지만 여섯 살 소녀와 녹색거인 부토이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꽤 박진감 넘칩니다.

 

띠문마스는 ‘황금 오이라는 뜻의 여주인공 이름이고 부토이조는 거대한 녹색 덩치에 무시무시한 인상…… 여기까지는 대략 어벤져스 헐크와 인상착의가 비슷하지만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눈동자와 삐죽이 뻗어 나온 송곳니폐수처리장 같은 고약한 몸냄새를 풍기는 명실공히 인도네시아의 재물주술을 대표하는 영적 존재입니다. 하지만 동화나 민화에 등장하는 부토이조는 귀신이 아니라 보통 녹색 식인 거인을 뜻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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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작은 집에 복스리니(Mbok Srini-스리니 아줌마)가 자식도 없이 홀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강가에 나갔다가 무시무시한 부토이조를 만났습니다부토이조는 배가 고프니 잡아먹을 아이를 내놓으라 하지만 복스리니는 내놓을 아이가 없었어요. 물론 있었다 해도 절대 내놓지 않았겠죠.

 

그러자 부토이조는 황금색 오이씨를 복스리니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신 이걸 가져가서 밭에 심으면 아이가 열릴 텐데 그 애를 6년 후에 나한테 바친다고 약속하면 널 해치지 않으마.”

 

부토이조가 숲 속으로 사라지자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집에 돌아간 복스리니는 호기심에 곧바로 그 오이씨를 밭에 심었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 아침 이미 다 자란 오이넝쿨에 황금색 오이가 열렸고 그걸 따서 갈라보니 그 안에 예쁜 여자아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복스리니는 아기를 황금색 오이라는 뜻의 띠문마스라고 이름 붙이고 자기 딸처럼 애지중지 키웠습니다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띠문마스가 예쁘고 당찬 여섯 살이 되던 날 복스리니의 집 앞에 부토이조가 나타나 아이를 내놓으라고 닥달하기 시작했습니다복스리니는 아직 마음의 준비를 못했으니 내일 아침에 다시 오면 내어주겠다고 하며 간신히 부토이조를 돌려보내고 나서 밤새도록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을 때 도사인지 신선인지 모를 하얀 할아버지가 꿈 속에 나타나 내일 아침 띠문마스에게 오이바늘소금 그리고 매운 떼라시(terasi) 양념덩어리를 들려 도망치게 하라는고 당부했습니다.

 

잠이 깬 후 그 이상한 꿈을 기이하게 여긴 복스리니는 그것이 어쩌면 띠문마스를 살릴 계시일 것이란 실낱 같은 믿음으로 그 네 가지 물건을 각각 넣은 작은 주머니들을 만들어 아침 일찍 해가 뜨기도 전 띠문마스를 깨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당장 이걸 가지고 도망가거라. 부토이조에게 절대 잡혀서는 안돼. 혹시라도 위험이 닥치면 이걸 하나씩 부토이조에게 던지거라.”

 

이제 막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는데 부토이조가 숲 속에서 나무들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내자 당찬띠문마스는 복스리니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더니 곧바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부토이조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쫓아오며 띠문마스를 잡아먹으려 했습니다

 

위기에 몰릴 때 던진 첫 번째 오이 주머니는 오이덩쿨로 변해 부토이조의 발을 휘감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했고 오이덩쿨을 끊는 부토이조는 더욱 성을 내며 띠문마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두 번째 바늘 주머니를 던지자 땅 속에서 쇠기둥이 솓아나와 부토이조를 철창 속에 가두었지만 거대한 부토이조는 몸무림을 치며 철창을 부수고 달려 나와 더욱 무섭게 띠문마스에게 쇄도했습니다.

 

띠문마스가 언덕에 먼저 덜려 올라거 소금 주머니를 부토이조에게 던지자 이번엔 언덕 아래가 바다물로 범람하며 부토이조를 삼켰습니다. 하지만 부토이조는 금방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무서운 속도로 수영을 하며 띠문마스를 쫓았습니다.

 

이젠 또 무슨 수를 쓰려고 하느냐? 순순히 잡혀 내 밥이 되렴!”

 

띠문마스는 잠시 주저하며 마지막 남은 떼라시 주머니를 만지작거렸지만 이내 있는 힘껏 부토이조에게 던졌습니다. 주머니 속의 매우 떼라시가 바닷물에 닿자 바다는 끓어 넘치는 용암으로 변해 부토이조를 삼켰습니다. 당황한 부토이조는 용암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렸지만 곧 온 몸이 녹아 용암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날 아침 그 난리를 치며 마침내 부토이조의 손아귀를 벗어난 띠문마스는 복스리니에게 돌아가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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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발 떼라시(sambal Terasi)

 

인도네시아인들이 매일 먹는 삼발 떼라시에 정말 그런 마력이 숨어 있는 걸까요? 입안을 화끈하게 만드는 떼라시 양념에서 옛 인도네시아인들이 용암을 착안한 것을 보면 그들에게도 떼라시가 맵긴 매웠던 모양입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sNhoaIPr7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