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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훗 장관의 파푸아 이권개입 의혹, 소송으로 본문
점점 좁아지는 인도네시아 활동가들의 입지
반대편 사람들을 탄압하고 맨앞에 나서 비판하는 활동가들을 감옥에 보내려는 주류 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이 강화되며 전국적으로 시민활동의 입지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 주 사이 인도네시아의 특정 유력 인권활동가들이 권력을 비판하는 그들의 입을 막으려는 엄청난 압박에 노출되었다.
조코 위도도 행정부가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상황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CSOs)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 안팎에서 엄청난 위세와 영향력을 가진 실세, 루훗 빤자이탄 장관이 두 명의 저명한 활동가들을 명예훼손 용의자로 지목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인권운동가들을 범죄자로 만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도록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루훗 빤자이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이 로까따루 재단(Lokataru Foundation) 하리스 아자르(Haris Azhar) 대표와 실종자 및 폭력피해자를 위한 위원회(KontraS) 파티아 마울리디얀티(Fatia Maulidiyanti) 코디네이터가 온라인 토의를 하던 중 발언한 내용에 대해 명예훼손 고발장을 제출한 지 6개월 만인 지난 18일(금) 자카르타 경찰청은 이들 두 사람을 해당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다.
파티아는 ‘루훗이 요즘 파푸아에서 광산 사업을 하고 돌아다닌다’고 발언했고 하리스는 해당 발언내용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는데 루훗 장관이 이를 명예훼손행위로 규정하고 고발한 것이다.
이들 두 활동가의 대화는 검증된 사실들을 기반한 것으로 파티아는 파푸아의 인딴자야군(Kabupaten Intan Jaya) 소재 데레워 강(Sungai Derewo) 사금광 프로젝트 허가소유권자 마디나 쿠라타아인(PT Madinah Qurrata’ain)과 루훗 장관의 연결고리를 지적했다. 이 사금광은 유명한 그라스버그 금광과 와부(Wabu) 금광의 북서쪽 방면에 위치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의 통합 리포트에 따르면 루훗 장관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또바 스자터라(PT Toba Sejahtera)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또바콤 델 만디리(PT Tobacom Del Mandiri)가 마디나 쿠라타아인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루훗 장관은 이 주장을 부인하며 두 활동가를 곧바로 고발했다.
파티아와 하리스는 21일(월) 시민사회단체 동료들과 함께 자카르타 경찰청에 조사받기 위해 도착했다. 파티아는 만약 자신이 조사 후 곧바로 구금된다면 그것은 분명한 탄압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현장에 모여든 취재기자들에게 말했다. “감수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린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집니다. 우린 우리 행동이 어떤 파국을 낳을 것인지 잘 알고 있고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대중에게 우리 자료를 공개할 것입니다.”
하리스는 한 로컬 TV 방송에서 경찰이 한 달 내내 자신이 용의자 신분인지 여부를 알려주지 않다가 18일(금) 전격적으로 공개 발표했다고 밝히며 자신을 조사한 형사가 이전 조사과정에서는 파티아와 이야기한 내용 자체를 일체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위험한 현상
시민사회단체들은 루훗의 소송제기를 비난하면서 경찰이 활동가들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데에서만 이상할 정도로 효율적이라고 비꼬았다.
루훗 장관 측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한 조속한 재판 회부를 요구하고 있으나 콘트라스(KontraS)는 루훗 장관이 목소리를 내는 비판세력을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경찰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리스와 파티아를 감옥에 보내려는 시도는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시민들에 대한 탄압에 다름 아닙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중을 겁박하여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므로 너무나 위험한 발상입니다.”
콘트라스는 경찰조사과정에서도 적잖은 이상행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정보통신거래법(ITE) 해석에 대한 지침을 규정한 합동부처 장관령과 해당 사건에 사이버법을 적용하도록 한 경찰청장 회람문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지침대로 따르면 온라인 명예훼손은 오직 개인의 평판을 훼손할 목적으로 비난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의견 개진이나 사실 적시에는 적용될 수 없다. 한편 경찰청장 회람문에서는 조사관이 형법적용을 강행하기에 앞서 회복적 정의를 먼저 추구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사이버법에 의거해 형사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최후 수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카르타 경찰청은 모든 조사가 현행법을 준수해 진행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
한편 형사정의개혁연구소(ICJR) 에라스무스 나삐뚜뿔루(Erasmus Napitupulu) 소장은 정부관료들이 활동가들이나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비판을 침묵시키려는 시도일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와 연구조사활동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가 정상이 아니란 뜻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농업개혁국민위원회(KNPA)의 활동가들도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시도를 비난하면서 이로서 현 정부의 진면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농업개혁국민위원회 데위 까르티카(Dewi Kartika) 사무국장은 21일(월) 특정 조사결과를 민간에 알리는 것은 민주적 거버넌스를 통제하는 기제로서 정부가 존중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만일 증거가 첨부된 비난을 일축하려면 소송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를 반박할 증거자료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루훗 장관의 명예훼손 소송사건이 급진전을 이룬 것은 공교롭게도 파푸아 지역의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다른 활동가가 복면을 쓴 민병대원들로부터 조사를 중단하라는 심각한 위협을 받은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지난 17일(목)에는 ‘국기 전위대’ 정도로 번역될 라스카르 메라뿌띠(Laskar Merah Putih) 회원 수백 명이 자카르타 시내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들 중 일부는 해당 단체의 수장 우스만 하미드(Usman Hamid)의 사진을 들고 반역자라고 비난하면서 정부가 이 국제인권단체를 인도네시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십 년 간 분리주의자들과의 치열한 갈등, 만성적인 저개발로 고통받아온 파푸아 지역의 불투명한 치안문제에 대한 비판을 대체로 회피하고 있다. 조코위 정부는 원주민들과 장애인 커뮤니티의 시민권 향상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사뭇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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