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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경계

beautician 2022. 2. 23. 12:45

팬데믹 기간 판대증대로 오프라인 지점 내는 온라인 서점들

 

 최근 팬데믹 기간 중 출시한 ‘부꾸스니루빠(Buku Seni Rupa) 서점의 도서 컬렉션 (JP/Firdaus Akmal)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서점들은 집안에 갇힌 사람들과 바깥 세상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였다.

 

부꾸아끽(Buku Akik)의 문간에는 국내 배송 준비가 완료된 포장된 책들이 잔뜩 쌓인 모습을 주기적으로 볼 수 있다. 건물 안에는 끝에서 끝, 위에서 아래까지 책으로 가득 찬 키튼 책장들이 잔뜩 들어서 있고 방문객들은 그 사이에서 자신이 흥미를 끄는 책들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부꾸아끽 서점에서 매일 보게 되는 풍경이다.

 

부꾸아끽의 창업자 또미 위비소노(Tomi Wibisono)는 예전엔 100% 온라인으로만 거래했지만 최근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전에는 인스타그램과 온라인쇼핑몰에서만 책을 팔던 부꾸아끽은 최근 족자 응아글릭(Ngaglik) 지역에 서점을 열었다.

 

아끽(akik)은 보석의 원석을 뜻한다 부꾸아끽은 2014년까지만 해도 온라인으로 보석 원석을 팔다가 책이 더 중요한 것이라 여겨 업종을 전환했다. 그래서 부꾸아끽이란 이름을 붙였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서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오프라인 지점을 연 온라인 서점이 부꾸아끽 뿐이 아니다.

 

 부꾸아끽 서점은 족자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만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책을 사기도 하고 셀카를 찍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놀다 가기도 한다. (JP/Firdaus Akmal)  

 

최근 보편화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쇼핑의 붐을 타고 많은 온라인 서점들이 등장했다. 반면 오프라인 서점들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국가도서위원회는 2019년 전국적으로 313개의 서점이 있다고 파악했다 (물론 이건 단위부터 잘못된 숫자인 듯하다-역주) 당시엔 유명 서점들이 대도시에만 밀집되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처음 등장한 온라인 서점들은 주로 비주류 서적, 참고서, 수입책 등을 판매했다. 그런데 이들 온라인서점들이 특이한 것은 책만 파는 것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 문학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워크샵이나 토론회를 열곤 했다는 점이다.

 

온라인 판매 호황

부꾸아끽의 또미는 팬데믹 기간 매출 상승을 겪었는데 특히 2020년에 그 폭이 컸다. 오프라인 서점이 모두 문을 닫아 그 대안으로 사람들이 온라인 서점에 몰렸기 때문이다.

 

아깔부꾸(Akal Buku), 부꾸스니루빠(Buku Seni Rupa-미술책) 등 서점들도 매출증가를 경험했다. 아깔부꾸의 창업자 깔리스 마르디아시(Kalis Mardiasih)는 팬데믹 기간 중 주문받은 책을 발송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회고했다.

 

아깔부꾸의 배송용 도서 포장. (JP/Firdaus Akmal) (JP/Firdaus Akmal)  

 

하지만 다른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온라인 서점들도 팬데믹 기간 중 매출감소를 겪기도 했다. 그건 도시봉쇄 수준의 방역 프로토콜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구매력이 감소해 책을 사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지던 시기였다. 아깔부꾸는 사람들의 독서열을 환기시키기 위해 최신 도서를 포함한 프로모션 도서 패키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꾸아끽도 다양한 판매전략을 사용했는데 저가 도서 묶음과 구매자는 서점이 어떤 책은 넣어 보냈는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북’ 패키지 같은 것이었다. 이런 판매전략은 꽤 잘 먹혔는데 그것은 부꾸아끽이 선정해 블라인드북 패키지에 넣는 책들을 고객들이 신뢰했다는 반증이다. 도서 큐레이터로서 신용을 얻은 것이다.

 

부꾸아끽은 부꾸아끽 아트숍을 운영하며 문학테마의 티셔츠, 핀, 양말, 토트백(손잡이가 달린 큰 여성용 손가방), 신발 등등 다양한 상품들을 함께 팔았다. 열혈 독자들 중엔 패션유행을 열심히 따라가지 않는 이들도 있어 이들을 위해 관련 상품 구색을 맞춘 것이다.

 

한편 부꾸스니루빠는 서점을 예술공간으로 만들었다. 부꾸스니루빠 점주인 후훔 함빌리(Huhum Hambilly)는 족자에 많은 예술가들과 다양한 예술세계가 있어 서점을 단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예술의 담론과 뉴스가 오가는 장소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많은 그림들과 예술작품들이 서점을 채웠고 많은 예술행사에 매체 파트너가 되어주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부꾸스니루빠의 도서판매사업과 연동되었다.

 

 부꾸아끽은 고객담당 매니저를 채용해 온라인 스토아에 배치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서점을 관리하며 정기적으로 고객들과 대화하여 알맞은 책 선택을 돕는다. (JP/Firdaus Akmal)  

 

팬데믹 기간 중 읽을 거리

팬데믹 기간 중 많은 책을 판매한 이들 온라인 서점 주인들은 자기계발서가 가장 잘 팔리는 장르였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책들을 찾았고 ‘웰니스’, ‘정신건강’, ‘~의 예술’, ‘요정’ 같은 키워드가 들어간 자기계발서들이 인기를 누렸다.

 

아깔부꾸에서는 이런 책들이 페미니즘이나 사회분석, 이슬람 담론 등 종전 베스트셀러를 이루던 장르를 누르고 선두를 이루었다.

 

부꾸스니루빠에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 예술 관련 도서의 판매가 증가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시간이 남아돌기 시작한 큐레이터들과 예술가들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라 봅니다.” 후훔은 이런 의견을 밝혔다. 후훔은 인도네시아에서 예술 테마의 책들은 대개 판매가 매우 저조한데 자신의 가게가 그런 책들을 대중화하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림이 비싼 이유?’('Mengapa Lukisan Mahal?)란 책도 베스트셀러에 포함되었다. 팬데믹 기간 중 예술 테마의 책들의 출판도 늘었다. (JP/Firdaus Akmal)  

 

대체 불가능한 경험

이들 세 개의 서점들은 서로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시작했다가 오프라인 지점을 냈고 그 위치가 일반적인 쇼핑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부꾸아끽은 족자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책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좁은 골목을 한참 걸어 들어가야 한다. “찾기 힘들어서 그런지 한번 오신 손님은 오래 있다 가세요.” 또미는 그렇게 말했다.

 

그 사이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다녀가더니 가게는 이제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되었다. 사람들은 책을 사러 오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가게의 예쁜 구석에서 사진을 찍으러도 온다. 부꾸아끽은 사실 프랑스의 유명한 서점 세익스피어 앤코(Shakespeare & Co.)를 벤치마킹해 이 오프라인 서점을 꾸몄다.

 

“이곳은 숨겨진 보석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책을 직접 서점 선반에서 고르는 경험은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에요. 비록 우린 온라인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오프라인 서점의 필요성을 여전히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죠.”

 

아깔부꾸는 원래 처음 오프라인 서점을 낼 때부터 그곳이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되기를 바랬다. 칼리스는 팬데믹 이전엔 이슬람 철학 담론에 대한 토의가 좋은 호응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책을 판다는 것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팬데믹 규제가 완화되면서 아깔부꾸는 일년 내내 할 월례 토론회를 이미 다 계획해 두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할 때 외롭지 않아요. 특히 어려운 시기에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닌가요?” 칼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섣부른 분석일지는 몰라도 결국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살아남는 것은 온라인서점들과 특별한 컨셉과 분위기를 가진 독특한, 그러나 소규모의 독립 오프라인 서점들 뿐인 듯하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culture/2022/02/07/online-bookstores-open-physical-branches-amid-pandemic-sales-boom.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