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일반 칼럼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의 축첩

beautician 2016. 9. 27. 10:00


니까시리가 꼭 중혼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인니 공무원의 니까시리는 사실상  중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봅니다.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은 급여는 적어도 그 본인이나 가족들이 나름대로 국가로부터 받는 여러가지 혜택이 주어지는데 구태여 법적으로 어정쩡한 결혼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중혼혐의를 피하려고 온갖 잔머리를 굴리는 공무원들이나, 실제로 중혼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퇴출되거나 퇴출위기에 몰렸던 공무원들을 몇몇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혐의로 조사를 받고서도 대부분은 퇴출당하지 않은 채 아직도 위세를 부리고 있죠.인도네시아의 법질서와 실제상황은 전혀 따로 논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법이 법대로 집행되지만 중간에 수많은 변수를 만나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다는 얘기죠. 물론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집권층, 지도계층에서 이런 법질서를 국민들 면전에서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 장면들을 인도네시아 정치권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쁘라보워, 파우지보워, SBY 등의 예를 굳이 끌어오지 않더라도 그런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건이 10여년 전에 있었습니다. 구스두르 와히드 대통령이 하야하고 메가와띠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말입니다. 

그때 인도네시아 정계의 보수파들이 추대한 부통령은 함자하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종교지도자가 하루아침에 정계의 최상부 국가직 공무원이 된 것입니다. 다른 문제점들이 또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당장 대두된 이 분의 문제는 원래부터 정식으로 4명의 부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었고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법률은 공무원의 중혼을 불허한다는 것이었어요. 웃기고 자빠지는 사태가 벌어진 것인데 함자하스는 임기내내 4명의 부인을 잘 거느렸고 그 기간동안 인도네시아의 공무원 사회는 중혼 공무원들을 감히 처벌하지 못했으므로 당시 고위직 공무원들이 몰래 축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는 사실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첫 여성대통령을 갖고 있는 동안 인도네시아 여성들의 위상은 오히려 곤두박질친 셈이었던 거죠.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도 법대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 얼마든 많은 모양이고 함자하스 부통령의 경우처럼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도 공식적인 불법이 처벌받거나 교정되지 않은 채 몇년을 버티고 지나갔는데 빛도 법이 힘을 쓰지 못하는 짙은 그늘이 인도네시아엔 아직도 얼마든지 많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2014.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