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성희롱 혐의 <복사기> 스탭 엔딩크레딧에서 이름 삭제 본문
인도네시아 영화계 촬영장 성희롱 실태
Tim | CNN Indonesia
Kamis, 03 Feb 2022 07:45 WIB
1. 촬영장 성희롱
인도네시아 영화계에 촬영장 성희롱 문제가 또 다시 불거져 나왔다. 이미 적잖은 선례가 나온 가운데 2월 1일(화) 유명 여배우 수사 사메(Susah Sameh)가 자신의 성희롱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다.
그녀는 <친애하는 나단에게: 고마워 살마(Dear Nathan: Thank You Salma)> 촬영장에서 6~7명의 남성 크루들이 공개적으로 휘파람을 불며 집단 희롱하는 이른바 캣콜링(catcalling)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여성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성적인 의도를 담아 상대방을 희롱하는 캣콜링은 언어성폭력의 한 형태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해 여성인권위원회는 일찍이 성적협박, 강제 결혼, 강간, 성희롱, 매춘강요, 성착취, 강제 임신 강제 낙태, 피임과 불임수술 강요, 성적 학대, 비인간적-성적 처벌, 유해한 성적 관행, 여성차별, 성차별적 규정을 통한 성적 통제 등 15개의 형사적 성범죄를 규정한 바 있다.
수사 사메의 발언은 촬영장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문제를 대중에게 드러낸 몇 안되는 경우 중 하나다. 유사한 피해경험을 토로한 다른 여배우들로는 미안 티아라(Mian Tiara), 한나 알 라시드(Hannah Al Rashid) 등이 있다.
촬영장에서 성희롱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장시간 촬영이 진행되면서 배우와 스탭들이 집에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환경이다. 이런 상황이 촬영장에서 불필요한 감정표현을 만들어 내곤 한다.
자카르타 예술대학교(IKJ) 영상학부의 사트리오 빠뭉카스(Satrio Pamungkas) 교수는 수개월 간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영화판에 매달리다 보면 심리적으로 피로가 쌓이고 같은 사람들을 매일 보다 보니 이른바 찐록(cinlok-cinta lokasi)이라 부르는 촬영 관계자들 간의 연애감정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발생한 ‘찐록’은 한쪽이 사랑하는데 다른 한쪽은 사랑하지 않는 일방통행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과도한 욕망이 부정적으로 표출되어 결국 불미스러운 사태를 빚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
영화산업 구성원의 압도적 주류가 남성들이어서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되기 쉬운 환경도 성희롱 문제를 악화시킨다. 게다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인도네시아인들의 보편적 인식은 비단 영화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스탭들은 몽땅 남자들뿐인데 거기 예쁜 여자가 한 명 끼어 있으면 성적 대상화가 되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험악한 강도 소굴에 미녀가 혼자 앉아 있는 위험스러운 상황이 셈이 되는데 그런 환경 역시 성희롱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사트리오는 이렇게 표현했다.
최근 촬영장 성희롱 문제가 주로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사실 남성들도 이런 사건의 희생자가 되곤 한다.
여성인원위원회 마리아나 아미루딘(Mariana Amiruddin) 위원장은 촬영장에서 스탭들과 배우들이 살갑게 지내는 환경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한 경우가 많다고 운을 떼었다. 그녀는 예술 공동체 구성원들이 대개 서로 친밀하고 한번 일을 시작하면 며칠씩 합숙하며 계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특성상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거기 속한 여성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성적대상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예술 공동체들은 문화라는 이름으로 고정관념에 집착하는데 제작자나 감독은 대개 남자들이고 여자들은 고작 그 작품을 돕거나 역을 맡는 사람들이라는 고루한 인식도 촬영장 성희롱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다른 문제는 남성들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는 촬영장에서 여성 예술인들의 안전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직업적 영화산업 종사자들 사이에 성인지 감수성이 대체로 크게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촬영장 성희롱 문제의 핵심이다.
2. 촬영장에서 지켜야 할 규정과 직업적 전문성
마리아나 여성인권위원장은 촬영장 성희롱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직업윤리강령 수립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서는 영화제작비를 대는 제작자부터 영화 각 부문을 담당하는 구성원들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필요하다. 영화인 직업윤리강령은 예술인들의 표절을 금지하거나 영화작품이 반드시 검열을 통화하도록 한 규정만큼이나 중요하다.
마리아나 위원장은 촬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일방의 허락 없이도 다른 일방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개인적 관계가 아니라 일과 직업으로 맺어진 것이라는 인식을 고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트리오 교수도 신성한 작업공간인 영화촬영장을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더렵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해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1)를 휩쓴 화제작 <복사기(Penyalin Cahaya)>의 크루 중 한 명이 성희롱 사건에 연루된 것이 드러나면서 촉발되었다. 해당 성희롱 사건은 해당 내용을 접수한 단체가 제작사에 고지해온 것으로 가해자는 과거에도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이 영화를 제작한 레카타 스튜디오(Rekata Studio)와 까닝아 픽쳐스(Kaninga Pictures)는 지난 1월 10일(월) 공식성명을 통해 해당 고발인의 명예를 존중하는 차원의 조치로서 가해자의 이름을 영화 <복사기>의 엔딩 크레딧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CNN인도네시아는 이 사건에 대해 배급사인 넷플릭스와 이 영화에 많은 상을 몰아준 인도네시아 영화제 조직위원회의 레자 라하디안(Reza Rahadian)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임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1월 11일(화) 예정되었던 <복사기> 제작진의 언론인터뷰도 취소되었다.
기나 S. 누르(Gina S Noer) 감독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1월 11일 자신의 소설미디어에서 “영화 종사자들의 근로 표준, 영화제작사 내지 영화계 차원의 민원창구, 피해자에 대한 법적, 심리적 지원방안과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혐의가 벗겨질 경우 명예회복을 위한 시스템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촬영장 성희롱 문제를 다룰 영화산업 윤리위원회 설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출처: CNN인도네시아 https://www.cnnindonesia.com/hiburan/20220202202550-220-754271/menguak-penyebab-marak-kasus-pelecehan-di-industri-film-indo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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