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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모이 몰의 주류 판매 매장

beautician 2021. 10. 27. 12:10

 

이슬람과 주류판매

 

모이(Mall of Indonesia)에서는 요즘 주류 판매 행사가 열려 메인로비에 주류 매대가 가득하다.

와인과 위스키들 사이에 한국 소주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로컬 소주 '대박'도 보인다. 아마 전에 나오던 '바람' 소주의 후신인 모양이다.

 

 

 

행복 소주
참이슬 순하리 등등
그리고 대박 소주

 

주류판촉 행사는 인도네시아 이슬람이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FPI 이슬람수호전선을 필두로 한 강경 이슬람이 대세를 이룰 당시 여러 수퍼마켓들은 그동안 팔던 주류들을 매대에서 내려놓아야 했다. 특수 상점들을 제외한 곳에서의 주류 판매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이슬람은 물론 그 어떤 국교도 없는 세속국가인데도 실질적 대세인 이슬람이 사회를 통제하다시피 했고 그래서 그 결과 주류판매 금지, 히잡 강제착용, 교과서에 종교교육 강화 등이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닥친 후 방역조치의 이름으로 정부가 종교기관들에게 지시와 명령,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정치가 종교를 압도하면서 경제도 거기 살짝 묻어 종교를 압도했는데 경제는 비무슬림인 화교들이 대세를 이루는 분야다. 당연히 주류판매금지의 고삐가 느슨해진 것이다.

 

그래서 요즘 몰에 가보면 어디나 새로 생긴 주류판매 전문 '특수 상점'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크다는 의미이고 동시에 돈이 되는 사업이란 뜻이다. 수입상 입장에서는 그렇게 매장에서 정식으로 공식적으로 파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카라오케나 유흥주점 같은 별도의 더 큰 돈이 되는 유통망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위스키, 와인들 사이에 이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우리 소주들이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권과 세태가 바뀌어 이슬람이 다시 헤게모니를 쥐게 되면 저 주류매장들의 운명도 지금과는 조금 다른 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그런 '연속성' 또는 '영속성' 측면에서 사업가들에게 그리 호의로운 곳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언제는 호의적이었던가?

 

 

2021.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