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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툴 구눙 빤짜르(Gunung Pancar, Sentul) 소나무 숲 본문

매일의 삶

센툴 구눙 빤짜르(Gunung Pancar, Sentul) 소나무 숲

beautician 2021. 10. 26. 11:54

 

오랜 만의 산행(?)

 

 

자카르타에서 톨로 40-50분 정도 거리인 센툴엔 '정글랜드'라는 유원지가 있었는데 팬데믹이 오래 시간을 끌자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그곳 근처의 작은 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길의 포장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길이 좁아 차 두 대가 교행하는 것도 어려운 곳이 몇 군데 나오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쭉 올라가다 보면 마을 사람들이 잔뜩 나와 앉아 있는 소나무 숲(Hutan Pinus) 공원이 나온다.

 

몇 년 전 이곳에 왔을 때 아주 안좋은 기억이 있다.

인도네시아 대부분 유원지들이 외국인들에게 내국인보다 더 비싼 입장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게 심지어 합법적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현지 체류비자(KITAS)를 소유한 사람들은 현지인과 같은 처우를 해주는 것이 암묵적 관행이어서 현지인들이 내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곳 구눙 빤짜르(빤짜르 산)의 소나무숲 공원은 좀 달랐다. 

 

"그건 외무부 소관이 일이고 여긴 관광지이니 관광청 소관입니다. KITAS를 가졌던 말든 외국인이면 외국인 입장료를 내세요.

 

이렇게 막무가내였는데 당시 내국인 입장료는 5천 루피아(약 400원), 외국인 입장료는 10만 루피아(약 9000원)이었다. 뭐 못낼 것도 없었지만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 들어갈 만큼 그 안에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지 않았으므로 난 그대로 차를 돌려 내려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로부터 5년 쯤 지난 코로나 팬데믹 와중의 구눙 빤짜르 소나무숲 공원은 외국인이란 게 뻔히 보이는 나에게 3만 루피아(약 2,500원)의 요금을 요구했다. 아내와 둘이었으니 1인당 1만5000루피아. 5년 전 현지인 입장료보다 세 배쯤 되었지만 그간 가격도 올랐을 것이고 당시 현지인 입장료의 20배나 되던 외국인 입장료보다 훨씬 쌌다. 기쁜 마음으로 돈을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안엔 역시 별게 없었다. 험한 도로를 타고 2킬로 넘게 더 올라가야 온천이 나오는 모양이지만 굳이 그 산에 올라 온천욕을 할 마음은 없었다. 정작 거기 가려고 했던 것은 울창한 소나무 숲 사진에 매료되었기 때문인데 도로 옆 소나무 숲엔 철망 펜스를 쳐놓고 입장을 막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입장을 막은 게 아니라 개구멍 같은 걸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일인당 1만 루피아씩 돈을 내면 들여보내는 식이었다. 뭐, 그것도 못낼 비용은 아니었다. 그래서 들어가본 소나무 숲.  

 

총평을 하자면 썩 나쁘지 않았다.

 

거기 가면 고양이도 있고 
소나무 숲도 있고 
고양이는 계속 있고
나도 있고
아내는 너무 즐거워하고 
그리고 숲
숲 속에서 올려다 보는 하늘이 너무나 좋았다.

 

2021.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