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매일의 삶

대오각성

beautician 2021. 11. 2. 11:00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자

 

 

사람들과의 관계로 누구나 꽤 오랜 기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나이 좀 먹을 만큼 먹고 산전수전 공중전 다 치르고 나면, 불현듯, 보리수 나무 밑에서 득도에 경지에 이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꼭 보리수 나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아무튼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로든 각각 다른 해법을 들고 찾아오는 이 깨달음은 내게는 이런 도를 깨닫게 했습니다.

"저 사람이 맘대로 입을 터는 이유는 저 사람 입이 내 얼굴에 달려있지 않고 저 사람 얼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사람의 입이나 마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영화에서처럼 내가 뭔가 함으로써 저 사람이 감화감동받아 새사람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사실 내가 정치인도 아닌데 저 사람이 날 좋아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이런 생각이 쯔나미처럼 밀려듭니다. 그래서 내리는 결론은 늘 "내가 통제할 수도 없는 걸 통제하려 애쓰지 말고 난 내가 뭘 해야 할지만 결정하면 된다"는 거였어요.

세상이 무너지든, 전쟁이 나든, 회사가 망하든, 친구가 로또가 당첨되든, 누가 내 욕을 하고 다니든, 내 차 바퀴에 빵꾸를 내든, 내가 뭘 할 건가만 결정하면 되는 거죠. (그 놈 뒤통수를 갈겨주는 것을 포함해서)

그러기로 마음먹고 사는데 누군가 하는 얘기가 그건 테러리스트의 마음가짐이라 하더군요. 미국이 폭격을 하든 씰특공대를 보내 요인을 납치, 암살하든 무역제재를 하든 또는 화해제스쳐를 보내든 난 내가 할 일, 그러니까 폭탄들고 저기 어딘가에 뛰어들고야 말겠다....이런 생각말입니다. 아니, 나랑 똑같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 킬로미터쯤 떨어진 저 중동땅에 많이 살고 있었던 겁니다.

그순간 난생 처음으로 내가 매우 위험한 놈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