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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기사번역

인니 최고 연구혁신기관 운영권을 꿰어찬 메가와티

beautician 2021. 10. 20. 12:38

정치가 학계에 드리운 ‘지성의 위기’라는 그림자

 

 빤짜실라 국가이념 실천기관(BPIP) 운영위원장인 메가와티 수카르노뿌뜨리가 2019년 12월 3일 자카르타 소재 국가종합청사 대통령 연설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Antara/Puspa Perwitasari)  

 

오늘날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정치인인 메가와티 수카르노뿌뜨리가 인도네시아 최초, 최대의 연구혁신기관 수석자문으로 위촉되었다는 사실이 인도네시아 학술적 자유의 미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결정한 메가와티 위촉은 인도네시아 대학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다는 학자들 사이의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더욱이 국립 자카르타 대학교(UNJ)가 학칙을 개정해 마룹 아민 부통령과 에릭 토히르 국영기업부 장관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주려는 시도가 최근 학계의 비난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민주투쟁장(PDI-P) 총재이기도 한 메가와티는 앞서 대통령에 의해 빤짜실라 국가이념 실천기관(BPIP)의 자문위원으로도 선임된 바 있어 명색은 수석자문이지만 공식적으로 국가연구혁신기관(BRIN)의 운영위원회까지 주도하게 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확장했다.

 

2019년 설립된 BRIN은 인도네시아 과학연구소(LIPI), 기술분석응용기관(BPPT), 국가 핵위원회(BATAN), 에이크만 분자생물학 연구소 등 다수의 국영 연구기관들을 관리하는 포괄적인 권한을 가진 기구다.

 

 

‘연구의 ‘빤짜실라’화(化)

비평가들은 메가와티를 BRIN 수석자문으로 선임한 것이 큰 실수라고 지적한다.

 

자카르타 국립 이슬람 대학교(UIN Jakarta)의 아지우마르디 아즈라 대학원장은 그의 트위터 계정에 “연구혁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정치정당의 총재가 BRIN 운영위원회를 이끄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글을 올리며 BRIN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메가와티가 이끌게 된 후 분명한 정치색을 띄면서 BPIP가 국민적 신뢰를 잃고 만 것처럼 BRIN 역시 BPIP와 같은 운명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명한 학자인 아지우마르디는 조코위 대통령의 연구개발정책에 공개적으로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혀 왔는데 이번 결정으로 인해 BRIN이 혼란의 진원지가 되면 인도네시아의 연구혁신 분야는 지금 당장, 또는 몇 년 안에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UNJ 교수이자 멜번 대학의 아시아 연구소 명예 협동연구원이기도 한 압딜 무기스 무도피르 박사는 어쩌면 앞으로 BRIN이나 대학들의 후원을 받아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는 연구들에 빤짜실라 이념과 맥을 같이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리게 될 가능성이 크며 결과적으로 국가 이념이 학자들을 굴복시키고 캠퍼스와 지적 추구를 통제하려 할 것이라 전망했다. “학술적 자유가 점차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BRIN이 설립되기 전, 메가와티가 수석자문으로 위촉되기 전에도 인도네시아의 연구분야, 특히 대학에서의 연구란 이미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연구활동의 ‘빤짜실라’화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압딜 박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헐값에 팔리는 명예학위

메가와티가 BRIN에 발을 들인 것을 계기로, 그간 점차 가중되어 가던 정치권의 학계간섭 논란은 이제 더욱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메가와티는 불과 몇 개월 전, 제4대 대통령을 역임한 사실과 2002년 10월 발리 폭탄테러를 신속히 처리한 업적을 높이 평가받아 인도네시아 국방대학교 명예교수직을 수여받은 바 있다. 이러한 최고의 학술적 예우가 논란을 키운 것은 그러한 결정이 메가와티의 학술적 성과보다 정치적 위력에 더욱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비평가들의 평가 때문이다. 몇몇 대학들이 정치인들에게 명예학위를 헐값에 팔아 넘기고 있다는 템포지의 최근 취재에 따르면 이런 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UNJ 교수연대는 최근 마룹 부통령과 에릭 장관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하려는 대학 측 제안에 대해 반대성명을 냈다. 부통령은 UNJ 사회과학 학위, 에릭 장관은 체육과학 학위 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압딜 박사는 현직 정부관료들에게 명예학위 수여를 금지하는 학칙을 강조했다. “마룹 부통령과 에릭 장관 두 사람 모두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명백히 학칙에 어긋나므로 대학총장 선에서 즉시 학위제안을 거두었어야만 합니다. 만약 대학 측이 현직 관료들에게 명예학위 수여를 강행한다면 그건 정부관료와 갬퍼스 실세들 사이에 모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념적 지침의 필요성

BRIN의 기관장 락사나 뜨리 한도코는 BRIN의 수석자문(메가와티)이 외부로부터 정치관료 차원 또는 정치적, 사회적, 학술적인 차원의 연구지원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면서 학계의 최근 우려가 말도 안된다며 일축했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조직위원회가 BRIN의 순수한 학술활동을 담보한다고 장담했다. 또한 그는 이전에 연구기술분야 장관직을 특장 정당 총재가 맞은 적도 있다면서 메가와티에게 제기된 비판이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스토 크리스티얀토 PDI-P 사무국장은 연구기관들에게도 핵심 국가이념기관인 BPIP의 수석자문이기도 한 PDI-P 총재의 이념적 가르침이 필요하다며 메가와티의 BRIN 입성을 옹호했다. 하스토 사무국장은 일찍이 지난 5월 “연구혁신을 이끄는 동력은 인도네시아가 진정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라는 국가 이념과 문화적 정체성에서 우러나는 자부심”이라면서 “BRIN은 이제 더욱 위대한 인도네시아로 성장해 나가는 새로운 챕터에 들어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메가와티가 그간 국가적 연구혁신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 해당 섹터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도록 노력해 왔으므로 BRIN 수석자문 위촉은 합당한 결정이라고 메가와티를 옹호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조코위 대통령에게 BRIN을 만들자고 한 사람이 누구일 것 같아요? 바로 메가와티 총재였어요,”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paper/2021/10/17/intellectual-freedom-at-risk-as-politics-creeps-further-into-academia.html